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에세이 『속 깊은 무관심』을 읽고
책방에 앉아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가 멈췄다.
『속 깊은 무관심』.
표지엔 붉게 물든 손톱 하나가 크게 그려져 있었고, 제목은 그 어떤 구호보다 조용하고 단단했다.
무관심이라는 단어는 때때로 차갑게 느껴지지만, 김수현 작가는 그 단어 앞에 ‘속 깊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 말 하나 덕분에, 나는 이 책이 ‘차가운 단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마음을 지키는 거리두기’에 대한 기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관심은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책 속 어느 페이지에서 읽은 문장이다.
우리는 때때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끝없이 맞추고, 버티고, 감내한다.
하지만 그 모든 배려가 나를 점점 지워가고 있었음을, 이 책은 조용히 짚어낸다.
김수현 작가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관계의 최소 단위는 나’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내가 불편해지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그 말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건강한 기준이다.
나는 책방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고, 무리하게 맞추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마치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듯 ‘괜찮은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내며,
내 마음 하나쯤은 아무렇지 않게 밀어두었던 날들이 있었다.
『속 깊은 무관심』은 그런 나에게 말해준다.
당신이 버티고 있는 하루가 충분히 의미 있고,
모든 것에 반응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을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는 그 말을 천천히, 깊이 받아들인다.
무관심을 배우는 일이 곧 무정해지는 것이 아님을.
오히려 그것은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것을.
책장을 덮고, 나는 문득 내 일상의 균형을 떠올려 본다.
내가 책임져야 할 것과 놓아도 될 것을 가르는 감각.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하는 태도.
김수현 작가는 말한다.
“속 깊은 무관심은 결국 나를 살리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 말의 무게를.
오늘도 책방 문을 열며 다짐해 본다.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보다는, 나에게 진실한 사람이 되기로.
내 안의 조용한 울림에 귀 기울이는 하루를 살기로.
그리고 그런 마음에 꼭 필요한 한 권,
이 책은 분명히 나에게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