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믹싱로제색
매일 삼시 세끼 밥을 먹어도 멀 먹을지 고민한다. 그래도 다양한 문화가 교류되어 음식도 즐길거리가 많아졌다. 밥순이여서 면을 잘 먹지 않았는데, 엄마 밥에서 멀어지면서 면도 즐겨 먹은 것 같다. 특히 아이들도 밥을 제대로 먹기 시작하면 스파게티도 먹고~ 라면도 먹고^^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줄 때 '로제(Rose)'파스타를 알게 되었다. 전혀 궁금하지 않다가.. 아이가 너무 맛있다고 또 로제파스타 소스를 사달라고 졸라서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가 혼합된 것. 음식에 문해안인 나로서는 많은 걸 깨닫게 되면서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로제(Rose)'는 프랑스어로 '핑크색' , '장밋빛'을 의미한다. 토마토와 크림을 혼합했을 때 나타나는 색깔에서 유래되었다. 그럼 붉은 토마토와 흰색 크림이 섞이면서 농도에 따라 핑크색 또는 연한 주황색을 띠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관찰해 보시라. 로제 파스타는 거의 연한 주황색부터 조금 진한 주황색, 대부분 핑크빛을 띠는 포장지로 디자인되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와인에도 로제와인이 있는데, 적포도와 백포도를 섞어서 만든 와인으로 색깔이 꼭 로제 소스와 비슷하다. 그래서 '로제'라는 이름이 붙었을 가능성이 크다. 무언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색이라 채도가 약간 낮으면서(뿌옇고) 인공적인 느낌이 나지만 신비롭고 설레는 색이다.
결국 기본의 재료가 탄탄했고, 그 재료들을 발전하게 된 것이 사람들에게 인기로 연결된 것이다.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이가 들고 배움과 경험이 많아질수록 직업의 개수도 늘고 역량도 늘어난다. 그러면서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기대를 하지만 늘 정체성이 아리송한 상태일 것이다.
로제 파스타는 20세기 중후반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크림소스를 포함한 다양한 퓨전 요리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기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로제 파스타가 메뉴에 추가되면서 확산되었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음악, 스포츠,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받아 퓨전, 크로스오버 등의 용어로 발전되었으리라.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말이다.
나는 시각디자인에서 약 15년 전 '크로스오버'로 표현된 광고기법을 석사연구로 진행하였다. 음악에서 유래된 '크로스오버'를 디자인에 적용한 첫 연구자이다. 그만큼 이 세기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 합성, 이제는 Ai와 모든 것이 합쳐지면서 나만의 기술과 디자인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이다. 하나의 캐릭터로는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새로움을 계속 받아들여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무언가와 어떻게 결합연구할지는 스스로의 평생의 숙제가 아닐까. 전공과 직업을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요즘 시대에는 한가지의 전공, 직업을 하는 사람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많은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것을 '창직(직업을 창조하다)'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내가 33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것도 그런 맥락임을 알 수 있다. 툴을 잘 다룬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다가, 아동미술지도자, 심리치료, 컬러리스트, ESG경영, 공공디자인 전문자격, 로컬크리에이터까지 비슷한 분야이지만 준비자세를 임한다는 것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넌 왜 힘들게 살아가니? 가 아니라 배움과 연구에 관심이 많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 인지 궁금해서 실험해 보는 과정인 것 같다. 디자인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기존에 있는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결합하고 빼고 나눌지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대부분이 천재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노력천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생아에 지독한 열등감을 가진 직업이 많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아니다. 40년 동안 3만 장의 노트를 쓴 다방면에 관심을 글로 정리한 천재이다.
다양한 분야의 생각, 연구, 아이디어 등을 맞고 틀리고의 두려움 없이 거의 매일 2장씩 쓴 것이다.
결국 하루아침에 대단한 사람이 되기는 힘들다. 잘하려면 매일 해야 하고,
나를 알아야 한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거기에 어떤 양념을 추가하면 더 맛있는 내가 될지,
고민하지 말고 당장 행동해야 한다.
토마토와 크림이 만나 '로제'라는 맛있는 맛과 향과 질감과 형태를 만들어 내듯이,
이 맛과 색상과 향에서 나에 대한 또 다른 관찰과 준비를 위한 새로움을 준비하는 것 정말 중요하다.
오늘은 로제파스타를 먹으며
나는 어떤 색상으로 재료를 준비하고 있는지 정리해 보는 오늘이 되면 어떨까.
우리 꿈나무들에게도 지금 하고 있는 제일 재미있는 것이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의 역량으로
새로운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어른들의 힘이 필요한 시대이다. 물론 예의와 기본태도는 지키면서 말이다.
오늘 당신의 색은 무슨 색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