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많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성공하고 또 실패한다. CBInsight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20가지 이유 중 첫 번째는 제품 및 서비스의 수요가 없어서, 두 번째는 자금이 부족해서 라고 한다.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까지 몇 개월 간 잠깐 초창기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스타트업도 실패했다. 창업자의 변심으로. 그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일할 때부터 항상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벤처 캐피털 또는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MBA를 하는 동안 교수 및 연구진들의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 과정 및 창업을 돕는 학교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펀딩을 받기 전 단계의 미국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회사를 처음부터 일구어 나가는 것을 옆에서 바로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였다.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것이란 기대감을 안고 일을 시작했는데 회사는 창업자의 결정으로 곧 문을 닫게 되었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설립된 지 8개월 만의 일이었다. 당시 우리는 pre-revenue stage 였지만, 투자자를 본격적으로 컨택하기 시작했으며 몇몇 고객들과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표면적으로 회사가 문을 닫아야할 이유는 없었다. 스타트업이 실패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창업자 자신이 다른 회사에 취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좋은 오퍼를 받았고, 새 회사의 출근 일자가 잡히자 자신의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고 통보하였다. 설립부터 함께했던 코파운더(co-founder) 뿐만 아니라, 후에 직원으로 합류한 나와 앱 디벨로퍼가 느낀 황당함과 배신감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Quora라는 질문 답변 사이트에서 Auren Hoffman은 startup들이 실패하는 대표적인 이유에 대해 이러한 답변을 한 적이 있다.
Most of the start-ups that actually fail, fail because the founders quit. (….) Generally, this is due to the founders quitting, wanting a break, or just being tired. Essentially the founders gave up and the business failed. There is nothing wrong with people giving up. Sometimes in the face of overwhelming evidence, it makes sense for a founder to quit and do something else … that is what a rational person would do. (….) In fact, if the founders never quit, the start-up, by definition, will never fail. It may never succeed widely, but it won’t fail. (….) I have seen entrepreneurs who keep getting knocked down and back up. Then they get knocked on their butts and get up again. Then they get knocked on their butts again and get up yet again. These resilient entrepreneurs fail all the time … but they would never let their companies fail.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창업자들이 그만두기 때문이다. (...) 즉 다시 말하면 창업자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은 실패하지 않는다. 크게 성공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 수도 없이 무너졌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창업자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이들은 자신은 항상 실패할지언정 절대 자신의 회사가 실패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물론 창업자라고 해서 무조건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올인하여 스타트업과 생사를 같이 할 필요는 없다. 아니라고 생각하면 빠른 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절차와 예의는 있다. 자신의 결정을 직원들, 일이 진행 중이던 고객들, 그동안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멘토들 및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린 후 회사를 정리하는 마지막 사람이 되어 모든 절차를 깨끗이 마무리 짓는 것. 하지만 그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새로운 회사 출근 바로 전에 우리에게 통보하고 직원들보다 먼저 회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로 출근을 했다. 해보는데 까지 해본 후의 실패에서 오는 Validated Learning은 없었다. 그저 한 사람의 치기 어린 모험으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의 한 부분이 낭비되었을 뿐.
한 친구가 자신이 아는 벤처투자자는 투자하려는 회사에 풀타임 직원이 몇 명인지를 본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인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만약 CEO만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고 다른 직원들은 모두 파트타임으로 일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한 조직 구성이 의도적인 것이라면 CEO 자신조차 항상 잘되지 않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고, 의도적이지 않은 것이라면 CEO 외에 다른 직원들은 회사에 올인할 만큼 회사의 비전을 높게 보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도 될 것이다.
끈기와 인내를 본다는 Auren Hoffman의 답변에서도, 풀타임 직원수를 본다는 어떤 벤처투자가의 예에서도 그들은 모두 투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오너 리스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오너, 즉 창업자는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믿고 있는가? '투자 받아 해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진 않은가. 내가 겪은 스토리도 굉장히 드문 케이스 같지만 넓게 보면 오너리스크가 결과로 나타난 일이었다. 그가 다른 회사를 미련 없이 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자신이 만든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제공할 가치를, 또 그 서비스의 미래를 정작 본인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