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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zypea Jul 08. 2020

2. 일대일 미팅 속으로

입사하자마자 나는 매니저로부터 함께 일하게 될 파트너 부서뿐 아니라 파이낸스 부서의 매니저 이상으로 이루어진 10-15명의 리스트를 받았다. 1:1 미팅 (One-on-One meeting) 위한 것이었다.


1:1 미팅은 말 그대로 일대일로 만나 30분가량 대화하는 자리로써 다양한 목적을 지니는데, 입사 직후 시행하는 Introductory 1:1 미팅은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과 미리 소개하고 이야기할 시간을 가짐으로써 앞으로 좀 더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나의 첫 미팅 상대는 입사한지 2년 정도 된 같은 팀의 M으로 그는 첫날 나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은 것 같았다.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조직 문화에 대해, 그가 하는 일에 대해, 우리 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면접 때 물어볼 기회가 없었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잠시 M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는 미 해군학교를 나온 해군 출신으로 꽤 자유분방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친화적인 동료였다. 그는 6개월 후에 이직을 하였는데, 그래서 우리가 함께 동료로서 지낸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의 마지막 주는 회사 동료들과 잡힌 1:1 미팅으로 얼굴 볼 틈이 없었다. 나 역시 그의 약속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미팅을 잡고 대화를 나눴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주로 이직하여 간다는 것만 알고 있었고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못한 터였다. 이직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그답게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별로 Fancy하지 않아서 하하"

나는 그 당시 6개월 차에 접어 들어서 업무에 익숙해졌지만 또 아직 배우고 이해할 것이 많은 그런 상황이었는데 그의 말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 맞아 M, 멸균 세척 비즈니스가 Fancy 하다고 보긴 어렵지 ㅎㅎ 그럼 어디로 이직해?"

" 아디다스"

- 오 그 동네로 이사 간다고 해서 혹시 했어. 잘 됐다!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거야?

" 마케팅 파이낸스 쪽을 하게 될 것 같아"

- 재미있을 것 같다.

" 응 아마도 내가 하게 될 마케팅 파이낸스는 블라블라..."


우리는 30분가량, 그가 일하면서 가졌던 고민과 한계점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이 이직으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에 대해서, 새로운 회사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며 회사 주변을 걷고 또 걷는 동안, 1:1 미팅을 나누고 있는 다른 팀을 최소 두 팀 이상 더 마주쳤던 것 같다.

 

참고로 입사하자마자 2주 안에 일대일 미팅을 잡으려던 계획은 인수인계 스케줄과 바쁜 업무로 5명도 채 못 만난 채로 끝이 났다.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적극적으로 미팅을 잡을 노력을 할 생각도 못했던 것이, 한국에서 일할 때는 친한 동료들과는 커피타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었었고, 상사와는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일대일 미팅을 가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일대일 미팅을 갖는 것 자체가 조금은 어색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업무나 협력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는, 조금 더 일에 익숙해지면 미팅을 잡아야지 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게 된 것도 있다.


Introductory 1:1 미팅은 못했지만 대신 그 이후에 다른 목적으로 많은 1:1 미팅을 했다. 동료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같이 일할 기회는 적지만 배울 것이 많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다른 팀 매니저와, 새로 부임한 VP와 등등. 하지만 많은 목적 속에서도 특히 인수합병이 공식화된 후 1:1 미팅은 빛을 발했다. 많은 민감한 질문들과 답변이 VP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과 일대일 대화를 하며 이루어졌고 그들도 일대일 미팅을 권장하며 우리가 가지고 있을 여러 질문들이, 또 자연스러운 불안감이 내부에 쌓이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랬다.


한국에서도 스타트업을 필두로 1:1 미팅의 문화가 공식적인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무엇보다 1:1 미팅의 장점은 소통의 안전장치의 역할을 한다는데 있는 것 같다. 바로 이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면 좋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어떤 주제에 관해서든 회사의 누구와도 공식적으로 터놓을 수 있는 환경과 채널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는 안정감을 느낀다. 우리의 질문과 아이디어는 그것에 대해 적절한 답을 해줄 수 있고, 또 아이디어의 실행에 대해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로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그간 얼마나 조직내에서 딱딱한 의사소통 체계로 인해, 우리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정작 가야할 곳에 닿지 못하고 주변만 빙빙돌다 사그라든 적이 많았나. 그런면에서 일대일 미팅은 가장 캐주얼하면서도 가장 파워풀만 의사소통의 메커니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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