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씨앗명란젓갈색
지난주 일본에서 손님이 왔습니다.
12년 전 사진을 찍은 후, 오랜만의 만남입니다. 너무 반가워 공항까지 한달음에 달려갔지요.
한국에서 기억남을 무슨 선물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옆에 있던 선배가 명란젓갈을 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줄 것도 함께 샀다고 하며 건네줍니다.
고마운 마음이었지만 시아버님이 좋아하셨던 명란을 살아계실 때 종종 사드렸던 터라 생각이 먼저 났지요.
눈에 잘 띄지 않는 한 알 한 알이
입안에서 가장 오래 여운을 남깁니다.
수많은 이야기 삶의 조각으로요.
밥 한 술 뜨고, 명란 한 점 올렸을 뿐인데
입 안에 작은 파도가 일렁입니다.
소리 없이 스며드는 바다의 맛.
숙성된 기억이자 색으로 전해지는 감정입니다.
명란젓갈은 작지만,
그 속엔 바다와 사람, 기다림과 계절이 녹아 있습니다.
명란젓갈의 본래는
명태의 알주머니, 즉 난소(卵巢)에서 시작됩니다.
갓 잡아 올린 명태의 알은 미세한 노르스름함을 띠지만,
소금에 절이고 시간을 보내며 서서히 투명한 핑크빛, 연한 주홍빛,
그리고 진한 명란의 붉은빛으로 변해갑니다.
그 색은 살아 있던 바다의 시간이며,
소금과 바람, 기다림이 만든 숙성된 붉음입니다.
명란젓갈을 씹는 순간,
수천 개의 알갱이가 터지며
은은한 짠맛과 함께 바다의 내음이 번집니다.
그 짠맛은 단순한 자극이 아닙니다.
파도의 침묵,
그물에 걸린 명태의 떨림,
그리고 염장이 되어 잠든 시간들이
한순간 입속에서 깨어나는 감정입니다.
누군가는 고춧가루로 진한 색을 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밝은 연분홍빛을 지켜냅니다.
양념의 농도, 숙성의 시간,
그리고 손맛의 습관이
그 색을 다르게 물들입니다.
그건 마치 같은 바다라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것처럼요.
하얀 밥 위에 올려진 붉은 명란.
그 한 점은 작지만
그 속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한 입으로 전해지는 삶의 조각입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입안에서 가장 오래 여운을 남기는 붉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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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및 참고 자료*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4040202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