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괜찮아
<문장 처방 - 마흔의 마음을 설명하다>
by roman editor Mar 28. 2019
어른의 태도를 생각한다.
어떤 일에 대해 무뎌지는 것,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어른의 태도’라고 착각한 모양이다. 어른은 태도의 불순물들을 제거한 후 완성도를 높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공부를 하고, 삶의 태도들을 점검한다. 문제는 감정이다.
평소 울음이 많았던 난, 마흔 이후 울음을 삼켜버렸다. 어거지로 꿀꺽!
그저 울며 감정을 표출할 나이는 지났다는 생각에서다.
참음은 곧 오류로 이어진다.
감정을 알리는 신호가 고장 나자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요동치는 느낌은 흔들리고 있다는 실감이었다.
나라는 존재의 뿌리가 송두리채 흔들리는 실감말이다.
덜그덕 거리는 삐걱거리는 마음의 균형을 잡고자 ‘홀로 여행’에 도전했다.
쉼 없이 채우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나를 바라보기 위해서.
여행 전야 때마침 찾아온 두통과 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온몸을 일시 정지 모드로 전환시켰다. 설렘이라는 것이 비집고 들어 올 틈을 주지 않는다.
여행 가방을 꾸릴 만한 상태도 못되어 억지로 옷 몇 벌, 세면도구, 두통약만 대충 캐리어에 구겨 넣었다.
침대에 누워 오로지 몸의 감각만을 더듬는다.
오롯이 ‘나’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다.
여행 중 몸의 상태는 곧 여행의 모든 것이란 생각에 안절부절. 혼자 떠나는 여행인데... 아프면 어쩌지? 옴짝 달짝 못할 만한 몸 상태면 어쩌지? 두려움을 가득 안고 ‘두통’의 원인을 파고든다.
도대체 이 불편함의 정체는 뭐지?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촉수를 곤두세웠다.
오랜만에 가는 멀고 긴 혼자 여행을 앞두고 감지된 낯선 불편함. 설마... 혹시... 긴장한 건가?
혼자라서 두려운 건가?
문득 불편함의 원인이 긴장과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감각이 완전히 마비된 모양이다.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인지, 어떤 상태인지를 감지하는 삶의 감각이 완전히 마모되어버린 상태.
머릿속은 혼란상태다.
몸은 긴장했다며 아우성인데 머릿속은 버벅 거리더니
‘알고 보면 별거 아닌 일’이라고 억지를 쓴다.
불혹 : 세상의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아니함
불혹=마흔에 찾아온 무게감은 나의 감각마저 외면하게 만들었다.
“너 긴장했나 보구나~!”
나에게 한 마디 건네자 와르르 무너진다.
곧 눈물이 쏟아질 것 만 같다
그동안 엄마, 에디터, 며느리, 맏딸, 언니 등 마흔의 어른으로 사느라
아직도 여린 나를 외면하며 살았던 모양이다.
내 감정 따윈 돌아볼 겨를도 없이.
서툰 어른이가 되어버린 지금.
어른의 역할을 생각한다.
어쩌면 사회가 강요한 어른에 대한 ‘편견’이
내 삶에 무작정 들어와 자리를 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서글프고 안쓰럽다.
‘이즈음 되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모범답안만 보며 달려왔던 시간이다.
“괜찮아 괜찮아. 두려워해, 긴장해도 괜찮아~”
오답을 허용하자 단단하게 조여 맨 끈이 느슨해진다.
일탈에서 비로소 찾은 ‘나’를 향한 솔직한 시선.
마흔에도 흔들릴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