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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Jan 08. 2021

기업에도 '지역 탕평책'이 필요하다

국내 대기업의 잘못된 기업문화 유형 (8)

[사진 출처: 롯데푸드]





Question


저희 회사의 경우 주요 임원들이 대부분 대표님과 동향 출신입니다. 이것 자체만으로는 별로 문제 될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대표님과 고향이 다른 분들이 '혹시 내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걱정을 한다는 거죠. 저도 그런 걱정이 조금 들기는 해요. 나중에 팀장 승진 대상자에 저랑 또 다른 사람이 올랐는데 저는 대표님과 고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 사람한테 밀릴 수도 있잖아요.  


우리나라 기업 중에 이처럼 지역적으로 치우쳐 있는 기업들이 많은가요? 지방 기업 말고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 중에서도요?




Answer


좀처럼 꺼내기 힘든, 조금은 민감할 수도 있는 이슈를 제기하셨네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학교 차별, 성별 차별만큼 심각한 문제가 바로 지역 차별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좀처럼 공론화하기 힘든 이슈가 또 지역 차별이죠. 때로는 이런 이슈를 제기하는 분이 오히려 "지역 분란을 일으킨다"라고 욕을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서도 "찰리브라운이 참 쓸데없는 얘기 한다"면서 저를 비난하시는 분도 분명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슈를 제기한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 원인은 아니잖아요?


가끔씩 지역 차별을 가리켜 '지역감정'이라고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지역 차별'이 보다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누가 성에 관계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줄 경우 "성희롱했다"라고 하지 "이성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고 있다"라고 하지 않잖아요? 마찬가지로 출신 지역을 이유로 불이익을 줄 경우 "지역 차별했다"라고 해야지 "지역감정을 갖고 있다"라고 하면 안 되죠.


그동안 정부 고위직이나 대기업 대표이사들의 경우 출신 지역에 따른 분포를 발표하거나 보도하는 사례는 꽤 많았습니다. 어느 한 지역에 치우친 인사를 했을 경우에는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고요. 하지만 기업 내 주요 임원진에 대해서는 지역별 분포를 발표하거나 보도한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문제가 없어서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게 아니라 아마 자료가 없어서, 또는 그 기업 임직원들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사항이라서 보도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아무리 자발적으로 입사한 기업 내에서라고 하지만 특정 지역 출신만 우대하고 다른 지역 출신들을 차별하는 게 전혀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죠.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요? 이상하면 고쳐야죠. 그것 또한 잘못된 기업 문화이니까요.


물론 수도권에 본사를 둔 대기업에 한정된 얘기입니다. 극단적으로 강원도 두메산골에 본사를 둔 기업의 경우 강원도 출신들이 많을 수밖에 없겠죠.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으면 당연히 부산 출신들이 많겠고요. 하지만 강남구 역삼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인데 주요 임원들이 모두 OO도 출신이라면 지역 차별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 직간접적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국내 대기업 중 상당수는 특정 지역 출신들을 중용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특정 지역 출신들에게 요직을 맡기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100% 그렇다는 게 아니라 상당수 기업들이 그런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죠.


그것이 특정 지역 출신들을 우대하거나 또는 다른 지역 출신들을 차별한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의심을 사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직원들이 그러한 의심을 할 경우에 회사 내에서 그러한 의심이 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역 차별을 할 수도 있고요.



[사례 1] 주요 임원의 70%가 오너와 같은 지역 출신인 T사


오 부장은 어느 날 T사 대표님으로부터 기업 미션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오 부장은 그 지시를 받고 조금 황당해했죠. 기업 미션은 "내가 이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대표님께서 평소에 생각하시던 바를 그냥 천명하시면 될 텐데 그걸 일개 부장한테 수립하라니 참... 그렇지만 어떡하겠어요? 하라면 해야죠.


그래서 오 부장은 바로 다음 날부터 T사의 주요 임원들을 만나 뵈면서 그분들의 고견을 여쭈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저희 회사를 설립하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놀라운 점은 이러한 우문으로 바쁘신 임원분들의 시간을 빼앗았는데 하나 같이 모두 현답을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모두들 오 부장의 딱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정말로 도움이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오 부장은 기업 미션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주요 임원의 70% 이상이 비슷한 사투리를 쓰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사투리는 바로 대표님 고향에서 쓰는 사투리였습니다. 한 마디로 대표님과 같은 지역 출신 분들이 요직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오 부장은 매우 의아해했죠. T사는 설립된 지 40년도 더 된 기업이고 본사도 수도권에 위치한 소위 글로벌 회사인데요. 어떻게 아직도 이런 일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오 부장도 기업 미션 프로젝트를 하게 됐으니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지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모르고 넘어갔겠죠?



[사례 2] OO도 출신은 요직에 기용하지 않는 J 그룹


우 부장은 J 그룹으로 이직하면서 그룹 내 핵심 부서인 지주사 기획실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기획실은 그룹 계열사에서도 일 잘하기로 내로라하는 분들만 차출해서 구성한, 그룹 내 '최고 에이스'로만 이루어진 '최고 핵심 부서'였습니다. 연말 보너스는 항상 그룹 내 최고 수준으로 받았고, 대부분 승진 기한 내에 승진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특진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죠.


하지만 그만큼 일도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야근은 매일 하다시피 했고 주말 근무도 가끔씩 했고요. 그룹 내 기밀 사항을 많이 다뤘기 때문에 랩톱 컴퓨터에는 어떠한 파일도 저장하지 못했고 모든 파일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에 보관해야 했습니다. 여차하면 'HDD 갖고 튀어라' 였죠. 한 마디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부서였습니다.


우 부장은 어느 날 기획실 동료와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동료들로부터 조금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장 부장: "서 과장 아버님 고향이 OO도라고 하던데."


아직까지는 놀라울 게 없죠. 이 세상에 서울특별시나 수도권에 고향을 두신 분들만 계신 건 아니니까요? 놀라운 점은 그 말을 듣고 보인 다른 동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김 부장: "그래요? OO도 출신이 어떻게 기획실에 들어왔죠?"

이 차장: "서 과장 아버님께서 회장님 지인이신가?"


우 부장은 너무나 궁금한 물어봤죠. "OO도 출신이 왜요?"


순간 적막이 흐르며 모두들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우, 쉣! 내가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했구나'라고 우 부장은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죠.


우 부장은 나중에 당시 상황을 친절한 김 부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 부장: "우 부장 혹시 부모님께서 OO도 출신이신가?"

우 부장: "아뇨,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서울에서 태어나셨어요."

김 부장: "어, 그럼 다행이고. 우리는 우 부장이 그때 'OO도 출신이 왜요?'라고 해서 우 부장이 OO도 출신인 줄 알고 깜짝 놀랐어. 우 부장 앞에서 말실수한 건 아닌가 해서."

우 부장: "아, 저는 그냥 궁금해서 여쭤본 거였어요. 다른 뜻은 없었는데..."


친절한 김 부장의 장황한 설명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J 그룹의 선대 회장님께서는 고향이 XX도이시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XX도 분들은 OO도 출신을 잘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설립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OO도 출신들은 요직에 잘 기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룹 기밀을 다루는 핵심 부서에 OO도 출신을 기용하는 게 괜찮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그런 얘기를 나눈 것이다.'
(저 또한 "OO도 출신"이라는 표현이 조금 거슬렀지만 김 부장이 그런 표현을 썼기에 그대로 적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 부장: "아, 감사합니다.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구나. 다음부터는 주의하겠습니다."


뭐가 심오하고 누가 더 주의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진 출처: 영화 '황산벌']


이런 얘기가 비단 오 부장, 우 부장 회사만의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아마 많은 회사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반문하시는 분도 분명 계실 것입니다. "정치권에서는 흔한 일인데 왜 기업만 갖고 그러느냐"라고. 그러면서 제시하는 사례가 김대중 대통령 이래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모두 영남 출신 정치인이라는 것이죠.


사실 그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모두 영남 출신입니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탑 4 후보였던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 모두 영남 출신이고요.


또 어떤 분은 2018년 7대 지방선거 결과 서울특별시 구청장 당선자 25명 중 18명이 호남 출신인 것을 예로 들며 영남 패권주의에 대한 반박을 하기도 합니다. "영남에만 패권주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죠.


이러한 예를 들며 "어느 한 지역이 요직을 독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지난 63년 이래 근 60년 동안 선출된 대통령 아홉 분 중 여덟 분이 영남 출신인 것도 문제를 삼자면 삼을 수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서울 구청장의 70% 이상이 호남 출신인 것도 굳이 문제를 삼자면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인위적인 결과이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남 출신 정치인들이 타 지역 출신들에 비해 대통령 직에 적합하고,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타 지역 출신들에 비해 구청장 직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면 몰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상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처럼 국내 정치에서 영호남이 요직을 독점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하지만 기업집단 내에서 특정 지역이 요직을 독점하는 행태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정치는 어느 정도는 민심을 반영한 것이거든요. 공천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결국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국민 투표에 의해 뽑힌 '선출직'입니다. 어쨌든 국민의 선택인 것이죠. 한 마디로 "그나마 정당성을 갖고 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경우는 다릅니다. 고위 임원 인사는 거의 대부분 오너 한 분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근로자의 선택과는 거리가 멉니다. 물론 주요 대표이사 등 최고위급 임원 인선은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 의결 사항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뜻이 반영됐다고 우길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그룹 오너의 뜻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더 많죠.


결국 특정 지역 출신들을 요직에 기용하는 관행은 순전히 그룹 총수의 뜻에 의한 것입니다. 국민의 뜻이 아니고요. 민심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민심이 반영됐다고 다 좋고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왜곡된 민심'이라도 반영된 결과가 그룹 총수 한 명의 의지에 따라 동향 사람들만 요직을 차지하는 결과보다는 그나마 덜 나쁘지 않나요? 아니면 도찐개찐인가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기업 상황이 정치 상황보다는 개선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룹 총수 한 명에 의해 굳어진 잘못된 관행은 바꿔 말하면 그룹 총수 한 명의 의지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얘기거든요.


...


하지만 그렇게 바뀌는 경우를 쉽사리 찾기는 힘들죠. 한 세대가 바뀌기 전까지는요.


특정 지역 출신들에 치우친 인사가 기업 운영에 미치는 안 좋은 영향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중 영남 출신 대통령



1. 우수한 인적 자원이 배제됨


이건 뭐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서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서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주장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분은 제 글을 읽지 마십시오.



2. 다양성이 결여됨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출신 지역이 정치관은 물론 주요 가치관까지 좌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출신 지역에 따라 개인적 성향도 조금씩 다르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어떤 분들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다" 또는 "잘못된 선입견이다"라고 주장하시기도 합니다. 심지어 "특정 지역 사람들은 어떠한 성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역 차별성 발언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어느 말이 맞는지, 둘 다 맞는지, 아니면 둘 다 틀린 말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성향이 있다", "독일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에 비해서 이런 특성이 있다"라고 많이 얘기하잖아요. 큰 나라일 경우 국가를 지역별로 나눠서 특성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베이징 사람들은 상하이 사람들에 비해서 이렇다" 또는 "베트남 북부 사람들은 남부 사람들에 비해서 저렇다" 등등.


이러한 발언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거든요.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고요. 그런데 국내로 돌아와서 "XX도 사람들은 무엇이 있다" 또는 "OO도 사람들은 무엇을 잘한다"라고 하면 바로 지역 차별성 발언으로 공격을 당합니다.


물론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을 쓰면 안 되겠죠. 또한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맨날 좋은 말만 하고 또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나쁜 말만 해서도 안 되고요. 또한 특정 지역에 대해서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서도 안 되고요. 특히 특정 지역의 아픔을 들쑤시는 발언을 하면 더더욱 안 되겠죠.


하지만 또 반대로 "OO도 사람이나 XX도 사람이나 ㅁㅁ도 사람이나 모두 똑같다. 매한가지다. 성향에 차이가 없다"라고 하는 것도 완전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니,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출신 지역에 따라 가치관이나 성향에 약간의 차이라도 존재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성 측면에서라도 특정 지역 출신만 중용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생각과 성향이 유사한 동향분들 의견만 참조해 주요 결정을 내리면 소비자 전체의 니즈 및 원츠와 동떨어진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비슷한 제안을 주고받으면서 "아이, 좋아라" 하면서 일하면 자기들끼리 좋기는 하겠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별로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받아들여야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요?


이처럼 국가 별로 국민들은 어떠한 특징이 있고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 별로 주민들은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를 설명한 책들은 참 많죠.



3. 산업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음


지금은 서로 연락하지 않지만 한 때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H 모 기자께서 어느 날 술에 대땅 취해서 제게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너는 내가 왜 OO일보에 입사했는지 아니? 너도 알다시피 나는 O남 출신이고 O남대학교를 나왔잖아.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주요 언론사에서는 지방대 나온 O남 출신은 기자로 안 뽑았어. 그런데 OO일보에서는 나 같은 사람도 뽑았잖아. 그래서 나는 OO일보에 대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당시 저는 H 기자의 이 말씀을 듣고 짠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분이 안 됐다는 생각도 들었고 OO일보가 참 좋은 회사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는 이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


R사는 주요 임원 중에 OO도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R사 대표님 고향이 OO도이다 보니 아무래도 OO도 분들을 우대하는 것 아니야"라고 얘기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R사에 다니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합니다. "R사는 특정 지역을 우대하거나 차별하지는 않는다"라는 게 이 회사분들의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R사의 경우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요직에 OO도 분들이 많은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R사 분들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OO도 분들은 다른 회사에서는 요직에 잘 등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R사는 능력만 있으면 출신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OO도 분들 중에 능력이 뛰어나신 분들이 R사에 많이 입사한다. 그 결과 요직에도 OO도 분들이 다른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다.'  


예전에 H 모 기자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던 저는 R사의 이러한 설명이 한편으로는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혹시 그동안 차별을 받아 오셨던 지역의 분들이 '다른 회사에서 OO도 분들을 차별한다면 우리 회사에서는 OO도 분들을 중용하는 게 오히려 사회적 균형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닐까?


다른 회사에서 OO도 분들을 차별한다면 우리 회사에서는 OO도 분들을 중용하는 게 오히려 사회적 균형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물론 제 추측이 억측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 게,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했잖아요.


물론 다른 회사에서는 좀처럼 중용되지 않는다는 OO도 분들 입장에서는 R사 같은 회사라도 있는 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R사 직원분들 중에서 OO도가 고향이 아닌 분들은 또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내가 OO도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유리 천정에 막히는 것은 아닐까'라고 걱정하지 않겠어요?


이처럼 다른 회사에서는 요직에 좀처럼 기용되지 않는 지역 분들은 그 지역 출신이 그룹 총수로 있는 회사에 몰리게 되고, 그 기업 또한 총수와 동향인 지역 분들이 요직을 차지하게 되면서 총수와 고향이 다른 지역 분들은 소외되는 유사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의 지역 차별 현상이 산업 전체로 확산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결국 기업 별로 우대받고 차별받는 지역만 다를 뿐 대부분의 기업에서 특정 지역 우대 현상 또는 특정 지역 차별 현상은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특정 지역 출신들에 치우친 인사가 기업 운영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것 말고도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업 운영에 부작용이 있든 없든 관계없이 사내 지역 차별은 해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더 이상의 이유가 필요 없겠죠. 옳지 않은데...


하지만 세상만사가 옳고 그름의 문제로만 따질 수는 없겠죠. 그러니까 학교 차별, 성별 차별, 그리고 지역 차별이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것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당연한 듯 실행하고 있고요.


끝으로 친한 대학 선배였던 K 모 선배로부터 들은 얘기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K 선배 할머님께서는 고향이 이북이셨는데 하루는 K 선배께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나는 영남 호남이 편 갈라 싸우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가. 미국이나 중국처럼 땅덩어리가 엄청 크면 또 몰라도, 코딱지만한 나라에서 전 국민이 힘을 합쳐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영남 호남이 서로 싸우는 게 말이 되는 얘기냐고."


K 선배께서는 할머님의 이런 말씀에 순간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합니다. '우와! 역시 우리 할머니는 달라도 뭐가 다르구나. 생각이 완전 트이셨네!'


하지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고. K 선배는 할머님께서 말미에 하신 말씀을 듣고 그만 "헉" 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함경도는 안 돼!"


K 선배의 할머님 고향이 평안도였다는...


지역 차별의 문제는 비단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남북 공통의 문제가 아닐까요?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국내 대기업 중 상당수는 특정 지역 출신들을 중용하거나 특정 지역 외 출신들에게 요직을 맡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2. 정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지만 정치는 어느 정도 민심을 반영한 것인 반면 기업은 대부분 오너 한 분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3. 특정 지역 출신들에 치우친 인사는 기업 운영에 여러 가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선되어야 한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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