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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러코드 Nov 04. 2024

컬러[그늘지고] 자세히 보고, 지켜주세요.

숨은이끼모스그린색


(타이머신을 타고 약 25년 전으로 돌아간다)

새벽부터 물 흐르는 소리, '소ㅑ~ 쏘ㅑ~'

수세미질 소리, '쓱쓱~ㅆㅆ쓲~'


주말인데도 아침잠을 깨우는 시원한 소리들,

분명 현관문은 굳게 입을 닫았는데도 소리는 너무 생생하게 들린다.

눈과 몸은 깨어나지 않았지만, 귀만 깨어 잠을 설치며 속으로 한탄을 한다.


사회에 불만이 많을 때, 일단 몸이 고단하며 방해받고 싶지 않은 육춘기..

까칠한데도 큰소리치지 못하고 영혼이 잠을 깨기만을 기다리는 때가 있었다.


그때는 부지런한 엄마의 이끼를 없애는 손놀림의 공연이었다.

왜 꼭 그 시간에 그렇게 부지런을 떨어야 했을까.


'가족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손님을 위한 미관상의 관리였을 것이다.'

'나 스스로를 위한 안심이었을 것이다.'


마당에 초록초록하게 곰보처럼 난 곳도, 넓게 퍼져 버짐처럼 보이는 곳도,

시멘트 바닥이 윤기가 날 만큼 빡빡 솔로 밀어서 꼭 광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날이었다.


외출을 할 때면 잘 피하지 못하다가 물벼락을 맞고는 외출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잘 보고 걷지 않으면 물이 튀어 바지를 다 버려서 옷을 다시 갈아입고 가야 하는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약 25년 정도가 지난 지금 그때 그 "이끼"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끼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

문득, 뜬금없이,


그렇게 솔질에 방해받지 않았다면 얼마나 자유로웠을까.

집단으로 행복하게 얼마나 강하게 자라날 수 있었을까.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쳐도 없애려는 사람뿐이었을까.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계획해도 실천할 수 없는 환경이었을까.

소리를 쳐도 들어주는 사람 없는 메아리만 들려오는 것이었을까.



오늘의 컬러카드는 이끼의 그린색에서 자연스러운 터줏대감노릇의 어두운 녹색에 옐로가 약간 추가된 배경색에 옐로가 많이 보이는 여린 힘없는 밝은 모스그린의 색으로 배색하여 숨은이끼의 진면목을 찾아보려 하였다. 어두운 곳에 있어 톤(tone-명도와 채도)이 낮아 보이거나, 빛이 없어 회색톤으로 보이거나 하는 모습에서 이끼(moss)의 본질을 찾아 자세히 봐야 예쁜 작고 여린 이끼집단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4억 년 전 등장한 자생력이 강한 너를

왜 그렇게 수세미로 문질러 없애려고만 했을까.


이제야 천년 이끼 스칸디아모스는 화려하게 염색된 모습으로 왜 사랑받는 것일까.


역할은 똑같은데 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끼를 직접 보여줄 기회가 있을까. 수세미질 소리를 들려줄 기회가 있을까.

그 흔한 비싼 스칸디아모스로 이끼에 대해 설명은 하겠지만 관상용의 아름다움으로 기억하겠지.

때론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도 들려주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줘야 할 텐데..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집단을 이루고 살지만 늘 공격당하고 외로운,

자세히 보면 작고 부드럽고 예쁘다.

뛰어난 수분 능력도 최고이니,

끈질긴 생명력 지켜줘야 한다.


산불이 쓸고 지나간 곳에는 인위적으로 이끼를 뿌려서 토양의 재생하는데 쓰이기도 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하기에 현재 우리에게는 매우 필요하다.


장점도 많지만,

물에 고인 이끼가 방치되었을 때는 썩는 냄새가 하늘을 찌르므로 조심해야 한다.


나는 이끼의 장점처럼 사는가.


나는 이끼의 단점처럼 사는가.


사회에서 그늘진 이들을 자세히 보고, 지켜주세요.

조그마한 관심에도 새로운 인생을 살 수도 있으니까요.


영화 '이끼'를 떠올리며.......



오늘, 네 마음은 무슨 색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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