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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zypea Oct 08. 2020

10. 진정한 워라밸을 찾아서

직장을 선택할 때 워라밸 (Work-life balance 워크 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은 필수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되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경제적 보상보다는 워라밸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예전에 업무 특성상 4시면 퇴근을 한 적이 있었다. 마치 하루를 두 번 사는 느낌이었다. 회사가 끝나도 자기 전까지 최소 6-8시간이 남아있었다. 따라서 퇴근 후에 공부, 운동, 취미 생활, 친구 만나기 등 모든 것이 가능했다. 이처럼 우리는 유연한 퇴근시간 하나만으로도 워라밸이 충분히 보장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자율, 탄력 근무제, 정시 퇴근, 야근 회식 없음 등 퇴근 후 시간을 보장하는 문화들은 직원들이 자신의 일상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 진정한 워라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스팅스는 '규칙 없음' (No Rules Rules)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워라밸의 의미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We'd found a way to give our high performers a little more control over their lives, and that control made everybody feel a little freer

우리는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게 삶의 통제권을 조금 더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는 좀 더 자유로워졌다. 


하루의 일정 시간을 보장받는 것이 좁은 의미의 워라밸이라면, 넓은 의미의 워라밸은 기업의 문화가 직원들의 삶을 최소한으로 통제하는 것, 즉 직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우리가 살고자 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주말에 항상 국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주 40시간의 자율근무제를 시행하는 회사에서 일한다고 할 때, 회의시간 및 업무의 데드라인은 준수한다는 기본 규칙 하에서 그는 금요일마다 새벽 4시에 일을 시작해서 낮 12시에 업무를 마감하고, 월요일은 낮 12시에 일을 시작하여 저녁 8시에 퇴근하는 스케줄을 유지하려고 한다. 만약 그의 매니저나 회사가 그러한 스케줄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면, 사실상 주 40시간의 탄력 근무제는 출퇴근 시간을 앞뒤로 최대 2시간 정도 움직일 수 있는 자율만을 의미할 뿐 여전히 개인의 삶의 통제권은 회사가 쥐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정한 워라밸은 최소한의 규칙과 통제에서 나오지만 누군가는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한 제도를 모두 다 악용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달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긴 연휴까지 껴서 6주를 쉬고 오고, 하루에 12시간씩 주 3일 반만 근무하면 어떻게 되느냐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통계의 정규분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극단의 케이스는 언제나 존재하지만 평균에 비하면 미미하다. 따라서 회사의 제도를 소수의 누군가는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회사가 인정해야 진정한 워라밸의 문화가 탄생한다.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그러한 문화로 인한 전체적인 생산성과 성과이지 개개인이 워라밸의 문화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가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이 그렇듯이 우리 회사도 객관적으로는 워라밸이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을 유지하는 관점에서 워라밸이 좋다는 것일 뿐, 이 회사의 문화로 인해 내가 원하는 삶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가 라고 질문한다면 '그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역시 워라밸의 규정과 그 규정을 위한 규정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여름에 Summer Hours 제도를 운영하는데 풀타임 직원들은 매일 한 시간씩 일을 더 하고 금요일은 반나절만 일할 수 있다. 플랙서블 해 보이지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것은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에 8시간을 일할 것인가 9시간을 일할 것인가이다. 어찌 보면 큰 차이는 없다. Summer Hours 동안은 직원들이 자신의 스케줄을 직접 짜서 매니저에게 승인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한 워라밸의 허용은 직원이 이익을 보면 회사가 손해를 보는 제로섬이 아닌 윈윈 전략에 가깝다. 직원들은 일상뿐만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자신의 삶을 좀 더 나만의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다. 회사는 무엇보다도 좋은 인재를 유치하고 그 인재들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직원의 이직 및 퇴직으로 인한 회사의 비용 및 손해를 생각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자유를 주는 회사를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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