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나는 초과 근로를 지양하는 편이지만, 중요하거나 신경 쓰이는 업무가 있을 때는 주저 없이 개인 시간을 내어주곤 한다. 우선순위를 항상 가족에 둔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회사 동료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팀장이 되고서는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두 배 이상 많아졌다. 예전에는 내게 주어진 일만 처리하면 됐지만, 이제는 팀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다 챙겨야 한다. 그만큼 야근하는 날도 많아졌고, 업무 시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려 퇴근 후엔 거의 방전된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지쳐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에 아이들이 실망하는 일 또한 많아졌다. 일하지 않는 시간마저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망한 아이들의 표정을 볼 때면 마음이 무겁다. 이렇게 일하는 게 맞는 것일까? 기본으로 하루 9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나와 같은 직장인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이란 단어는 이미 앞으로 기울어진 단어 아닐까. 그렇다고 이 기울어진 단어의 수평을 맞추는 노력이 무의미한 행위일까?
아인슈타인이 8대 불가사의라고 불렀다는 복리는, 주로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할 때 등장한다. 원금에만 이자를 붙이는 단리와 달리, 복리는 원금과 원금에서 생기는 이자에도 이자를 붙이는 계산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레버리지> 책을 통해 이 복리 효과를 일하는 방식에도 대입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금융 용어로써 레버리지는 차입금을 활용해 가진 자산에 비해 높은 이익을 얻는 지레 효과를 의미한다. 책에서는 이 용어를 최소 노력의 법칙. 즉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얻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복리의 법칙을 활용하면 최대의 레버리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일을 더 오래 할수록 가속도를 얻어, 마지막엔 가장 적게 일하면서도 성과는 복리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팀장이 된 이후 처음엔 며칠이 걸리던 일도 노하우가 쌓여 더 적은 시간으로 더 잘 해낸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이 주는 지혜는 적은 에너지로도 그 일을 해내는데 분명 도움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이미 복리 효과가 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복리 효과를 내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복리 효과를 통해 성과를 레버리지 하려는 이유. 그 목적을 계속해서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에 빠져들다 보면, 종종 목적도 이유도 잊고 프로젝트만 바라보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러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뿌듯한 건 찰나이고, 알 수 없는 공허함 같은 것이 밀려온다. 정작 내게 남은 건 지친 체력과 다시 새롭게 밀려오는 업무뿐인 것 같달까. 이 일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의식적으로 상기하지 않으면, 이 공허함은 반복된다.
내가 성과를 레버리지 하는 이유는 당연히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온전한 체력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나는 최소한의 시간과 에너지로 기대 성과 이상을 내야 한다. 그렇게 비축한 시간과 체력은 가족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인지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복리 효과를 더 빨리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할 때는 여전히 시간이 들었지만, 지난 경험 중 응용할 것이 있다면 활용했고, 다음에는 더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템플릿화 해두기도 했다.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믿고, 많은 부분을 위임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전히 야근도 하고, 퇴근 후 지친 모습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때도 있지만, 계속해서 복리 효과를 내야 하는 이유를 인지하려 노력한다. 어쩌면 이렇게 육퇴 후 틈틈이 글을 쓸 여력이 생겼다는 것도, 나름 복리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