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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 Mar 24. 2018

책) 일상기술연구소

일 벌이기의 기술 

http://www.yes24.com/24/goods/40722645?scode=032&OzSrank=1


p. 60

- 때로 사소한, 충동적이거나 즉흥적인 동기,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해 발언하고 싶은 마음, 이런 게 행동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요. 저희가 시작하게 된 계기도 그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언제까지 기성의 틀에 맞춰서 공모에 지원한 뒤 기다리고, 되면 좋고 떨어지면 상심하고, 이렇게 흘러가야만 하느냐는 의구심이 들었죠. 그렇다면 소량이라도 직접 만들어서 스스로 뻗을 수 있는 수준까지 뻗어나가 보자, 이런 마음으로 시작헀어요. 그래서 독립출판물을 보면 대체로 굉장히 자연스럽고 야망이 없죠. 


p. 69

- 제가 정한 기준의 하나가 가까운 사람하고 일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근데 주로 뜻은 가까운 사람하고 맞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의기투합하거나 으쌰으쌰 한다는 측면이 제가 일할 땐 아예 존재하지 않고요. 그냥 무엇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할까, 그 사람이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섭외해서 한 팀을 꾸리고요. 일을 할 때도 그렇게 자주 만나지 않고 이메일이나 문자로 소통하고 클라우드 상에서 보통 일을 한 뒤 결과물을 낸 다음에 다시 흩어져요. 회식도 잘 안하고요.


p.70

- 일을 할 때 오히려 친분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요구할 수 있고 잘못을 지적하기도 쉬워요. 그게 아니면 '아, 그래도 저 사람이 나랑 몇 년 동안 친구였는데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이렇게 머뭇거리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와는 늘사담을 하고 친하게 지내고요.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따로 있어요. (중략) 거기에 온라인이 저한테는 굉장히 좋은 수단이죠. (중략) 평소에 여러 사람이나 소스들을 계속 수집해놓아요. 그리고 필요할 때, 해단하는 사람에게 접촉하고 제안하는 거죠. (중략) 일단 만나서 그 분위기를 이용해서 설득해보는 식으로는 절대 안 하고요. 전화로도 안 하고, 무조건 이메일로 합니다. 이메일로 얘기할 때 두가지 철칙이 있어요. 첫째, 최대한 자세히 얘기한다. 


p. 71

- 왜 이 일에 섭외를 하는지, 어떤 단계로 일을 진행할 건지, 그리고 왜 굳이 당신이어야 하는지(가장 중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요. 페이도 있든 없든, 많든 적든, 얼마인지 첫 번째 이메일에 얘기하는 편이에요. 

- 저희 세대에서 2016년에 어떤 일을 할 때 큰 타이틀이나 영광을 얻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타이틀이 많고 여러 가지 일을 산만하게 벌이는데요, 제가 주체인 일도 있고, 을이나 정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여러 역할을 하는데 이런 요소들이 다 뭉쳐져야 그나마 영광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되지, (중략) 한 문장으로 계속 통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유독 제가 그렇게 못하는 유형이기도 하고요. 거리가 멀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한 우물만 파는 사람, (중략) 장인은 포기하고, 산만하게 여러 가지 역할과 방법, 주기를 뒤섞어서 살면 큰 영광은 없어도 가늘지만 길게 이어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p. 76 

-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메일을 쓸 때도 스스로 체계를 잡으려고 자세하게 쓰게 돼요. 내가 이걸 왜 하는지를 스스로 설득하면서 상대도 설득하는 과정이죠. 

-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랑 같이 일하면 좀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 누군가에게 피드백이나 인사말을 들을 때도 "책 잘 봤어요"라고 뭉뚱그려 말하지 않고, 몇 장에서 어떤 대목은 이상했다거나 어떤 내용은 마음에 오래 남았다고 말해주면 굉장히 다르게 다가오잖아요. 딱 한 가지만 얘기해준 건데도 내 책을 자세하게 읽어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니까요. 그래서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 입장 바꿔서 누가 저한테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을 때 싫었던 적은 없거든요. '이 사람 뭐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p. 80

- '이렇게 잘될 거야'를 상상하면서 일을 벌인다기보다는 '가장 나쁜 결과가 벌어지면 어떻게 되지? 그래도 괜찮을 거야'하면서 일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p. 82

- 일 벌이기의 기술 핵심 정리

1) 우선 폴더를 만들기. 

어떤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구체적인 안이 생기기 전에 먼저 빈 폴더부터 만든다. 빈 폴더가 생기면 어떻게든 채워야겠다는 욕망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2)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기.

자기 자신을 위해,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일의 필요와 맥락을 설명한다. 자세한 설명은 무엇보다 스스로 체계를 단단히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3) 과정의 스트레스를 산만함으로 해소하기.

한 가지 일에 매달리느라 생기는 스트레스를 다른 일을 벌임으로써 해소한다. 예를 들어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지루해지면 결과물이 빨리 나오는 단기적인 과업을 더해서 작은 성취감을 맛보는 식이다. (중략)


p. 83

-  일 벌이기의 핵심은 바로 그런 가능성을 작고 안전하게 시험해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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