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밤마다 찾아오는 반성의 시간

서툰 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어제저녁에 아기 손발톱을 깎아주다가 살짝 살을 집었다. 순간 나도 놀랐지만, 으앙소리 한번 못 냈지만 말을 못 해 그렇지 얼마나 아팠을까. 잠깐의 시간이 지나도 피가 멈추지 않길래, 목욕시간 직전이고 해서 방수밴드를 붙여줬다. 정말이지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 사이 아기 손에 붙어있던 밴드가 없어졌다. 맙소사. 방바닥 구석구석 다 살펴봤는데도 없었다. 설마 먹었을 리가, 삼켰으면 울고불고했겠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걱정이 이미 눈덩이처럼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아기의 응가에 섞여있던 밴드를 보는 순간 밀려오는 안도.

한편으로는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입에 넣는 시기에 잠깐이라 해도 아기 손에 반창고를 붙인 나는 너무 부주의했다. 지금은 운이 좋게 큰 문제없이 넘어갔지만, 만약 다른 걸 삼켰다면? 만약 응가로 나오지 않았다면? 만약에... 만약에...로 이어지는 꼬리를 무는 끔찍한 생각에 식은땀이 났다.

비록 엄마와 함께 있다 하더라도 아기의 안전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이 작고 귀여운 생명체는 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가만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 시기의 종료가 도래했음을 일깨운다. 나와 눈을 맞추고 웃어준다. 너의 의미 없는 표정, 손짓, 옹알이 같은 것들이 내가 와 말을 건다. 무슨 말인가 하는 것만 같다. "엄마 정신 차려! 그래도 힘을 내. 정말 잘 해내고 있어!" 


아기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 맞는데 눈높이를 맞추기가 참 쉽지 않다. 엄마가 되는 건 참 어렵다. 너를 재우고 매일 밤마다 찾아오는 반성의 시간에 몇 자 씀.

이전 06화 사진첩에서 내 모습은 사라지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