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출산?

by 굿대디

“여보, 나 자연주의 출산하고 싶어. 근데 여보가 좀 도와줘야 해.”

“자연주의? 자연분만이랑 같은 거야?”

“아니, 그거랑은 좀 다른데... 무통주사 안 맞고, 조산사 선생님이 애 받아주는 거야.”

“뭐?”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 같이 분만실에 들어가 달라는 건가? 예전에 아내를 따라 분만실에 들어간 남편이 아내의 출산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그 후로 아내와 부부생활을 못하게 됐다는 사례를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아는 주변의 남편들은 분만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탯줄 잘라야 할 때 잘 들어가서 자르고 나왔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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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소식을 알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아내는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큰 감명을 받은 아내는 나에게 자연주의 출산이 무엇인지, 자연주의 출산의 유익함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었다.


자연주의 출산은 산모가 분만대 위에서 의사의 의료적인 개입을 하는 일반적인 출산 방법이 아니라 자연적인 방법으로 출산을 하는 방법이다. 의료적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출산을 위해 인위적인 방법으로 호르몬을 주입하거나, 무통주사를 맞는 것을 지양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주의 방식의 출산은 산모가 전문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출산을 진행한다. 한국에서는 한 연예인이 처음으로 시작해서 유행한 적이 있다. 수중분만이 자연주의 출산의 한 방법이다.


자연주의 출산은 여성에게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있고, 현대의학의 인위적인 조치들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출산 체계를 방해하여, 연쇄적인 의료적 개입을 필요로 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출산에 임박한 산모의 몸은 출산을 위한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골반을 포함한 온몸의 관절을 연하게 만들어주는 호르몬부터 자궁 수축을 위한 호르몬, 통증을 완화시키는 호르몬 등 다양한 호르몬이 생성된다. 뱃속의 태아도 출산을 준비한다. 태아는 좁은 산도를 통과하기 위해 자세를 바꾸면서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한다. 자궁의 수축으로 인한 압박을 온몸으로 받으며, 좁은 터널을 지나는 것이다. 자궁의 수축으로 인한 통증이 진통이다. 산모의 진통 주기와 내진을 통해 출산이 임박했는지 알 수 있다.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출산 굴욕 4종 세트라는 내진, 관장, 제모, 회음부 절개를 지양하고, 자연스럽게 엄마와 아기가 스스로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연주의 출산은 산모와 태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분만대는 아기를 받는 의사에게 편하게 설계되어있다. 다리를 벌려 고정하는 분만대를 좋아하는 산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장염만 걸려도 사람이 바닥을 뒹굴며 편한 자세를 찾는데, 출산할 때는 엄청난 고통을 고정된 자세로 버티며 아기를 낳는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또한 밝은 빛, 시끄러운 소리는 태아에게 매우 자극적이다.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어둡고 조용한 환경에서 산모가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며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해준다.


다시 출산 과정으로 돌아가 보면, 몇 시간 단위의 진통 간격은 3, 5분 단위로 줄어들면서 자궁 경부의 근육들이 점차 옅어지게 되면서 태아가 산도를 향하게 된다. 조산사는 산모의 골반이 더 벌어질 수 있는 자세를 권하고, 산모는 진통이 올 때 최대한 자궁이 이완할 수 있도록 호흡법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지시한다. 자궁경부가 어느 정도 열리면 산모는 진통 주기에 맞춰 이완과 수축(힘 주기)을 반복하게 된다. 힘을 주는 타이밍에 맞추어 태아도 산도를 지나게 된다.


무통주사는 출산중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감각신경을 마취하여 감각 자체를 무디게 만든다. 이로인해 통증은 완화되지만 분만시간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진통이 강하게 느껴지는 자궁이 수축되는 타이밍에 산모도 힘을 집중하여 태아를 밀어내야 한다. 하지만 무통주사로 인해 감각이 무뎌지게 되면 힘주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제 분만시간이 더 길어지게 된다고 한다.


아내의 설명을 듣고 보니, 왜 자연주의 출산을 하고 싶은지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도움을 굳이 받지 않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출산 방법이었으니까. 내 안에 갈등이 있었다. 고민하는 나에게 아내는 나에게 다큐멘터리를 보도록 종용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자연주의 출산 과정에 함께 한 남편들의 모습이었다.


‘내가 고통을 대신해줄 순 없지만, 고통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 같다. 오롯이 출산이라는 무섭고 커다란 짐을 아내에게만 맡기는 것이 마음 아팠는데, 작지만 나도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한 것 같다는 뿌듯함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막연한 출산에 대한 상상은 이랬다. 남편은 분만실 밖에서 심각한 얼굴로 머리를 감싸고 기도를 한다거나, 복도를 서성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자연주의 출산은 남편도 출산에 동참한다. 출산을 위한 자세를 함께 취하고, 같이 심호흡을 하고, 진통부터 출산 후 캥거루 케어까지 모두 아내와 함께한다. 성공적인 자연주의 출산을 위해 출산교육과 출산 리허설도 진행했다. 아내가 왜 도와줘야 한다는 건지 그때 알게 되었다.

고민 끝에 출산의 방법에 대해서는 아내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출산의 주체가 아니기에. 아내의 의지가 이렇게나 확고한데 말릴 이유가 없었다. 자연주의 방식으로 분만을 진행하다가 행여나 의료적인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되었는데, 행여 그런 상황이 오면 바로 수술실로 이동하여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남편처럼, 나도 내 아기의 탄생에 조금은 더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세 가족이 되는 길에 걸음 더 내딛게 되었다.





*나는 자연주의 출산 전문가가 아니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더 자세하고 다양한 정보는 자연주의 출산을 진행하는 산부인과에서 상담받아 보길 권한다. 아울러 나는 자연주의 출산이 다른 출산법보다 더 우월하다거나,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가정이 이 방법이 아내와 나의 생각과 부합하여 선택했다는 것이지, 다른 출산방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없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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