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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다 Sep 24. 2024

복리 효과

 우리는 일상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나는 초과 근로를 지양하는 편이지만, 중요하거나 신경 쓰이는 업무가 있을 때는 주저 없이 개인 시간을 내어주곤 한다. 우선순위를 항상 가족에 둔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회사 동료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팀장이 되고서는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두 배 이상 많아졌다. 예전에는 내게 주어진 일만 처리하면 됐지만, 이제는 팀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다 챙겨야 한다. 그만큼 야근하는 날도 많아졌고, 업무 시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려 퇴근 후엔 거의 방전된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지쳐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에 아이들이 실망하는 일 또한 많아졌다. 일하지 않는 시간마저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망한 아이들의 표정을 볼 때면 마음이 무겁다. 이렇게 일하는 게 맞는 것일까? 기본으로 하루 9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나와 같은 직장인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이란 단어는 이미 앞으로 기울어진 단어 아닐까. 그렇다고 이 기울어진 단어의 수평을 맞추는 노력이 무의미한 행위일까?




 아인슈타인이 8대 불가사의라고 불렀다는 복리는, 주로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할 때 등장한다. 원금에만 이자를 붙이는 단리와 달리, 복리는 원금과 원금에서 생기는 이자에도 이자를 붙이는 계산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레버리지> 책을 통해 이 복리 효과를 일하는 방식에도 대입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금융 용어로써 레버리지는 차입금을 활용해 가진 자산에 비해 높은 이익을 얻는 지레 효과를 의미한다. 책에서는 이 용어를 최소 노력의 법칙. 즉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얻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복리의 법칙을 활용하면 최대의 레버리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일을 더 오래 할수록 가속도를 얻어, 마지막엔 가장 적게 일하면서도 성과는 복리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팀장이 된 이후 처음엔 며칠이 걸리던 일도 노하우가 쌓여 더 적은 시간으로 더 잘 해낸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이 주는 지혜는 적은 에너지로도 그 일을 해내는데 분명 도움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이미 복리 효과가 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복리 효과를 내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복리 효과를 통해 성과를 레버리지 하려는 이유. 그 목적을 계속해서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에 빠져들다 보면, 종종 목적도 이유도 잊고 프로젝트만 바라보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러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뿌듯한 건 찰나이고, 알 수 없는 공허함 같은 것이 밀려온다. 정작 내게 남은 건 지친 체력과 다시 새롭게 밀려오는 업무뿐인 것 같달까. 이 일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의식적으로 상기하지 않으면, 이 공허함은 반복된다.


 내가 성과를 레버리지 하는 이유는 당연히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온전한 체력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나는 최소한의 시간과 에너지로 기대 성과 이상을 내야 한다. 그렇게 비축한 시간과 체력은 가족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인지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복리 효과를 더 빨리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할 때는 여전히 시간이 들었지만, 지난 경험 중 응용할 것이 있다면 활용했고, 다음에는 더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템플릿화 해두기도 했다.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믿고, 많은 부분을 위임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전히 야근도 하고, 퇴근 후 지친 모습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때도 있지만, 계속해서 복리 효과를 내야 하는 이유를 인지하려 노력한다. 어쩌면 이렇게 육퇴 후 틈틈이 글을 쓸 여력이 생겼다는 것도, 나름 복리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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