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게임 좀 하셨던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쓰는 나를 비롯해 우리 회사에 다니는 상당 수가 저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왜냐면… 게임 회사이니까.
나는 커서 뭐가 되었냐면, 게임 만드는 사람중 하나가 되었다. 게임에 대해 걱정이 많으신 부모님들께 이번 주제는 어쩌면 조금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동안 게임을 하고, 만들고, 지켜본 내용에 대해 조금만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자, 여기 a, b, c, d 네 사람이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 마을 밖을 나가면 몬스터가 있고, 그 몬스터를 때려잡으면 아이템을 드롭하고,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스토리에 따라 마을을 이동해야 하는 그런 게임.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평범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게임에서 얻은 경험은 동일할까?
A: A는 효율을 중시한다. 최단 시간 레벨업을 목표로 맵을 분석 후, 효율이 좋은 몬스터가 많이 나오는 구역을 선점해 사냥을 한다. 무기와 장비도 비교 분석 후 가장 대미지와 방어력이 잘 나오는 세트를 조합했다. 가장 좋은 직업과 가장 좋은 스킬 조합을 찾기 위해 게시판을 기웃거린다.
B: B는 길드 가입이 가능한 레벨이 되자마자 길드에 가입했다. 매일 저녁 8시에 사람들과 함께 몬스터를 잡아 레벨업을 하고, 새로 들어온 길드원들에게 게임을 가르쳐 주며 함께 게임하는 것이 즐겁다. 오늘도 몬스터에게 둘러 쌓여 죽을 뻔한 초보 유저를 구해주고 친구가 한 명 더 늘었다.
C: C는 게임을 설치하고 첫 마을에 떨어지기까지 무려 3시간이 걸렸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열과 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C는 게시판에 NPC나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그려서 올렸다. 사람들이 잘 그린다고 칭찬해 주는 게 너무 즐겁다. C는 이번에 용돈을 받으면 새로 나온 아바타를 사려고 한다. 지금 헤어랑 찰떡같이 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
D: D는 사이트에 올라온 다음 업데이트 공지를 살펴본다. 스킬 조정? 내용을 보니 이제 다른 직업이 뜰 것 같다. 이 직업에 필요한 아이템을 지금 미리 선점해 두면 업데이트 후 돈을 좀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곧 가격이 떨어질 아이템을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팔았다. 그리고, 이제 곧 오를 아이템을 리스트 업 한 뒤 개인 상점을 돌며 사재기했다.
자, 이래도 넷이 같은 게임을 했다고 할 수 있나? 이 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낭비만 했나? 여러분들은 위 사례에서 유저 각각의 성격과 관심사,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취향과 재능이 게임 플레이에도 그대로 반영되기에, 같은 게임 내에서도 각 유저들이 보는 세계와 경험은 유저의 수만큼 다양하다. 게임의 세계도 결국 실제 살아 있는 인간들이 만드는 작은 규모의 인간 사회이기에, 각각의 유저가 게임을 하면서 얻은 경험은 현실에서 얻는 경험의 가치와 거의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게임이 백해무익하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있어 게임이란 여자들의 떡볶이처럼 사교 수단 중 하나이다. 게임으로 인해 서로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게임 스타일에 인성이 꽤 많이 반영된다. 마치 like 운전) 그걸 아예 막아버리면 아이가 친교를 쌓을 시간이 부족해진다.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식칼을 쓰다 손가락이 베이면 식칼 탓이 아니라 부주의한 사용자의 탓이다. 게임이 인생에 방해가 되었다면 어디까지나 그것을 잘못 사용한 사용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면서 사회에서 필요한 스킬을 연마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이 IT업계이지 않을까.) 이런 이유로, ‘어떤 게임’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가 시간이나 금전에서 자제력 없이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면 애초에 자녀가 살아가는 방식이 그런 것이다. 게임을 탓할 것이 아니다. 그 아이는 애초에 자기 조절력이 부족한 아이이고, 게임을 통해 드러났을 뿐이다. 부모님이 아이와 싸워 가며 플레이 시간을 제한하고 아이의 스케줄과 용돈 사용을 컨트롤해 봤자, 그 아이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대학생이 되는 순간에 자기 조절력 부족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 그런 분이 계신다. 학생 시절에 부모님이 게임을 전혀 못하게 해서 대학생이 되고 집을 떠난 뒤에 하루 종일 게임하며 사신 분이……. 어린 시절이나 돈이 없을 때 사지 못했던 무언가에 한이 맺혀서 콜렉팅 하고 집착하는 사람. 그것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자녀가 게임에 빠진 것 같다면 시간을 제한할 생각을 하기 전에 아이에게 어떤 부분이 재미있는지 물어보길 바란다. (다짜고짜 무슨 게임하냐고 물으면 안 가르쳐 줄 수도 있으니.) 아이가 그 질문에 성의 있게 대답해 준다면, 당신은 아이의 관심사나 재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자녀가 게임을 끊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당장 무슨 게임을 하는지 알아내서 당신도 하면 된다. 자녀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훈수를 두고, 같이 플레이하자고 매일 졸라 보시라.그럼 빛과 같은 속도로 게임을 그만둘것이다! (자식이 게임을 안 그만 둔다면 그들의 세계를 더 이해 할 수 있는 부모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