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IF - Thank God It's Friday 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 일주일 중 금요일이 제일 신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날이라는 것은 전 세계 직장인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미국의 국가 공휴일은 새해 첫날 (1월 1일)이나 독립기념일 (7월 4일) 등 일부 날짜가 지정된 공휴일을 제외하고 대부분 월요일에 쉰다. 예를 들어 5월 마지막 주 월요일, 9월 첫째 주 월요일 이런 식으로 공휴일이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월요일이 공휴일인 직전 주의 금요일은 특히 더 신난다.
존슨 앤 존슨에서는 금요일 재택근무가 굉장히 활성화되어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직전 주의 금요일은 Half Day만 일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공지가 왔기 때문에 Work-Life Balance의 관점에서 보면 밖에서 보이는 회사의 이미지나 이 회사는 이럴 것이다란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유연하고 좋은 조직문화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업부의 경우 "수요일은 베이글 (Bagel Wednesday)"이란 문화도 있어서 수요일 아침이면 항상 베이글이 담긴 큰 박스 3개가 회사로 배달되었다. 회사의 네임벨류와 좋은 문화 덕분에 사실 내가 속한 브랜드 사업부의 매각 소식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인수합병/회사의 매수 또는 매각 시에 양쪽의 회사는 숫자에 관한 결정을 가장 신경 쓰겠지만, 사실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사람에 관한 결정이라고 본다. 즉 1) 인원의 보존과 2) 문화의 보존. 최근 티모바일이 스프린트를 인수한 지 2개월 만인 2020년 6월 레이오프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대상은 몇백 명에 해당하는 스프린트의 영업직원들이었다. 이 경우는 같은 업종의 기업을 매수하는 것이어서 인력이나 업무의 중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매수하는 기업의 직원들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경우 인원이 보존되는 것은 꿈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신사업, 경험이 없는 사업을 인수하는 경우이다. 우리의 경우도 사실 이 경우에 해당했다. 앞에서 인수합병이라고 표현했지만 회사의 매각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존슨 앤 존슨이 의료기기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브랜드 사업부 하나를 매각하기로 했고, 상대 회사는 20여 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였다. 그들의 자회사는 모두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그중 의료기기 사업부는 없었다. 따라서 자회사가 인수 후에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매출을 발생시켜 회사의 전체 매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인원의 보존은 필수 불가결했다.
사실 인원의 보존보다 더 힘든 것은 문화의 보존이다. 어찌 되었든 두 유기체가 합쳐진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가 탄생할 수밖에 없음을 알린다. 좋은 문화를 그대로 가져간다 해도 융합된 문화는 이전의 문화와 같아질 수가 없다. 인수 결정 직후부터 합류 시점까지는 약 9개월이 걸렸다. 그동안 우리는 꽤 자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새 회사 측의 임원들은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우리 역시 존슨 앤 존슨과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뀌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회사는 지금껏 운영되던 대로 독자적으로 운영될 것입니다." 그들은 알았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의 보존이고 그래야만 인력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로 회사 전체가 재택근무에 돌입하기 전까지, 금요일은 여전히 다소 플렉서블했고 "수요일은 베이글"도지켜지고 있었다. 인력의 유출은 있었지만 내가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대로 일하고 있다. 시스템이나 업무 방식의 변경으로 해야 할 일은 좀 더 많아졌다. 최근 공식적으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9개월 하고도 1년이 더 걸렸다. 베이글이 계속 수요일에 배달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계속 배달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진짜로 새로이 융합된 문화의 탄생을 지켜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