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건강!
| 몸이 건넨 안부
“안녕하니?” 2023년 10월, 몸은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응! 당연히 안녕하지” 나는 별문제 없이 답변하고 일상을 보냈다. 이 말을 듣고, 몸은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듯이 내 피부를 간지럽히고, 진물을 묻혔다. 급기야 진한 흉터를 여럿 남기고서는 날 좀 봐 달라고 소리 질렀다. 그제야 나는 회사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갔고, 몸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자세히 보니까 몸은 안녕하지 않았다. 억울했다. 회사에서 점심을 지원해 줘서 밥을 잘 챙겨 먹었고,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운동하며 건강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내 상태를 들여다보고는 나와 같은 아토피 체질은 밀가루, 술, 당류는 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온갖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그렇게 먹어도 아무 문제 없던데”, “혹시 내가 회사에서 과자나 음료수를 많이 먹어서 몸이 안 좋아졌나?”,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쉐어하우스에 집먼지가 많은 게 아닐까?”, “요즘 빈대가 유행이라던데, 쉐어하우스 침구에 빈대가 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등등.
| 집먼지가 일으킨 나비효과
병원에서 피부 검사를 통해 아토피의 원인을 알아본 결과, 아토피의 유력한 원인은 집먼지였다. 집먼지 하나가 몸에게 끼친 영향이 이렇게 클 줄이야. 몸의 안부를 대충 넘겨서 미안했다. 우선 약 3주간 거주했던, 집먼지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 쉐어하우스를 퇴소했다. 그 이후 ‘앞으로 잘 치료받으면 빠르게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몸에 좋다는 치료를 다 받았다. 아토피 전문 병원에서 추천한 앰플 치료를 받고, 한의원에서 체질에 맞춰 만들어 준 한약도 먹고, 혈액이 잘 통하게 하는 침도 맞았다. 절벽에서 밧줄 하나만 붙잡고 제발 살려만 달라고 외치는 심정이었다. 나의 중증 아토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더 간절했다. 이제는 제발 완치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부모님은 이번에 확실하게 아토피를 고치자는 마음으로 아토피 신약 주사인 ‘듀피젠트’를 맞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사실 엄마는 과거에도 이 신약을 알고 있었지만, 부작용이 있을까 봐 선뜻 해보자고 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물러설 수 없었다. 기존에 받고 있던 몸에 좋다는 치료도 효력이 다 해 가고 있었다. 그래서 기존에 받던 치료를 중단하고 올해 5월부터는 '듀피젠트'로 치료받기 시작했다.
| 아토피 환자의 빛, 듀피젠트
‘듀피젠트’란 미국에서 개발된 치료제이다. 성인 중증 아토피 치료제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고 있는 치료제이고 국내에는 2018년에 도입되었다. 투여 방식은 자가 투여 또는 대학병원에서 투여하는 방법이 있고, 투여 간격은 교수님과 상의 후에 조절해야 효과적이다. 아토피는 가을이나 겨울처럼 건조한 계절에 악화될 위험성이 있다. 그런 이유로 현재 나는 치료 경과를 지켜보며 2주 간격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듀피젠트’는 때에 따라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같은 부작용이 올 수도 있는 주사라고 한다. 그걸 생각하면 아직 내게는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서 다행이다. 물론, 이 치료를 언제 멈추게 될지 아토피가 완치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환절기가 되면 저녁마다 찾아왔던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 잠결에 습진을 긁을까 봐 불안해서 잠에 쉽게 들지 못했던 나날들, 아침에 일어나 핏자국이 남은 침구를 보며 내뱉던 한숨에서 헤어지는 중이라 자유로움이 느껴지고 숨통이 트인다.
| 고마워, 나의 몸
돌이켜 보니, 작년 10월에 몸이 안녕하냐고 물었던 게 고맙다. 그 인사 덕에 온전히 건강에 집중하며 욕망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되었다. “더 좋은 경력을 쌓고 싶어”, “마라톤에서 더 좋은 기록을 달성하고 싶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 욕망은 한 번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나는 아토피로 인해 쓴맛을 맛보고 나서야 이것을 깨달았다.
그저 나는 작년 가을에 아픔에 졌던 나를 위로하고 싶다. 툭하면 아토피가 생기고, 잠결에 피부를 긁을까 봐 불안해하던, 그 시절의 나를 껴안아 주고 싶다. “얼마나 힘들었니, 괴로웠니, 간지러웠니” 말을 건네고 싶다. 그러므로 누군가 나에게 꼭 붙들고 싶은 욕망이 있냐고 묻는다면, 아토피로 인해 잠에 들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답할 것이다. 그 글을 쓰며 나부터 몸이 건네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몸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