켓잉이 설국에서 찾은 마케팅 이야기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소설"
"12년에 걸쳐 섬세하게 조각된 동양적 미의 세계"
"전 세계인들의 감탄을 자아낸 눈 덮인 니가타 지방의 아름다운 정경"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한 일본 문학 최고의 경지"
설국을 한 번 읽어본 독자라면,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는 글이고 싶다.
1. 설명하지 않는다. 상상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 설국 1페이지 서두 문장
이 소설의 시작이자, 최고의 명문장으로 책 제목 '설국'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다. 오히려 독자의 상상을 더해 '설국'을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문장이었다. 특히 '긴 터널'이라는 표현이 '눈의 고장'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케팅 관점에서 첫 번째로 느낀 것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즉, 구구절절 설명 없이 고객의 상상 만으로 "무엇을 얘기하고 있고 정말 근사해 보이는걸" 상상을 더해주고 있다. 요즘 떠오르는 자동차 광고를 보면 "우리 자동차는 엔진은 8기통이고 어쩌고 저쩌고~" 설명하지 않는다.
고객의 감성을 찔러버리는 '스토리 메시지'가 상품의 정형적인 수치, 설명보다 더 공감을 일으킨다. 가장 기능적인 설명이 필요한 테크산업에서 오히려 위와 같은 광고가 대세임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아이폰 광고를 생각하면 된다. 설국의 서두 문장은 요즘 광고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하다고 생각된다.
위 갤럭시6 광고는 아이폰 6보다 화면이 크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런데 아이폰 광고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크다는 것 그 이상" 이 멘트로 나는 폰 화면이 더 큰게 문제가 아니라 아이폰이 더 멋질 것 같다는 상상을 해버렸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갤럭시 광고는 순식간에 잊혀졌다.)
2. 반복적인 상반된 표현으로 기억에 남게한다.
"그러나 산들은 검은데도 불구하고 어찌된 셈인지 온통 영롱한 흰 눈으로 뒤덮인 듯 보였다."
- 설국 배경 묘사
마케팅 관점에서 두 번째로 느낀 것은 '상반된' 표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터널 vs 눈의 고장], [검은 산 vs 흰 눈] 등 설국이 아름다운 것은 지속적으로 상반된 표현을 사용해서 대상을 더 크고,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즉, 섞을 수 없는 것들이 함께 사용되면서 짜릿한 쾌감과 머릿 속에서 영상처럼 소설이 그려진다. 이 밖에도 [여주인공의 뜨거움 vs 남주인공의 차가움], [남주인공의 생 vs 유키오의 사] 등 소설은 시작부터 끝까지 음과 양을 함께 표현해서 섞이지 않는 것을 섞어버린다.
이런 상반된 색채 표현이 느껴지는 상품 중 딱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우유 상품이다. 바나나의 대표 색상은 노란색이다. 그러나 실제로 바나나는 진짜 하얗다. 필자도 착각할 뻔했다.
노란색으로 알고 있는 상품을 하얀색으로 만들면서 얻은 효과는 '진짜 바나나 우유'라는 브랜딩이다.
색소가 없이 건강한 바나나 우유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역발상"이라는 키워드로 광고 상품과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 모델로 선정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10년 전을 생각해보면 화장품은 이쁜 연예인, 청바지는 남자 모델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누가 어떤 CF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는 세상이다. 오히려 역발상 모델이 더 기억에 남기도 한다. 이제는 "톱스타"의 아름다움만을 강조하지 않고 "브랜드" 그 자체 각인을 위해서 더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다.
3. 누군가에겐 열정과 정열의 '헛수고'
"시마무라의 머리에는 또다시 헛수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 고마코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주인공
누가 봐도 '헛수고'지만, '헛수고'에 정성스러운 고마코와 요코에게 '순수함'을 느끼는 주인공이었다. '헛수고' 사전적 정의는 아무 [보람도 없이 애를 씀. 또는 그런 수고.]를 뜻한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관점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서 하는 고생' 이다.
동아제약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시마무라가 보기에는 '헛수고'라고 느낄 것이다. 동시에 도전하는 청춘들의 순수함에 빠져는 것도 물론이다. 분명 국토대장정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지칠 것이며 누군가에겐 사서 고생한다고 말할 수 있는 체험이다. 그런데 국토대장정의 경쟁률은 100:1 육박한다.
맥도날드의 '빅맥송' 마케팅은 놀랍게도 14년도에만 1.3만개 영상컨텐츠가 올라왔으며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망가지게(?) 빅맥송을 부를지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노래를 부르고 영상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는 이러한 번거로움도 감수하면서 말이죠.
"당신은 솔직한 사람이죠? 솔직한 사람이라면 제 일기를 모두 보내드릴 수 있어요. 절 비웃지 않는거죠?"
- 고마코가 주인공에게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청년, 빅맥송에 참가한 중학생 누가 그들을 비웃을 것인가. 오히려 도전하는 용기가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누군가에게 '나 헛수고 했어! 겁나 멋진 헛수고!' 라고 말할 수 있는 마케팅 말이다.
대한민국은 SNS와 인터넷 발달로 더욱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순수함'은 없는 '헛수고'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겉으로만 헛수고'를 한다거나 SNS 자랑을 목적으로 '무모한 헛수고'를 한다거나 말이다.
"발에 힘을 주며 올려다본 순간, 쏴아 하고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 했다"
- 설국 마지막 문장
설국의 마무리는 눈 덮인 작은 동네 밤 풍경을 한껏 끌어안아 주인공의 심정을 표현했다. 이것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는 없다. 그저 아름다운 은하수가 가슴을 턱 막히게 하는 것인지 시원하게 하는 것인지는 독자의 판단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마케팅은 결국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들 듯, 수많은 기업의 마케팅이 우리를 향해 몰려오고 있다.
* 소설과 마케팅을 엮은 주관적인 포스팅이므로 모든 이는 독자의 판단에 맡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