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으며
책방 문을 닫고 불을 끄기 전, 오늘 하루를 조용히 돌아본다.
책이 많이 팔린 날도 아니고, 특별한 손님이 다녀간 날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득 찬 날이 있다.
그럴 때면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떠올린다.
이야기는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으로부터 시작된다.
겨울바람이 매서운 날, 그는 교회 앞에서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먹고살기 빠듯한 자신의 형편을 생각하면 외면하는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몬은 결국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따뜻한 수프를 나누고, 아내의 외투를 내어준다. 그 작은 선택 하나가 이 이야기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그 남자, 미하일은 사실 하느님의 명을 받아 인간 세상에 내려온 천사였다.
그는 인간 곁에서 살며 세 가지 질문의 답을 배우게 된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미하일이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인간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고 자신을 거두어 준 시몬 부부를 보며 그는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이 장면을 읽을 때마다 나는 책방에 들어와 조용히 책을 고르다 가는 손님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계산대 앞에서 나누는 짧은 안부 인사, “이 책 참 좋아요”라는 한마디.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사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질문의 답은 조금 서늘하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미래를 아는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다.
오래 신을 신발을 주문한 부유한 여인은 그날 밤 세상을 떠난다.
우리는 늘 내일이 당연히 올 것처럼 계획을 세우고, 걱정을 쌓아 올리며 산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말한다. 인간은 자기 삶의 길이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존재라고.
마지막 질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은 이 이야기의 가장 따뜻한 결론이다.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며 산다는 것. 고아가 아닌데도 고아들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여인을 보며 미하일은 비로소 모든 답을 얻는다.
책방을 운영하며 종종 ‘이 일을 왜 계속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더 효율적인 선택도, 더 빠른 길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에 몇 사람, 아니 단 한 사람이라도 이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내려놓고, 책 한 권으로 위로를 얻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날이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큰 교훈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아주 소박한 장면들로 우리를 설득한다.
추운 날 외투를 내어주는 손, 말없이 함께 먹는 따뜻한 수프, 계산되지 않은 선택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때 가장 인간다운 존재가 되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책방 문을 닫으며 생각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마도 나는,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건네는 작고 느린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