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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달리진 Oct 22. 2024

몸의 쓸모

작전명 건강!


| 몸이 건넨 안부


“안녕하니?” 2023년 10월, 몸은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응! 당연히 안녕하지” 나는 별문제 없이 답변하고 일상을 보냈다. 이 말을 듣고, 몸은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듯이 내 피부를 간지럽히고, 진물을 묻혔다. 급기야 진한 흉터를 여럿 남기고서는 날 좀 봐 달라고 소리 질렀다. 그제야 나는 회사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갔고, 몸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자세히 보니까 몸은 안녕하지 않았다. 억울했다. 회사에서 점심을 지원해 줘서 밥을 잘 챙겨 먹었고,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운동하며 건강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내 상태를 들여다보고는 나와 같은 아토피 체질은 밀가루, 술, 당류는 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온갖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그렇게 먹어도 아무 문제 없던데”, “혹시 내가 회사에서 과자나 음료수를 많이 먹어서 몸이 안 좋아졌나? 나 그 정도로 안 먹는데”,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요즘 빈대가 유행이라던데, 쉐어하우스 침구에 빈대가 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등등.



| 집먼지의 나비효과


병원에서 피부 검사를 통해 아토피의 원인을 알아본 결과, 아토피의 유력한 원인은 집먼지였다. 집먼지 하나가 몸에게 끼친 영향이 이렇게 클 줄이야. 몸의 안부를 대충 넘겨서 미안했다. 그 이후로, '앞으로 치료 잘 받으면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몸에 좋다는 치료를 다 받았다. 아토피 전문 병원에서 추천한 앰플 치료를 받고, 한의원에서 체질에 맞춰 만들어 준 한약도 먹고, 혈액이 잘 통하게 하는 침도 맞았다. 절벽에서 밧줄 하나만 붙잡고 제발 살려만 달라고 외치는 심정이었다. 나의 중증 아토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더 간절했다. 이제는 제발 완치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부모님은 확실하게 아토피를 고치자는 마음으로 아토피 신약 주사인 ‘듀피젠트’를 맞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특히 엄마는 과거에도 이 신약을 알고 있었지만, 부작용이 있을까 봐 선뜻 해보자고 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기존에 받던 몸에 좋다는 치료도 효력이 다 해 가고 있었던 시점이라 이전의 치료를 중단하고 '듀피젠트' 치료를 받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듀피젠트’ 치료를 받고 있다. ‘듀피젠트’는 부작용이 올 수도 있는 주사이지만, 아직은 내게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것을 보면 몸에 잘 스며들고 있는 거 같다. 물론, 이 치료를 언제까지 받아야 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환절기가 되면 저녁마다 찾아왔던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 잠결에 습진을 긁을까 봐 불안해서 잠에 쉽게 들지 못했던 나날들, 아침에 일어나 핏자국이 남은 침구를 보며 내뱉던 한숨에서 헤어지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자유로움이 느껴지고 숨통이 트인다.



| 고마워, 나의 몸


돌이켜 보니, 작년 10월에 몸이 안녕하냐고 물었던 게 고맙다. 그 인사 덕에 온전히 건강에 집중하며 욕망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되었다. “회사에서 더 일을 잘하고 싶어”, “더 좋은 커리어를 쌓고 싶어”, “마라톤에서 더 좋은 기록을 달성하고 싶어”와 같은 욕망은 차근차근 이루어도 늦지 않는 것이었다.


다만, 허용하고 싶은 욕망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글쓰기 욕망이다. 나는 건강에 대한 글이 쓰고 싶어졌다. 작년 겨울에 글을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한 편성준 작가님이 궁금해서 트레바리 독서 모임에 참여했던 것, 올해 여름에 정지우 작가님의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것도 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의 몸을 잘 돌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특히 잠결에 가려워서 피부를 긁으면 어쩌나 하고 불안해서 쉽게 잠에 들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몸이 건네는 말을 잘 듣고, 대화하며 몸을 잘 관리하자고 다짐한다.



올해 5월부터 시작한 듀피젠트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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