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잔! 선물!”
“헐, 대박. 어떻게 이걸 준비했어?”
“기본이지! 고생했어, 보고 싶었어...”
여름 행사로 지방 도시를 순회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나는 세서미 스트리트의 쿠키몬스터 인형을 안겨줬다. 아내의 손에는 엘모 인형이 있었다. 출장 중 어느 날, NGO 대표님의 사모님이 아내의 모습을 담긴 영상을 보내주셨다. 인형 뽑기 기계 앞에서 엘모 인형을 손에 들고 있는 아내가 ‘ㅅ’ 자 눈썹을 하고 슬픈 표정으로, 기계 안에 있는 쿠키몬스터를 보며 ‘쿠키, 쿠키’를 말하고 있는 영상이었다. 이 날 밤 아내는 행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인형 뽑기 기계 안에 있는 엘모와 쿠키몬스터 인형을 보고, 가지고 있던 현금을 다 써가며 인형 뽑기를 했었다고 했다. 심지어 사모님께 현금을 빌리면서 까지. 아내가 쿠키몬스터에 그렇게 매달린 이유는 내 이름이 ‘국희’이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 아내는 나를 쿠키(몬스터)라 불렀고, 나는 아내를 엘모라고 불렀다. (성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아내가 엘모 인형만 뽑고 애타게 쿠키를 외친 것이다. 나는 그 영상을 보자마자 화면에 나온 쿠키몬스터 인형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다행히 아내가 오는 날 전에 택배로 인형이 왔다. 그렇게 쿠키몬스터를 가지고 아내를 데리러 간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그보다 더 큰 선물을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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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집에 돌아오는 길, 아내는 쉴 새 없이 행사 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더운데 정전돼서 에어컨이 고장 난 이야기부터 어떤 보람이 있었는지까지. 재잘재잘. 이게 원래 내 삶의 소리였지. 저절로 기분이 업됐다. 집에 도착할 때쯤, 아내는 같이 편의점에 가자고 했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집에 돌아온 아내는 내 손을 잡고 이야기했다.
“여보, 나 때가 지났는데, 생리를 안 해. 그래서 좀 전에 임신 테스트기 사 온 건데, 만약에 두 줄 나오면, 당황하지 말고 축하해줘야 돼. 알겠지?”
“음... 그럼 어떻게 기뻐할까?”
화장실 앞에서 나는 아내에게 리액션 종류를 몇 가지 보여줬다. 아내의 컨펌을 받은 최종 시안은 두 손을 들고 ‘와~ 나 아빠 됐다! 여보 엄마 된 거 축하해~’였다. 아내는 화장실로 들어갔고, 나는 화장실 밖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아내가 웃으면서 나왔다.
“여보, 두 줄이야.”
“와~ 나 아빠 됐다! 여보 엄마 된 거 축하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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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네.”
아내가 말하길 동작과 대사는 연습한 대로였지만, 표정은 심각했다고 한다.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태명 정했다고 얘기했다. "우리 아기 태명은 ‘큰일이’야. 지금 우리 집에 큰일이 나기도 했고, 나중에 커서 큰일 하라는 뜻이야."
아내와 다시 밖으로 나왔다. 밤 골목을 걸었다. 둘 다 아무 말도 없었다. 아까 집에 들어올 때는 신나게 떠들었는데. 지금은 그저 각자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다.
“새로운 생명이 생기는 건 우리의 소관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관이야. 그리고 우리에게 때가 됐기 때문에 아기를 주신 것 같아. 비록 지금 여러 가지로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아직 적자난 적은 없잖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자.”
그리고 집에 들어왔다.
침대에 누웠다. 팔베개를 하고, 편한 자세를 취했다. 내가 아빠라니... 웃음이 나왔다. 엄청 심각하고, 걱정이 한가득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이 생기고 나니,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았다. 마치 우리 가정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은 기분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내는 여자 친구 같았는데, 이제 진짜 가족이 된 기분이었다.
그날 밤 처음으로 아내의 배에 손을 대고, 뱃속의 아기를 위한 축복기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