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양연화 花樣年華> 리뷰(해석,결말)
가끔 미술관에 간다. 수많은 그림들이 벽에 걸려있는 그 앞을 지나다 보면 아름다움으로 내 발목을 붙잡는 작품들이 있다. 그 회화들은 마치 말을 건네는 듯,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이야기를 듣고 싶게 한다. 그렇게 멍하니 서있다 보면 생전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나 너무 오래돼 가물가물한 추억의 감정이 소환되어 눈물이 날 지경에 이른다.
왕가위 감독은 영화 <화양연화>를 통해 그런 낭만적인 회화들이 건네는 이야기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절제된 음악, 슬로 모션, 화면 안에 갇힌 공간, 강렬한 색감 그리고 장만옥과 양조위. 이러한 요소들이 영화를 마치 추상화처럼 가득 채우면서 현실의 공간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당긴다. 영화가 끝나고 붉은 화면에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가 돼서야 붙잡혔던 발목을 천천히 움직이며 미술관을 나설 수 있다.
1962년 홍콩, 지역신문사 편집 기자인 차우(양조위) 부부가 상하이 출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온다. 같은 날, 수 리첸(장만옥) 부부도 이 아파트에 이사오며, 이사 날부터 의도치 않게 두 사람은 좁은 아파트에서 자주 부딪힌다.
배우자들이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아 외로움을 느끼는 차우와 수 리첸은 묘한 동질감과 애틋한 감정에 휩싸인다. 이후 자신들의 남편과 아내가 서로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우와 수 리첸은 점점 가까워지지만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며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려 애쓴다.
우린 그들처럼 되지 않아요.
우린 그들과 달라요.
우리야 결백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죠.
결혼이 이런 건 줄 정말 몰랐어요.
혼자일 땐 뭐든 마음대로 했는데
이젠 맞춰 살아야 해요.
그와의 만남에 그녀는
수줍어 고개를 숙였고
그의 소심함에 그녀는
떠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