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켓잉 Sep 06. 2017

마케터가 읽은 '삼국지' 1편

황건적의 난과 스베누의 흥망성쇠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기를 바라지 말고,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죽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삼국지 도원결의 中


남자의 로망을 100% 채워주는 중국 역사 이야기

중국 전체 역사 중 짧은 한 토막 하지만 영향력은 토마호크


마케터 켓잉이 오늘 읽어드릴 책

'삼국지' 나관중 지음, 이문열 평역


삼국지의 역사는 중국 전체 역사로 보았을 때 한나라 말기부터 사마염이 세운 진나라까지 부분으로 그 기간이 길지 않지만 가장 임팩트있는 중국 역사로 남게 된다. 한국에서 삼국지가 크게 인기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관중의 '삼국지'를 필독서처럼 읽었던 기성세대와 그 아래 2030세대에게는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를 접했기에 끊김없이 삼국지 인기는 지속될 수 있었다. 필자 역시, 삼국지 소설과 삼국지 게임을 과거부터 지금까지 즐기기에 누구보다 삼국지를 잘 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마케팅'을 섞어서 또다른 임팩트(?)를 던지고자 한다.


삼국지 장군 이름을 줄줄 외운, 조조전과 코에이 삼국지를 즐긴, 역사와 닮은 치열한 비즈니스 세상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나누고 싶은 글이다.


1. 삼국지의 시작 '황건적의 난'

황건적 수장 '장각' 일러스트 - 출처 삼국지 12

삼국지의 시작은 보통 '황건적의 난'으로 시작한다. 황건적 무리의 대장 '장각'은 사실 일반 선비였으나 출세를 하지 못하고 자신의 형제 '장보' '장량'과 함께 '태평도' 라는 종교를 창시한다. 태평도는 기존에 있는 여러가지 사상을 섞어서 사이비 종교를 만들지만 뜻하지 않게 백성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다. 그 당시, 부패한 정권과 자연 재해로 인해 백성들의 삶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이를 구제한 것이 뜻하지 않게 '태평도' 였기 때문이다. 태평도는 부적을 살라서 물에 타 마시면 병이 낫는다고 하는 등 사이비 같은 교리들이 있었지만 배고픔과 질병에 허덕이며 사는 삶을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더 나아가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역이 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그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였다.

당시 황건적 세력도로 쉽게 생각하면 당시 쓸만한 중국땅 절반은 황건적 세력 안에 놓인다.

'태평도'는 민심을 얻고 곧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에서 노란 두건을 쓰고 36만에 이르는 대규모 농민 봉기를 일으켜 하북, 중원 일대를 장악하게 된다.


2. BJ소닉과 함께 폭풍처럼 등장한 '스베누'


이제 현실 속 치열한 비즈니스 세상과 연결시키면서 생각나는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스베누'다. 스베누 창립자 '소닉', 10대 사이 엄청난 유행을 일으킨 스베누 신발 그리고 몰락. 나는 이 브랜드에서 '황건적의 난'을 보았다.


BJ소닉에서 CEO소닉으로... 그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인정한다 - 출처 스베누 언론자료

스베누의 시작은 전문경영인도, 신발전문가도 아닌 BJ소닉 '황효진'의 손에서 시작된다.  시작부터  스베누 브랜드로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황건적이 태평도에서 시작되었듯이, 소닉은 '신발팜'이라는 멀티샵 사업을 시작으로 '스베누'라는 자신의 신발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지금까지 나이키, 아디다스 뿐인 줄 알았지? - 출처 스베누 페이스북

2014년 시작된 '스베누' 브랜드는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다. 마치 황건적이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던 것 처럼 나이키, 아디다스의 뻔한 신발 세상과는 전혀 다른 스베누의 독특한 신발은 주목받기에 충분했고 SNS 채널을 통해 1020을 타겟으로 영세대들의 커플슈즈로 확실히 포지셔닝 되었다. 

BJ출신답게 게임 후원에도 적극적이였던 스베누는 10대 남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했다

게다가 스베누의 모델은 '아이유', 'AOA'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여자 아이돌 가수였고 스베누 스타리그, 스베누 LOL 프로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파트너십 등 게임과 스포츠에서도 제휴마케팅이 활발하였기에 여학생, 남학생 가리지 않고 10대들에게 포지셔닝 되기 충분했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BJ소닉 황효진은 특이한 경력과 젊은 나이로 '스베누'라는 국산 신발 브랜드를 런칭하여 SNS, 아이돌 모델, 게임 후원 등 10대 영고객을 타겟으로 뾰족하게 마케팅을 진행한 것을 알 수 있다.


3. 황건적처럼 폭풍 성장을 이룩한 '스베누'

페덱스가 'overnight' 밤새배달 한 단어에 집중하여 고객 마음 속을 파고 들었다면 스베누는 '1020 신발' 하나만을 가지고 그들이 좋아하는 SNS채널을 통해서 그들이 좋아하는 컨텐츠(아이돌, 게임)를 가지고 마케팅을 했다. 스베누 신발 중 워킹화, 러닝화 이런 것들이 생각나는가? 감각적인 영패션슈즈다. 드릴다운 하자면 10대 커플 슈즈로 포지셔닝이 확고했다. 결국 YOUNG SHOES!


경영성과를 보아도 그 결과는 놀라웠다. 스베누 론칭 1년여 만에 30개 이상의 매장을 늘리고 S-Line 단일 제품만으로 누적판매 10만족을 넘어섰고 2014년 매출이 400억원대에 이르기도 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스베누는 랭키닷컴 순위에서 동종업계 1위에 올라섰다. 스베누가 어린아이들만 신는 신발로 누군가에게는 무시당했을 수 있지만 결국 그 어린아이들 마음 속에는 '스베누'라는 브랜드가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마케팅의 핵심은 초점을 좁히는 것이다. 활동반경을 줄이는 스베누의 전략은 나이키, 아디다스와 완전한 차별화를 이루고 더 강해질 수 있었다. 30대, 40대가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스베누에게 그들은 집중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베누도, 황건적도 사라지고 말았다.


4. 어이없는 결말

장각 입에서 '내가 사망이라니! 내가 사망이라니!' 소리가 들리는가?

다시 삼국지 황건적의 난으로 돌아가보자. 한나라 입장에서는 단순히 지방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인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그 세력이 커서 '아차!'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고 심지어 백성들은 더러운 정치꼴 보자니 차라리 사이비인 것을 알면서도 황건적으로 들어가는 추세였으니 민심도 극도로 나빠짐을 깨달은 것이다. 이에 후한영제는 해산 명령을 했음에도 응하지 않는 황건적이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왔고 노식, 황보숭, 주준 세 장군을 주축으로 황건적을 토벌하는 명을 내린다. 이에 세 장군은 황건적 토벌을 위한 조조, 손견, 원소 등을 부르고, 유비 역시 관우, 장비와 어려운 한 황실 부흥을 위해 도원결의를 맺고 황건적 토벌을 나선다. 이렇게 삼국지 주요인물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삼국지의 시작이 왜 황건적의 난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한나라 군대와 각 지방 세력들의 군대는 농민들로 구성된 황건적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 역시 답은 뻔하다. 비록 세력은 컸으나 이들은 제대로 된 군대에 맞서 패배를 거듭하고 더욱이 어처구니 없게도 장각은 병으로 죽는다. 부적만 있으면 병도 낫는다는 그가 병으로 죽는다. 황건적의 난은 184년 크게 일어났고 크게 망해버린다. 물론 잔존세력들이 있어서 30년은 이어졌지만 삼국지 책에서 황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기까지다.

세탁전문가 크린토피아도 포기한 스베누 운동화

10대들은 자신들이 산 독특하고 이쁜 디자인을 가진 스베누 신발을 아껴 신었을 것이다.(아마도!) 그러나 신발은 결국 더러워질 것이고 세탁의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스베누는 신발 물빠짐 현상이라는 품질적인 문제 이슈를 맞게 된다. 비록 스베누는 "일부 상품은 물세탁이 되지 않는 상품이다. 더불어 타 브랜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있다."라고  해명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스베누는 마케팅은 10대들에게 하고 해명은 10대를 공감하지 않은 입장을 말해버리고 제품은 이상이 없다고 해버린다.


참고로 어린 친구들에게 이런 요소는 '놀림감'이 되기 쉽상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차라리 이런 신발류는 손해를 보고 물세탁에 문제없는 신발만 만들어야 했었다. 적어도 10대가 타켓팅이면 말이다. 어린친구들 눈에는 스베누의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해명은 안중에도 없다. 마치 황건적이 믿었던 장각이 병으로 죽듯이, 자신이 사랑하는 운동화가 죽고 말았다.
 이후에도 판매량 급감에 따른 땡값처분으로 대리점과 마찰, 브랜드 이미지 표절 등 전문 경영인이라면 짚고 갔어야 할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즉, 단기 목표에 따른 장기 브랜딩 실패와 지식경영의 부재는 경영 능력의 부족으로 말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훈련받지 못한 농민이 전투에서 패전을 거듭한 황건적 부대와 흡사하다고 본다.


푸른 하늘은 이미 죽었고 노란 하늘이 마땅히 일어나리니, 갑자년에 천하가 크게 길하리라.


그래서 황건적은 나쁘다? 스베누는 좋지 못한 기업이다? 절대 아니다.
만약 황건적이 성공했다면 프랑스 대혁명과 다를 이유가 없다. 스베누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스베누가 승승장구 했던 시절에는 많은 이들이 젊은 경영인, 독특한 경력 등 소닉 황효진을 응원했다. 그 응원에는 어린 10대 20대 고객들의 니즈까지 포함되어 있다.


다만 황건적이 성공했어도, 스베누가 지금 성공했어도 앞서 말한 문제는 결국 터졌을 것 이다. 그래도 한편으로 기대한다. 노란 하늘을 기대한 백성들 처럼, 나 역시도 뻔하지 않은 그런 브랜드, 상품을 갈망하고 있다.


소설과 마케팅을 엮은 주관적인 포스팅이므로 모든 이는 독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즐겁고 유쾌한 말동무는 환영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skdltmeofh/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