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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Nov 23. 2020

내 이름은…… 신데렐라!

- 오렌지 주스, 파인애플 주스, 레몬주스는 동량

어렸을 적 ‘신데렐라’ 이야기를 읽으며 이해가 되지 않던 점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말입니다. 자신의 딸이 그토록 구박받는데, 왜 가만히 있었을까요? 백 번 양보해서, 새 아내를 너무나 사랑했다고 칩시다. 그래서 그녀의 말이라면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해도 다 믿어줬다고 말입니다. 그래도 그렇습니다. 원래 피는 콜라보다 진한 것 아닙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득 머리 한 귀퉁이를 강타하며 ‘혹시…….’하는 해답이 지나갔습니다. 학교 다닐 때에는 단 한 번도 떠올릴 수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신데렐라의 아버지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라구요. 신데렐라의 아버지는 딸이 구박받는 것을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강력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라고요? 제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한 번 들어 보시겠어요?




신데렐라는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단,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실 ‘행복’했는지는 신데렐라 본인에게 물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적어도 겉모습으로 판단하기로는 그렇습니다. 마치 우리의 학창 시절처럼 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황금기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씁쓸하고 답답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단, 직장생활과 비교하면 학창 시절이 편했다는 대답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단순히 1:1로 비교하자면 말입니다. 


학창 시절을 선호한다고 해서 그 시절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성인이 되면 자기 몸 챙길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 독립의 첫걸음이니까요. 그래서 회사에 들어갑니다. 못된 상사를 만나기도 하고(신데렐라의 계 언니쯤 되겠네요), 진상 선배(이건 다른 계 언니가 되겠네요)를 만나기도 합니다. 거래처 사람들도 만만치는 않아요. 뒤돌면 일이 쌓여 있고, 잠깐 한숨을 돌리고 나면 업무용 메일이 가득합니다. ‘재투성이 신데렐라’와 우리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왕자님이 주최하는 무도회에 가고 싶었던 신데렐라처럼, 우리에게도 꿈은 있습니다. 피곤하고 축축 쳐지는 몸을 달래며 퇴근 후에는 뭔가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저처럼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노래 연습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림을 그리는 청년도 있겠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주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들을 혼자 하지는 않습니다. 저만 해도 제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계시는 걸요! ‘라이킷’도 눌러 주시고 ‘댓글’도 달아 주십니다(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꾸벅~). 각종 동호회를 통해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밴드를 만들기도 하지요.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는 겁니다. 마치 무도회에 가려는 신데렐라에게 멋진 드레스와 호박 마치를 선물해주는 요정들처럼 말입니다!


아버지는 이 모든 일의 반쯤 알고 있을까요? 우리의 부모님은 자식이 회사에 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물론 힘들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다. 자신들의 삶도 녹록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살아남는 것의 피곤함을 온몸으로 배우고 있는 자식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십니다. 인간의 수명으로 볼 때, 자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자식일수록 자신의 두 발로 걸어야 한다는 것을 좋은 부모라면 알고 있습니다. 가끔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딸이나, 주말 오후가 될 때까지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아들을 그래도 봐주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니까 모르는 척해주시는 것이죠.




신데렐라는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가끔 어렵게 녹음한 앨범이 호응을 얻거나, 밤 잠을 쪼개 가며 조물 조물 만든 프로그램이 대박을 치는 경우가 있잖아요? 누가 만든 것인지 모르는 노래, 프로그램의 제작자를 찾아 사람들의 수소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짜잔~! 유리 구두를 들고 신데렐라를 찾아오는 왕자처럼 대중에 의해 인정받는 순간이 오는 것이죠.


흔한 일? 아닙니다. 저 왕국에 왕자는 하나 아닙니까? 신데렐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성공한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현실에서 대박날 확률도 그 정도 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아주 조그맣고 소중한 가능성이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이 ‘신데렐라’ 칵테일에서 알코올 성분을 찾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많습니다. 좀 위로가 되시나요?


‘신데렐라’ 칵테일은 알코올이 첨가되지 않은 순수한 음료입니다. 술을 더 마시면 실수할 것 같은데 상대와 헤어지기는 싫을 때, 이 칵테일을 대접하면 좋습니다. 레몬의 짜릿함이 신경을 타고 올라와 정신을 번쩍 나게 해주는 그런 칵테일이거든요. 레시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물병에 얼음을 담아주세요.


2.     파인애플 주스와 오렌지 주스, 레몬주스를 소주잔으로 하나씩 부어주세요. 저는 신 음식을 상당히 잘 먹는 편입니다. 그래서 취향에 맞게 레몬을 즙으로 짜서 이용했습니다만, 신 음식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정말 깜짝 놀라실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시중에 파는 레몬주스를 이용하세요. 레몬 짜는 것보다 모양으로 보나 뭐로 보나 이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3.     흔들어주시고, 얼음 조각 빠져나오지 않게 주의하면서 잔에 따라 주세요.


4.     이미 마신 술도 번쩍 깰 수 있는 향긋한 ‘신데렐라’ 칵테일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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