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으로서의 투자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회의 중이든, 강의실에서든, 또는 누군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든,
머릿속에선 뭔가 질문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 말이죠.
우리는 오랜 시간 정답을 찾는 연습만 해왔습니다.
시험 문제에는 정답이 있고, 주어진 공식에 따라 풀면 결과가 나오죠.
그러다 보니,
정작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라는 훈련은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사회에 나서게 됩니다.
저는 남들이 좋다는 대학을 나왔고,
‘재무 전문가’라고 불리는 회계사 자격증도 따고,
회계법인에서 다년간 회계감사, 재무실사, 기업가치 평가 업무를 하고나서
투자 업계로 이직했습니다.
그 동안 투자를 실전적으로 해보지는 않았지만
투자 관련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하고
관련 자격증도 따고 했었으니
이론적으로는 빠싹하게 준비되어 있었다고 나름
자심감을 가지고 있었드랬죠.
그런데 이러한 자신감이 산산조각 난 그날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데요...
이직을 하고 나서 첫 투자심의 회의 때의 일입니다.
"김 과장....이 투자와 관련하여 자네 생각은 어때?"
'헉.. 내 생각?' (얼굴 화끈화끈, 식은땀 주룩)
분명 투자 대상회사에 대한 기업분석을 하고,
인터뷰도 하고, 투자심의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음에도
이 질문에 앞에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왜 말문이 막혔을까?
메타적 관점에서
이 날의 저를 돌이켜 봤을 때,
저의 수준은 딱
'주어진 문제를 공식에 맞춰 잘 푸는 학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회계법인에서는 기존의 자료와 템플릿을 바탕으로
선배들이 지시한 일을 잘 수행했었고,
투자심의 자료를 준비하면서도
투자의사 결정자들의 지시에 맞춰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쥬니어 입장에서 주어진 과제를 처리하기에 급급했던 나머지
그 과제를 어떻게 하면 빨리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론만 고민했었지
의사결정과 관련된 실질적 질문과 고민은 하지 못했던 결과였다고
저는 생각힙니다.
그 날의 기억 이후 저는 투자자로서의
마인드 셋을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업(業) 자체가 투자인만큼
돈을 걸고 의사결정을 하는 역할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쩐주'(錢主)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간 임금 노동자의 시각으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죠.
투자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져다 준, 개안(開眼)의 모먼트였죠.
돈은 살아가면서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많은 갈등과 의사결정이 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면?
이건 단순한 투자 수익률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투자안의 기대수익률은 어떻게 계산되는가?"
"리스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나는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가?"
"내가 투자하는 기업의 경쟁력은 유지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반복되면
단순히 투자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파악하는 사고방식이 길러집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
투자는 실제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이 질문들이 그냥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것이 아니라
진짜 행동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즉, 투자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질문 연습 도구가 되는 것이죠.
누군가의 추천만 듣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금액이라도 스스로 분석하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이 쌓이면, 단순한 수익률을 넘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의사결정 능력이 강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투자는 단순히 돈을 불리는 과정이 아닙니다.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투자란 단순한 경제적 활동을 넘어
좋은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는 가장 실용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투자학 개론을 통해
투자수익률(IRR)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투자가 질문하는 연습이 되는 이유
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투자학 개론을 시작하며 말씀드렸던 것처럼,
투자를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만 부를 이룰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그러나 저성장 & 저금리 시대에서 투자 없이 자산을 불리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역량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알고, 제대로 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훈련의 핵심은 "좋은 질문하기"라 생각합니다.
좋은 질문을 한다는 것은 곧,
투자 수익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미래 현금흐름을 좌우하는 변수들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본질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고, 투자 실력도 점점 쌓이게 됩니다.
왜냐하면, 투자는 '돈'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고민의 농도는 짙을 수밖에 없고, 그 고민이 곧 실력이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투자 실력에 맞춰 투자 금액을 점진적으로 조절하는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
투자는 장기전입니다.
지나치게 욕심내어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실력을 키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투자 전략입니다.
자, 이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투자자산을 재무상태표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기록할 것인지,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이것으로 투자학 개론을 마칩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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