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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Dec 30. 2020

한강뷰 맛집이라길래 가봤습니다

콘래드 호텔 투숙기


왜 그랬을까. 난 콘래드 호텔이 

엄청 오래되고 낡은 곳이라 생각했다.


아마 여기까지 읽고 '엥? 뭔 소리야'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낡고 오래된 곳이라는 나의 생각은 나 혼자만 하고 있었던 '착각'이다. 아무래도 콘래드 호텔 공식 사이트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어딘가 묘한 공식 홈페이지


콘래드 호텔 사이트만 보면 정말 뭐랄까 인터넷 하면 전화 통화를 할 수 없었던 모뎀 시절의 사이트가 떠오른다. 참고로 나는 '유니텔'을 썼었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콘래드 호텔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주변에서도 그렇고 SNS에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다들 하나같이 '한강뷰 맛집' 이라며 만족해했다. 누구 하나쯤은 '별로야'라고 하기 마련인데 유독 콘래드는 칭찬이 자자했다.

궁금해졌다.


왜 저 호텔에 내 나이대 또래들(20 후반 30 초반)이 좋아하는 걸까. 이유가 뭐지.

호텔리뷰어로써 그 답을 알아야겠다.



그렇게 난 콘래드 서울 로비에 서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이번 글 후반부에 콘래드 호텔 레스토랑 이용 꿀팁을 담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서 호캉스 할 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럼 시작해보자.


#로비


자칫 방심하면 길을 잃기 쉬운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로비로 올라가려는데, 어?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사람이 많다. 시계를 본다. 오후 4시.


이 시간이면 3시 정시 체크인하는 사람들 1차적으로 쫙 빠지고 그나마 여유 있는 시간일 텐데. 아직도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오...

생각보다.... 멋지다.


엄청나게 높은 층고 덕에 웅장함마저 느껴진다. 아직 11월이지만 벌써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되어 있다.


트리를 보니 크리스마스라는 설렘이 있지만, 벌써 올 한 해가 끝나간다는 사실에 괜히 기분이 묘하다. 올 한 해는 정말 살면서 역대급 변화가 있었다. 퇴사부터 체크인 탄생 그리고 펜데믹까지.


콘래드 호텔 1층 로비

잠시 촉촉하게 올 한 해를 더듬어보고 있었다.
나머지는 연말에 혼자 정리해보기로 하고 일단 체크인부터 하자.

역시는 역시였다. 체크인 대기가 있다. 한 2-30분 정도 걸릴 것 같다. 그 시간을 이용해 사람들을 관찰해보았다. 근데 하나같이 모두 작은 캐리어를 끌고, 양 손 바리바리 짐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행복해 보였다.


이 곳에선 뭔가를 축하하거나 기념하기 딱 좋은 곳인가?라는 추측을 해본다. 체크인 대기를 하면서 사람들이 짜증하나 내지 않고 다들 뭔가 설렘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콘래드 호텔 1층 로비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천장엔 은행잎처럼 생긴 조형물들이 매달려 있다. 왜 하필 은행잎일까.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다. 살짝 검색해보니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여의도의 상징이면서 ‘행운과  뜻하고,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은행나무를 인테리어 모티프로 선택했다. 덕분에 호텔 로비와 객실 통로  다양한 공간에 은행나무 문양이 녹아 있다> 한다.


이런 디테일의 이유를 찾을 때마다 이상한 쾌감이 있다. 독자분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있어서 그런 듯하다.


드디어 내 차례.

내가 예약한 패키지는 '스테이  다인' 패키지이다. 어려운 거 없다. 이 패키지로 예약을 하면 나에게 10만 크레딧을 준다. 10만 원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 크레딧으로 호텔 내에 있는 F&B 시설(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벌써 설레지 않는가.

 재밌는   스테이  다인 패키지는 온라인으로 예약이 안된다.


호텔 공식 홈페이지 '프로모션' 페이지에 맨 아래에 숨어 있었으며 심지어 전화 예약만 가능하다.

사진 출처 : 콘래드 공식 홈페이지

뭔가 숨겨놓은 보물을 찾은 거 같아 뿌듯했다. 그래서 난 주저하지 않고 전화로 예약을 진행했다.

자세한 건 글 아래에서 더 떠들기로 하고 

우선 객실로 가보자.

콘래드 호텔 객실 복도



#객실보기 전에 뷰부터


콘래드는 전체 37층. 그중 내가 배정받은 객실은 32층. 생각보다 높은 층에 배정받아 괜히 뭐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더욱 기대가 커졌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한강은 과연 어떨까. 두근거린다.

드디어 객실로 입장합니다


카드 키를 찍고 문을 연다.


오... 로비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낀다.
생각보다 더 멋지다. 넓다. 더 자세한 건 조금 이따 살펴보기로 하고 커다란 창문 쪽으로 가본다.
오케이..  밖을 보니 이제 이해가 간다.


 사람들이 여기를 한강뷰 맛집이라고 부르는지.

왜 콘래드 호텔은 '한강 전망'을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말이다.

p.s 콘래드 객실 타입 중 '프리미엄 룸'은 모두 한강 전망이다.

콘래드 서울 뷰


시그니엘 서울에서 봤을 때랑 느낌이 다르다.
시그니엘 서울은 애초에 너무 비현실적으로 높은 곳(투숙 당시 96층 배정)에 있기 때문에 '우와'라는 말은 나오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콘래드는 어느 정도 현실 감각이 있는 뷰를 자랑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불빛들이 하나둘씩 모여 서울의 밤을 밝힌다.

한강이 완전 코앞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거리면 오히려 '구경하는' 느낌이 나서 좋다. 너무 멀리 있었으면 잘 안 보인다고 뭐라 했을 것이며 너무 앞에 있으면 한강을 넓게 바라볼 수 없다며 뭐라 했을 것이다.


콘래드는 딱 적당한 선을 지켰다.

사실 객실에 오자마자 어두운 밤의 뷰를 봤으니 낮에는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날 체크아웃하기 전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가장 밝을 때 한 컷 찍었다.

낮의 느낌은 다음과 같다.
전날 화려하게 꾸미고 나가서 밤새 놀다 집에 들어와 뻗는다. 그리고 다음 날엔 집에서 수면바지 차림으로 뒹굴거리는 느낌. 수수하다. 하지만 그 자체로 충분하다.

콘래드 서울 낮의 뷰



#객실


한참을 창 밖을 구경하다 이제서야 객실을 다시 둘러본다. 사실 난 한강뷰도 좋았지만 객실도 인상 깊었다. 특히 살짝 어두운 콘래드 호텔의 조명이 맘에 든다.

은은한 주황빛 조명은 나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듯하다. 잠시 책상 앞에 앉아 한 주 일정을 정리하고, 짧은 독서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이 모든 행동에 '몰입'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조명 밝기 덕분에 객실 공간의 밀도가 더욱 높아졌다. 너무 밝았으면 창문에 객실이 비춰 한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객실이 넓다 보니 조명 빛을 겹겹이 쌓아 공간 안에서 깊이감을 더해지며, 분위기 또한 차분해졌다. 맥주나 캐주얼 칵테일보단 위스키나 와인 한 잔이 더욱 어울리는 곳이랄까. 찐하다.


그리고 재밌는 디테일이 있다면 바(BAR)가 생각나는 디자인으로 객실 물품들을 비치해 놨다는 것.
확실히 콘래드는 세련된 포인트가 뭔지 알고 있는 듯하다.


사실 나는 호텔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 짧게라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이 날도 어김없이 책상 앞으로 간다. 종이를 여기저기 펼쳐놓으면서 일하기 충분한 크기. 음식을 이것저것 올려놓기에도 넉넉한 크기이다.

만족스럽다. 기분 탓일까. 괜히 자기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기분은 짜릿하다.


책상에 앉아 있는데 위 우측 사진처럼 요상한 버튼이 하나 보인다. 괜히 눌러보고 싶다.
눌러보니 세상에, 책상 위 조명의 '정가운데'에서 불이 들어온다. 마치 공연장에서 주인공만 잘 보이게 비추는 하이라이트 조명처럼 특정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의외로 재밌는 포인트라 생각한다.


그러다 꽤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이런건 또 처음 봤네.

책상 옆에 놓인 '다이슨 헤어드라이기'


1박에 70만원이 넘는 곳부터 10만원대 호텔까지 총 70군데를 넘게 다녔지만 호텔에서 '다이슨' 제품을 쓴 것은 처음 봤다. 엄청난 디테일이다. 마치 '우리 콘래드는 이 정도 급의 브랜드도 쓴다' 라며 당당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


헤어드라이기도 분실률이 높은 물품에 속한다. 커피포트도 가져간다는데 드라이기쯤이야. 물론 도난방지를 해놨지만 대단한 용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디테일 하나 때문에 콘래드 브랜드 이미지가 더욱 좋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보면 볼수록 매력 있다 이 곳.



#화장실과 욕실


개인적으로 화장실&욕실이 맘에 들었다.
이 공간도 침실 못지않게 큼직하다. 그리고 일단 고급스럽다. 화려하게 럭셔리한 느낌은 아니다. 이들의 뷰처럼 적당한 선을 지키는 고급스러움. 심지어 화장실&욕실 공간에 들어왔을 뿐인데 마치 '성공한 사람'이 된 것 같다.

화장실&욕실 같지 않다. 그냥 또 다른 공간처럼 다가온다. 화장실에서 기분이 좋아질 줄이야.


자꾸 들락거리고 싶어 진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세면대에 작은 TV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 이런 디테일은 포시즌스 서울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콘래드에서도 보니 반갑다.

 옆에 욕조에서  TV 보일까? 

궁금해진다. 바로 욕조 안에 들어가 본다.


아쉽게도 그 TV는 보이지 않는다. 뭐 그럴 수 있지. 오히려 욕조에서 반신욕 할 땐 반신욕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잘된 일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옷 입은 채로 욕조에 들어가 잠시 화장실&욕실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보니 욕조 옆에 작은 창문이 있다. 그리고 그 창문 너머로 침실이 보였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혹은 연인관계라도 화장실에서의 활동을 공개(?!)하기엔 부끄럽다. 그럼 이 창문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될 텐데...


역시 콘래드였다.

세면대 바로 옆에 'MAGIC GLASS'라는 스위치가 있다. 설마...? 눌러본다.


누르는 순간 그 창문이 

불투명으로 '샥!' 하면서 바뀐다.

역시는 역시였다.

Magic Glass


#콘래드 호텔에서 공짜 음식 먹기
VVERTIGO


이건 정말 꿀팁이다.

스테이 앤 다인 패키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패키지이다. 그마저도 홈페이지 구석에 숨어 있다. 그리고 전화예약만 가능하다. 살짝 귀찮다.


하지만 이걸로 예약하면 10만원 가치를 가진 10 크레딧을 준다.  10 크레딧으로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할  있다. 즉, 호텔 투숙비용만 냈을 뿐인데 10만원이 생기는 기분이다.


이 정도면 전화예약을 3번이고 더 할 수 있다.

귀찮지 않다.


이건 내 추측이지만 호텔을 잘 모르는 분이라면 이 좋은 패키지를 놓칠 것 같았다. 우리 호캉스 러버들은 이게 왜 좋은지 알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한 번 설명을 해보겠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활용했는지 까지.

콘래드 호텔엔  7개의 레스토랑 그리고 1개의 전용 라운지가 있다. 라운지를 제외하고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호텔 레스토랑이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쿨하게 이용을 하자니 가격대는 쿨하지 못하다.


심지어 레스토랑이 무슨 7개씩이나 되다니. 그래서 그중 콘래드에서 어디를 가보는 게 좋을까 고민을 했다. '어디를 가야 콘래드 갔다~!'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무리 10만 크레딧을 받는다고 해도 음식 메뉴 하나에 13만원 이래 버리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전략적으로 생각해보자.


좋다.

이런건 아무래도 필드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저녁엔 다른 일정이 있어서 호텔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음날(체크아웃하는 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싶었다. 그리고 10만 크레딧을 사용할 것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직원분께 전달하니 그분께서 'VVERTIGO(버티고)'를 추천해주셨다



다음날 바로 가보기로 한다.
입구부터 뭔가 예사롭지 않다.

VVERTIGO 입구


여기는 가격대도 메인 메뉴 한 개당 2-3만 원대이다. 이 정도면 적당하다. 그리고 여기 알고 보니 인스타에 그렇게 많이 올라왔던 곳이었다. 특히 야외에서 행복하게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드디어 나도 여기서 즐길 수 있는 걸까?

원랜 이런 느낌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갔을 당시 비가 조금씩 오는 바람에 야외에서 식사를 즐길 순 없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야외는 운영 안 했음 떼잉..


하지만 괜찮다. 내 돈 안 쓰고 아침 겸 점심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렌다.
원래 음식은 남의 돈으로 먹을 때가 가장 맛있는 법.


'스테이 앤 다인' 패키지 덕분에 난 이곳에서 상당히 푸짐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뭘 먹어볼까.


그냥 먹고 싶은 거 다 시킨다.


그렇게 샐러드, 수프, 오믈렛, 팬케이크, 커피 등 식사메뉴를 4개나 시켜버렸다.


패키지로 받은 10만 크레딧을 어떻게든 다 쓰겠다는 굳은 의지. 그리고 돈 걱정 안 하고 먹고 싶은 것을 쿨하게 고를 수 있다는 행복. 사진도 찍기 전에 일단 입으로 넣고 보는 패기.



야무지게 딱 9만9천원 나왔다.
10만 크레딧 덕분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 단순히 한강뷰 맛집이 아니었다


 곳을 그냥 '한강뷰 맛집'이라고 

  요약해버리기엔  아쉽다.


내가 투숙했을 당시 '프리미엄(한강 전망)' 객실의 가격은 30만원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호텔들과 비교했을 때 콘래드 호텔의 확실한 매력이 있었다.


너무 럭셔리함보단 '적당한' 럭셔리함을 원하고, 4-50만원 정도 하는 금액은 살짝 부담스럽지만 30만원선까진 낼 의향은 있는 그런 상황. 이왕이면 한강까지 시원하게 딱 보이면 좋지 않을까 라는 바람. 거기에 욕조도 있고 객실도 넓었으면 하는 마음. 이걸 다 갖춘다는 것은 욕심일까.


그렇지 않다.

콘래드 호텔은 이 모든 걸 다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너무 럭셔리해서 중후하거나 위압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을 모두 갖추고 있다. 넓은 객실에 바로 앞 한강까지. 거기에 각종 재미난 패키지 상품들은 덤.


엄청나게 비쌀 것 같이 생겼지만 막상 비벼볼 만 하단 생각이 드는 곳. 
그리고 최상의 경험을 하고 오는 곳.


이러니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 콘래드 호텔을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콘래드 아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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