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보는 왜 태교 안 해?”
“응? 나하고 있는데?”
“나는 본 적 없는데?”
“스트레스받지 않고 행복하고 긍정적인 생각하기. 그리고 지금 행복하기. 이게 최고의 태교야. 태교 음악, 태교 동화를 읽는 게 태교의 전부가 아냐.”
4년의 연애와 1년의 결혼 생활, 대학원 과정을 통해 검증된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어지간한 것은 아내의 말이 맞다는 것. 그러니 태교에 대한 생각도 아내의 말이 맞을 것이다. 태교음악이나 태교동화가 주는 효과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평안함, 차분함이다. 지식적인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의 말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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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에 대한 기본 원칙. 아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들어주기. 아내가 엉뚱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는 않으니까. 그대로 믿기로 했다.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태교라 함은 결국 산모의 마음의 평안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나는 태교라 쓰고 산모의 마음의 평안이라고 읽기로 했다. '내 아내가 태교를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곧 '내 아내의 마음의 평안이 잘 유지되고 있는가?'라고 바꾸어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날, 아내는 직소퍼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마트에서 500피스짜리 퍼즐을 샀다. 퍼즐을 맞추는 스타일이 달라서 티격태격 하긴 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퍼즐을 맞췄다. 500피스 퍼즐을 서너 개쯤 맞춰보니, 좀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000피스짜리 퍼즐을 골랐다. 클림트의 키스가 그려진 퍼즐이었다. 배경 무늬가 그렇게 어려울 줄 상상도 못 했다. 하루가 지나고, 며칠이 지나도 완성되지 않았다. 어느샌가 식탁 한구석을 퍼즐이 차지하게 되었다. 며칠이 더 지나니 아내는 TV를 보고, 나만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생각해봤다. '아, 이놈들이 내 밥상을 차지하고 있었지.' 1000피스 퍼즐을 완성하고, 다시는 퍼즐을 맞추지 않았다.
임신 후 종종 아내는 ‘애기가 먹고 싶데’ 필살기를 시전하곤 했다. 태아는 하루에 밥 반 공기 정도만 필요하다고 본 것 같은데... 아, 스트레스 주지 말아야지. 내 안에서 여러 생각들이 터져 나왔지만, 꾹 참았다. 아기가 먹고 싶은 게 뭐가 이리 많은지, 먹고 싶다던 것은 할 수 있는 한 사다 주었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려면 체중관리도 잘해야 하기 때문에 염려가 많이 됐지만, 입덧 때문에 못 먹고 고생하는 것보다 먹고 행복해하는 게 났다고 생각하며 집 밖을 나섰다.
아내는 임신 중에 주변에서 본인보다 아기를 더 위하는 말을 할 때 종종 서운하다고 했다. “그러면 안돼, 아기한테 안 좋아.” 아내는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을 만한 것들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곤 했다. 남편의 입장에서 임신한 아내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전에는 괜찮았던 것들이었으니까. 더 주의 깊게 더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서운하다고 한 말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즈음에 나는 대학원 과제로 ‘아기에게 말하기’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정신분석적인 대화가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쓰인 책이었다. 아내가 임신 중이라 그런지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던 이 책을 통해, 태담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공허하게 흩어지는 목소리가 아니라 아기에게 메시지가 전달될 거라는 상상을 하며. 출산교육 중 조산사 선생님은 아내를 즐겁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라고 말씀하셨다. 남편의 목소리로 아내를 재미있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면, 아내에게 엔도르핀이 나오게 되고, 자연스럽게 태아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태아는 ‘아빠의 목소리는 나를(엄마의 호르몬을 통해) 기분 좋게 해’라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맞는 말일까 싶었지만, 아내가 웃으면 나도 좋으니까 알겠노라고 끄덕였다.
열심히 아내를 웃긴 결과일까, 출산 직후 캥거루 케어를 하는데, 아기가 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반응하기도 하고, 내 품에서 편하게 쉬기도 했다. 조산사 선생님은 "아기가 아빠 목소리를 좋아하네요, 아빠가 태교를 잘하셨나 봐요."라고 칭찬하셨다. 아기가 내 목소리에 반응할 때 느꼈던 그 놀라움과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