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앞두고, 마음만 분주한 날들
1.
평소 잘 먹지도 않는 믹스커피를 한꺼번에 세봉 타서 마시고 힘을 내야만 한다.
순간적으로 당 끌어올려 규칙 없이 쌓아 올린 공든 탑(미쳐 정리 못한 물건 더미들)을 정리하는 테트리스의 시간이 왔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
꼬박 3일간 냉장실, 냉동실, 김치냉장고에 있는 것 들을 꺼내서 씻고 닦고 수십 리터의 내용물도 덜어냈으나 아직도 숨 쉴 공간이 부족하다. 다 덜어내지 못 한 복잡한 냉장고 속이 꼭 내 마음 같은데 복직이 코 앞이라 생각하니 큰 일을 앞두고 신변 정리하는 사람처럼 매일 종종거리는데, 마음만 앞서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나는 일 년 넘는 휴직 기간 동안 도대체 뭘 했나 싶다.
엄마의 힘은 든든히 먹은 밥과 커피에서 나온다는 말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몬스터, 바카스, 레드불 같은 카페인 음료에서 나올 수도 있다.
2.
며칠 남지 않았다. 모든 등원 준비가 다 끝나 신발만 신으면 되는 현관 앞에서 응가한 것을 알았을 때 웃는 얼굴로 기저귀 가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 등원 길 카시트에서 잠든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시동은 켜 둔 채로 느긋하게 라디오를 들으며 적당히 재우다 재촉하지 않고 웃으면서 깨워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 아이가 아팠을 때 상태가 안 좋아지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선생님에게 자신 있게 말하는 일, 이 모든 미션을 시간 제약 없이 여유롭게 마치고 따뜻한 커피 한잔을 음미하는 일, 체중 걱정이나 다음날 걱정 없이 남편과 야식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다 저놈의 설거지는 언제 하고 자나 생각만 하다 이내 티브이 앞에서 조는 일 같은 그런 시시하고 소소한 시간들이 며칠 남지 않았다. 솔직히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긴장된다. 오늘은 4월 하고도 1일. 드디어 4월 카운트다운 오픈 D-11.
이 모든 일들을 출근시간 전까지 무리 없이 끝내고 숨을 몰아쉬며 사무실에 세이프했을 때의 스릴과 안도감,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감정의 줄다리기가 시작될 거라는 자체가 이미 팽팽하게 당겨놓은 활시위 같아서 생각만 해도 손 끝이 저릿저릿하다. 시간은 달리고 나만 서있는 것 같던 긴긴 터널 같은 1년 반 남짓의 시간을 나름 알차고 재미있게 그리고 건강하게 잘 보냈다. 앞으로도 이렇게 씩씩하게 해내면 된다. 마음 단단히 먹고 나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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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을 앞두고 심경이 어지러운 나를 다독이는 나에게 건네는 말
일하는 엄마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