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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Apr 08. 2021

마음이 답답할 때, 난 ‘사라토가 쿨러’를 마셔

- 진저에일과 라임주스로 만드는 무알콜 칵테일

17세기, 영국에 살던 청교도들이 마침내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종교 박해 때문입니다. 프로테스탄트 청교도 건 영국 국교 건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는 것은 똑같은데, 섬기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못살게 굴었던 겁니다. 청교도들 중 일부는 유럽의 다른 나라로 이주했지만, 아예 바다를 건너는 모험을 감행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기후도 환경도 다른 아메리카 대륙에 모든 이주민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그들만의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영국 정부 역시 정착민들에게 크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식민지 상태이긴 했지만, 150년 정도 이어진 두 사회의 평화로운 공존은 영국 정부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흔들립니다. 재정이 나빠진 원인은 계속된 전쟁 때문이었는데, 영국 정부가 애꿎은 식민지인들의 돈으로 그것을 메우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17세기 중반, 아메리카 대륙으로 수입되는 설탕 및 당밀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법’이 생기고, 각종 문서나 서적을 만드는 종이에 세금을 붙이는 ‘인지 조례’가 만들어집니다. 식민지인들의 불만이 부글대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더해 영국에 남는 차(TEA)에 큰 세금을 붙여 억지로 파는 과정에서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이라는 것이 벌어집니다. 식민지의 젊은이들 중 일부가 차를 하역하기 위해 보스턴 항구에 정박 중이던 영국 배 3척을 습격해 내부에 쌓여 있던 차를 바다로 던져버린 겁니다.


영국 정부는 보스턴 항만 조례를 비롯한 여러 가지 강압적인 법들을 만듭니다. 이때 미국 식민지인들의 의견은 둘로 나뉩니다. 그래도 본국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과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생겨난 겁니다. 물론 다수는 본국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쪽이었습니다. 일단 만들어진 질서나 관습을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이 타당하던 그렇지 않던 말입니다. 식민지 대표들은 영국 정부에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지만 ‘이주민들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 즈음 등장한 인물이 ‘토머스 페인’입니다. 그는 ‘상식’이라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사회는 어떤 것이라도 축복이지만 정부는 최고의 것이라도 필요악일 따름이다. 최악은 참을 수 없는 정부다. 정부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거나 고통을 겪을 경우 우리는 차라리 정부가 없는 나라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수단을 우리 자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불행은 더욱 커진다.


토머스 페인은 영국 출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가난한 삶을 살던 사람입니다. 우연히 알게 된 벤저민 플랭클린의 소개로 미국으로 온 그는 귀족의 입장이 아닌 평민의 입장으로, 부유한 사람이 아닌 노동 계층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주장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미국의 독립은 상식’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엄청나게 팔려 나갔고, 그 결과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1775년 경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민병대를 조직해 주둔한 영국 군인들과 전투를 시작합니다. 아무 훈련도 받지 않은 민간인들과 많은 전쟁을 경험한 영국군이 대등한 싸움을 벌였을 리 없습니다. 민병대는 게릴라처럼 영국 군대를 습격하는 형태로 전투를 이어 나가지만 아무래도 우세한 쪽은 영국 군이었습니다. 게다가 식민지 내에는 영국의 편을 들고 독립을 반대하는 왕당파도 많았습니다. 독립을 염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일본의 지배를 당연시하고 끊임없이 일본 편을 들던 식민지 조선의 모습이 겹치기도 합니다.


1777년 뉴욕의 사라토가(Saratoga)라는 곳에서 전면전이 벌어지고, 영국군의 항복으로 끝이 납니다. 이후 사태를 관망하던 프랑스 등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참전하면서 미국의 확실한 우세로 돌아섭니다. 사라토가 전투는 미국 독립전쟁 중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은 자기 재산의 일부를 모아 평안을 보호할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그럴 경우 인간은 두가 지 악 중에서 덜한 악을 선택하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게 마련이다. 안전은 정부의 참된 취지이자 목적이므로 안전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형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득을 거둘 수 있는 방식이 최선이라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토머스 페인이 그의 책 ‘상식’에서 한 말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것이 정부입니다. 그런데 그 정부의 힘이 커지고, 그 결과 개인의 안전을 억압하는 상태까지 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지금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자세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떤 정부라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다면, 심지어 무력으로 자국민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정부의 존재 이유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외신을 챙겨보고는 있습니다만 다시 한번 ‘정부’나 ‘국가’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국가나 정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자국민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는 것일까요? 영화 ‘암살’의 염석진의 말처럼 ‘몰랐으니까. 알면 그랬겠나?’라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권력이 영원히 자신들의 손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말입니다.


이렇게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에 마시기 좋은 칵테일을 소개합니다. ‘사라토가 쿨러’라는 이름입니다. 이름을 보고 떠올라서 사라토가 전투에 대해 말씀드리긴 했지만, 사라토가 전투의 승리를 축하해 이 칵테일을 마셨다거나 하는 기록은 없습니다. 혹시 그랬을 가능성은 있지만요. ㅎㅎ


다만 미얀마 국민들도 언젠가 승리의 ‘사라토가 쿨러’를 마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슷한 역사를 가진 한 나라의 ‘국민’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은 미국 독립전쟁을 떠올리며, 정부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적당한 잔에 얼음 채운 후, 라임주스 반 소주잔, 설탕 1 ts 넣어주세요


2.     진저에일을 부어주세요. 진저에일은 큰 마켓에 가시면 구할 수 있습니다. 이름에 에일이 들어갔지만, 술은 아닙니다. 비슷한 이름으로 진저비어도 있는데, 저는 그걸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진저비어에도 역시 알코올은 없습니다. 마구 휘저어 주신 후 시원하게 마십니다. 진저향이 나서 건강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도 드는 맛있는 칵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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