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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Mar 06. 2024

반짝이는 밀크

눈처럼 하얀 털이 소복하게 덮인 강아지가 보호자의 품에 포옥 안겨서 들어왔다. 이제 막 한 살이 된 포메라니안 '밀크'는 오늘 중성화 수술이 예약이 되어있었다. 온가족이 총출동한듯 유치원생쯤으로 보이는 아이 둘은 아빠 손을 잡고 들어와서 병원의 이곳저곳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데스크에서 접수를 하며 김샘이 아이 컨디션을 물으며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절차상) 금식 확인을 했는데 이게 웬일, 해맑은 눈으로 밀크가 아주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왔다는 보호자.

전화와 문자로도 안내를 드리며 강조해도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김샘이 원장님께 바로 밀크의 상황을 말씀드렸다.


일단 엑스레이를 먼저 찍어 음식물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촬영된 필름을 보니 밀크가 먹은 사료는 소화가 어느 정도 되었는지 잘 보이지 않았는데 무언가가 반짝이는 빛을 내며  촬영되었다. 바로 보호자를 호출했다.

온 가족이 다 진료실로 들어와서 까만 눈 여덟 개가 깜박이며 원장님을 바라보았다.


"집에 혹시 고양이도 키우시나요?"


"네, 고양이 두 마리도 키우고 있...근데 그건 왜요?"


"밀크가 고양이 장난감을 삼킨 것 같아서요"

"네?"


원장님이 엑스레이 필름 속 하얀 물체를 가리키자 보호자가 필름 가까이로 얼굴을 내밀고 보다가


"어머, 저건"


하며 낮은 비명을 질렀다.

엄마의 비명소리에 두 아이들이 깜짝 놀란 눈으로 필름을 쳐다본다.



 

중성화 수술을 미루고 아이가 구토할 수 있게 유도제가 처방되었고, 얼마 되지 않아 밀크는 작은 몸을 한껏 웅크리며 힘겹게 토하고 또 토해냈다.

모두가 합심하여 토사물을 수색 중, 4번의 토사탑 중 마지막 탑에서 반짝이는 방울 장난감을 찾을 수 있었다. 샘들은 금광을 발견한 듯 장난감을 들고 환호했다. 수술하지 않고 이렇게 나와주어서 너무나도 다행인 순간.


금식을 하지 않고 왔기에 오히려 발견할 수 있었던 밀크 뱃속의 고양이 방울 장난감.

만약에 발견하지 못한 채 체내에 있었다면 장폐색을 일으킬 수도 있었기에 여러모로 럭키가이인 밀크는 여러 번의 구토로 힘이 빠졌는지 축 늘어진 채로 보호자에게 인계되었고 밀크를 보자마자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둘 중 큰 아이로 보이는 누나가 먼저 울음을 터뜨리자 동생은 더 크게 울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대기실에 울려 퍼지자 아빠가 아이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달래 지지 않는 아이들로 난처해진 보호자는 아이들을 나무랐다.


"이제 밀크 다 나았는데 왜 울어,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시끄럽잖아"


갑자기 입구 쪽에 앉아있던 오늘이가 일어나 안절부절못하듯 제자리를 왔다 갔다 했다. 낑낑 소리를 내며 울고 있는 아이들 근처에 큰 원을 그리듯 빙글빙글 돌자 아이들이 울면서 소리가 나는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대기실에 있던 다른 보호자들도 오늘이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평소엔 고양이 보다도 더 조용해서 오늘이의 이런 행동은 사람들을 더 놀라게 했다.


어지럽지도 않은지 오늘이는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며 낑낑 소리를 냈고 홍샘이 처치실에서 나와서 오늘이를 안아 올렸다.

오늘이 덕분인지 울만큼 울어서인지 아이들은 울음을 그치고 밀크를 작은 손으로 서로 쓰다듬겠다고 다투었다.

홍샘의 품에 안겨서도 오늘이는 낑낑 소리를 내며 처치실 뒤로 사라졌다.





<바다옆 동물병원>시즌 1을 마칩니다.

매주 수요일  읽어주시고, 하트 버튼을 꾸욱 눌러주신 독자분들께 마음깊이 감사드립니다.

모두 봄빛처럼 따듯하고 평안한 하루하루 보내시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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