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프리츠 하버의 인생을 생각하자
우리 집에서 모든 걸 결정한 건 아버지였어요. 많은 일에서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 했어요. 우리가 졸라도 엄마는 그냥 심드렁하게 <아빠한테 물어봐!>하고 대답하곤 했어요. 나중에는 아버지도 우리의 좋은 친구가 되었지만, 어렸을 때 우리는 아버지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어요.
우리는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배웠어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을 때는 벌을 받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런 일은 허다했어요……우리는 집에서 자연스럽게 순종을 배웠어요. 가정 안에서 사랑과 배려 같은 건 부족했죠. 오히려 우리는 순종하는 가운데 서로를 속이고, 거짓말하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에 익숙해졌어요. 그러니까 이런 일들을 통해 원래 아이들에게는 없던 특성이 우리 속에서 깨어난 거죠.
- 토레 D 한젠, [어느 독일인의 삶] 중에서
그러나 화약 제조를 위해 70% 이상 드는 염초는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인도나 남미 같은 곳에서는 새나 박쥐 등의 분뇨가 광산처럼 널려있어서 구하기 어렵지 않았는데요. 유럽에서도 인분을 쌓아둔 염초 밭을 조성해서 질산염을 대량 생산했습니다.
.......
그런데 역관 김지남(1654~?)이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자초 신방>이라는 책이 고민을 단번에 해결했답니다. 화약제조법은 국가기밀이었죠. 통역관을 맡아 중국을 방문한 김지남은 ‘염초 구하는 비법’이 적힌 이 책을 입수해서 천신만고 끝에 국경을 넘어왔습니다.
......
정조의 개인문집(<홍재전서>)와 <정조실록>(1796년 5월 12 일조)은 “이제 길가의 흙에서 마음껏 염초 구하게 됐다”면서 “숙종 때 인쇄·반포한 <(신전자초방>은 영원히 준수하고 따라야 할 금석과 같은 성헌(成憲·헌법)같은 책”이라고 극찬했습니다.
- 경향신문 [이기환의 HI-STORY 조선의 화약은 왜 '똥천지' 길가의 흙에서 뽑아냈을까] 중에서
화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초산은 질소화합물의 대표적인 약품이지만 그것의 거의 유일한 원료는 남미 칠레의 특산품인 천연 초석이었다. 20세기 초 노르웨이의 크리스찬 비르켈랑이 공중 방전에 의해 공중질소를 고정하여 인공적으로 초석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하여 이 인조 초석이 칠레산 천연 초석과 경쟁하게 되었는데 인조 초석을 만드는 방법은 전력의 소비가 많다는 것이 난점이었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합성 암모니아에 의한 초산의 제조를 고안해 냈다. 이는 공중에서 얻어진 질소와 물의 전기분해에 의해 분리된 수소를 고압 상태에서 촉매 작용에 의해 결합시켜 합성 암모니아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1913년 세계 제1차 대전이 일어나기 한 해 전에 칼 보쉬(Carl Bosch)에 의해 공업화되었는데, 그때 이후 천연 초석은 화약의 원료로서나 인조 비료의 제조에 있어서나 이미 그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요컨대 독일은 전쟁이 일어나도 화약을 자급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춘추]의 필법을 따르자면, 하버와 보쉬에 의한 인조 초석의 공업적 생산이 독일의 참모본부와 황제로 하여금 전쟁을 결심하게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김택현 편역, 세계사 중에서
“과학자는 평시에는 인류를 위해, 전시에는 국가를 위해 일한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