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의 일상

by 굿대디

“혹시 너네 무슨 일 있어?”

“아뇨.”/ “네?”

“너네 부부 싸움했지?”

같이 일하는 NGO의 형은 눈치가 빠르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다투고 출근을 하면, 그걸 귀신처럼 알아차린다. 나중에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무슨 일이 있는 아침에는 아침 인사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 날은 형의 질문 세례를 받게 된다. 집요한 물음에 간 밤에 있었던 일, 또는 아침 출근길에 있었던 일을 쏟아낸다. 형은 그 자리에서 우리 부부를 상담해준다. 덕분에 아내와의 서운한 감정은 사라지고 다시 손잡고 퇴근을 했다. 신기한 것은 그 형은 미혼인데... 문제를 참 잘 해결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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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의 일상은 평범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잠들기 전 이불을 덮고 눈을 감으면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그런 일상이었다. 날 좋은 날엔 근처 산책로를 걸었다. 퇴사 전 한참 바빴던 시기의 주말, 아내와 두 시간짜리 한강 데이트를 했을 때가 기억났다. 몇 주째 데이트도 못하던 때였다. 겨우 짬을 내어 한강 데이트를 했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아내가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달콤한 휴식을 취할 때였다. 옆을 보니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젊은 사람들, 연인 또는 친구와 공을 주고받고, 배드민턴을 치는 평화로운 장면을 보면서 나는 허탈한 감정을 느꼈었다. ‘저 사람들의 일상은 이리도 평화롭구나. 나는 없는 시간 쪼개서 나왔는데, 나만 바보처럼 치열하게 사는 건가?’ 한창 수저 계급론이 유행하던 시기여서 그랬는지 괜한 신세타령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퇴사를 하고 아내와 걷는 산책길에는 그런 허탈감도 비교의식도 없었다. 그저 떨어지는 햇살이 반갑고, 불어오는 바람이 싱그러웠다. 그제야 느낀 것은 내가 각팍하게, 마음에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던 시기였다는 것을. 오히려 경제적인 것은 불안정하고, 당장 이번 달은 어떻게 넘길지 고민하긴 해도, 충분히 자고, 세끼 잘 챙겨 먹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없어 시간이 많은 날은 한강까지 가는 산책로의 중간에 있는 영화관에 갔다. 영화를 보고, 근처 공원을 몇 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장을 보고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는 유행 지난 드라마를 다시 봤다. 때로는 철 지난 예능을 보며 웃었다. 대학원에서 발견한 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때로는 서로의 등과 어깨를 안마해주고, 잘 자라고 인사하는 평범하지만 여유로운 일상이었다.

지금도, 그때도 평범하지만 풍성한 삶을 살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아마도 서로 대화가 많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과제를 하고 느낀 점, 드라마를 보고 느낀 점, 일상에서 일을 하다 느낀 점,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생각을 나눴던 그 시간들이 우리의 삶을 더 다양한 색으로 채웠던 것 같다.


항상 붙어다니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다. 한 번은 아내가 출근을 하면서 행사 준비로 지방도시를 돌던 주간이 있었다. NGO의 대표님 부부와 아내가 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대구로 내려가는 날이었다. 아내를 역에서 마중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느꼈던 허전함, 집에 돌아왔을 때, 식탁에 쏙 들어가 있는 식탁 의자와 가지런히 접혀 있는 침대의 이불을 보는 순간 아내가 너무나 보고 싶었었다. 그래서 30분 전에 헤어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말을 할까 고민도 안 하고,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보처럼 왈칵 눈물이 나왔다. 보고 싶다고. 아내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그리고 아내도 울먹거렸다. 우리는 그날 최고의 민폐닭살커플이 되었다.

닭살이면 어떻고, 유난이면 어쩌랴.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렇게 유난도 떨어봐야지. 그리고 이렇게 유난 떨 수 있는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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