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날씨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갑자기 비가 오기도 하고 갑자기 쨍쨍해지기도 한다.
나에게도 날씨의 요정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늘 그렇지 않아서 조마조마하면서 언제 비가 오려나
생각하며 우산을 챙겨 다니곤 했다.
나의 여행의 장마는 포르투에서 터졌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쳤다.
밖을 한 번 나갔다 들어오면 우산을 써도
옷과 신발이 다 젖어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2일을 보내고 마지막날 떠나기 전
비가 오고 난 뒤의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
잠깐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빛이
도시에 내리는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딱 5분,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내가 포르투의 하늘과 풍경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주어진 시간이었다.
이렇게 예쁜 도시였다니 마치 안개필터를
장착한 것 마냥 흐린 기억 속의 도시였는데
딱 5분이 지나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하늘은 천둥번개를 데리고 와 나를 괴롭혔다.
내가 포르투를 다시 간다면
잠깐 동안의 찬란하게 빛이 들어오던
그 아름다운 순간을 잊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수많은 여행의 시간 속에서
그 순간, 한 장면만큼은
날씨는 흐리지만 기억은 선명할 테니까.
Proto in Portug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