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by 굿대디

“아이고~ 잘 먹는다”

“옳지, 옳지!”

“예쁘다 우리 아들~”


나의 아내는 ‘클래식’하다. 하지만 ‘올드’하지는 않다. 아내가 ‘클래식’한 이유는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아기가 먹는 건 엄마가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 그 철학을 지키기 위해 나는 소고기를 다졌다. 삶은 소고기를 칼로 다지고, 절구에 빻고, 쌀가루와 섞은 후 다시 채로 거른다. 나의 소고기 다지기는 경지에 올랐다. 소고기가 채에 걸리지 않고 다 내려질 만큼. 아들이 이유식을 안 남기고 먹었을 때는 좋은 아빠가 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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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어떤 게 좋은 부모인 것 같아?”

“너무 많은 기준이 있어서, 대답하기가 어렵네...”


유난히 더웠던 여름, 아내의 임신을 알았고 예비아빠가 되었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가 남은 시점이었기에 수강신청 때 나는 ‘부모교육’ 강의를 신청했다. 되도록이면 아빠가 되는 것과 관련된 강의를 신청했다. 한 사람의 인격이 만들어지기까지 부모의 영향은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리고 부모는 각기 자신의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우리의 무의식에는 먼 세대의 영향이 집단 무의식의 형태로 남아있다.


나의 원가족은 대가족이다. 1남 5녀의 장남으로 태어나신 나의 아버지. 아버지는 평생 조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물론 나의 어머니도. 아내가 우리 집에 처음 놀러 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버지의 복장이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나오셨던 아버지. 대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가정적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가부장적인 문화가 없었다. 4대째 내려오는 기독교 집안이라 제사가 없었던 것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나는 둘째 아들이다. 장남인 형은 항상 가족에 대한 희생과 책임을 염두하고 살았다. 아마도 아버지를 보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형은 아버지의 생각에 공감을 잘하는 편이다. 반면에 나는 가족보다 ‘나’의 삶에 더 집중하며 살았다. 그 덕분에 나는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아내는 나와 반대의 성향이다. 장인어른은 가부장적인 성향이 짙으시고, 장모님은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여성이었다. 어린 시절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대화를 하는 도중에 아내가 끼어들면, 혼났다고 한다. 어른들 대화하시는데 끼어든다고. 그래서 그런지 아내는 보수적인 면이 많다. 아내는 세 살 터울 남동생이 있다. 아내는 어려서부터 바쁜 부모님을 대신하여 동생을 돌보며 자랐다. 같은 초등학생인데 아내가 동생의 숙제 검사도 해주고, 준비물도 챙겨줬다고 한다. 밥도 차려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말을 안 들으면 체벌도 했다고 한다. 아마 스스로 어른이라고, 부모의 대리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내는 지금도 부모님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행동한다.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대다수의 부모들은 자식에게 좋은 것을 먹이려 하고, 좋은 옷을 입히려 한다. 형편이 어떻든 먹다 버린 음식을 주지 않는다. 그중에 가장 좋은 것으로 자식을 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자녀들이 부모에게 순종적이고 감사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육아도서와 양육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에는 유행이 있다. 변하지 않는 좋은 부모는 과연 무엇일까. 유행에 뒤쳐져 올드하지 않고, 클래식한 좋은 부모.


아내와 고민하고 대화를 나눈 결과, 나름의 길을 찾았다.

내가 찾은 방향성은 이렇다. 부부 각자가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부부가 되면, 그것은 곧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사람은 무엇일까. 나는 균형 잡힌 내면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어느 한쪽에 심하게 몰려 강박이 있다던가, 결핍이 있다면 그것은 균형이 깨진 내면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도 홀로 그 존재가 될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가족이라는 시스템 위에 존재하게 된다. 앞서 나와 아내의 원가족을 언급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진 조건들로 인해 나와 아내는 각기 다른 내면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해왔다. 그렇기에 각자의 내면을 잘 살피고, 부족함은 겸허히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면, 배우자가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약한 점은 단련시켜줄 것이다.


‘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는, 아내의 이타적인 모습과 공동체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배울 것이다. 순종적이고 보수적인 아내는 나의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아 더 유연한 사고와 스스로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부부의 케미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그것은 곧 아이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부관계가 성숙하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나와 다름을 받아 드리고 사랑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편향된 것을 가르치지 않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가르칠 것이며, 이미 팽배한 개인주의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면서도 남을 살피는 아이로 키울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아내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더 많이 사랑할 것이며, 더 성숙해지고 싶다. 나는 이것이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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