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쓸데없는 걱정은 쓸데 있는 곳으로 보내길

셜록 홈즈 형님의 추리를 맛보시지요

by Rooney Kim

그럴 때가 있지요. 어떤 일이 발생했는데, 분명히 그 일이 일어날만한 원인으로 생각되는 게 별로 없는데도, ‘혹시 몰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다른 복잡한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며 마음을 졸이고 불편하게 하는 경우 말입니다. 사람이라는 게 참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단순하고 명쾌한 원인보다는 복잡한 인과관계를 가진 원인에 더 집착하고 매달리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사람들은 간편하고 단순한 현실보다 불편한 인과관계에 더 집착하는 경향을 보일까요?


이는 사람들의 ‘불안 심리’와 ‘최악에 대비하려는 습관’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사람들이 제 말에 귀 기울이고 명심이나 할까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 각설하고, 그래서 오늘 모신 형님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형님 앞에서는 그 누구도 비밀을 간직할 수 없죠. 인류 최고의 명탐정, 영국에서 날아온 ‘셜록 홈즈’ 형님이십니다.




거기 지금 혹시 의자에 앉아서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나? 그렇다면 아마도 편안한 소파일 확률이 높겠지, 아, 한국인이라면 소파 위가 아닌 바닥에 앉아서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을 거야, 아무렴. 그리고 지금이 주말이라면 근처에 과자 봉지가 몇 개 나뒹굴고 있을 테고, 어디 보자, 설거지는 쌓여있고,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이는 걸로 보아 오늘 저녁도 배달음식이겠군. 어디 한 번 메뉴도 맞춰볼까?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게을러도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일 거야. 그렇다면 저녁은 탄수화물은 줄이고 기름기와 지방,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먹겠군. 그럼 메뉴 범위가 이렇게 축소되지. 자, 이것 봐. 보쌈, 족발, 치킨 정도 선에서 먹지 않겠어? 죄책감을 덜기 위해 상추나 치킨무를 먹으며 스스로 위로하는 모습도 보이겠고 말이지. 어때, 나의 추리가 대부분 들어맞지 않아?


이쯤에서 내 인사를 하지. 난 셜록 홈즈라고 하네, 1854년 나의 작가이자 아버지인 코난 도일에 의해 창조되었지. 알다시피, 나의 절친으로는 왓슨이 있는데 그 친구는 의사로서 내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줬어. 그리고 난 1957년에 공식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되어있다네. 어차피 난 가상의 인물이라 의미 없는 소개 일지 몰라도 이건 좀 재미있을 걸세. 2008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58%가 날 ‘실존 인물’로 알고 있다는 거야. 어때? 이만하면 실제로 태어났다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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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걱정은 면도날로 잘라버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추리한 위 내용을 다시 한번 함께 볼까?

사실, 난 여러분을 몰라. 몇 명이 얼마나 이 글을 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여러분의 일상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겠나? 안 그래? 그래서 내가 다시 추리를 한다면 사실 이게 제일 정답에 근접할 거야. ‘각자 알아서, 적당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 글을 보고 있겠지.’ 이 글을 100명이 본다고 가정할 때 사실, 내가 100명의 상황을 어떻게 추리하고 맞추겠어? 그러니 이런 가정은 쓸데없다는 거지. 추리할 가치도 없단 말이야. 그래서 오히려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가 더 좋은 접근이라는 거야. 즉, 쓸데없는 가정과 상황 설정이 많은 가정은 대부분 쓸모없고 틀리다는 거지.


그리고 그건 전문용어로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고 하지. 즉,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한 설명중 가장 단순한 것이 사실일 확률이 높다는 거야. 중세 신학자, 철학자들은 실재하는 것, 신의 존재 등에 대한 복잡하고 광범위한 논쟁을 벌였는데 계속해서 토론이 의미 없고, 광활한 가정으로 옮아가며 끝날 기미가 안보였지 그래서 당시 신학자겸 철학자인 오컴이 1324년 어느 날, 무의미한 진술들을 토론에서 배제시켜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용어가 이 세상에 등장하게 됐어.


잘 봐, 이제 내가 이걸 여러분의 상황에 정확히 대입해볼 테니 놀라지 말게.

지금 누군가와 교제하는 중인가? 그렇다면 크고 작은 오해와 다툼이 있을 수 있겠지. 모바일 메신저를 예로 들지, 당신은 보통 그 사람과 하루에 수 번의 메시지를 주고받을 거야. 그런데 보통 메시지를 보내면 수 분에서 10여분 내로는 답을 하던 그 사람이 3시간이 넘도록 답이 없는 거야. 그럼 당연히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겠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럼 아마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거야. 혹시, 휴대폰을 잃어버렸나?, 혹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한 건 아닐까?, 혹시, 나 말고 다른 여자/남자가 있어서 지금 나에게 소홀 해진 건가? 등등 현실로 일어나기 쉽지 않은 가정에 머리가 복잡해질 거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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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오컴의 면도날이야. 이런 상황에서 제일 확률이 높은 게 뭘까? 상대방이 대학생이라면 수업 중일 수 도 있고, 직장인이라면 회의, 미팅 또는 바쁜 업무로 메시지를 확인 못했거나, 확인을 했어도 답을 할 시간이 없는 상황일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이런 경우는 위처럼 단순한 사유인 경우가 많다는 게 현실이야. 그게 바로 오컴의 면도날 사고방식이지.


걱정하는 시간은 날려버리고 건설적인 것에 힘쓰길


우리 삶에서 겪게 되는 대부분의 걱정들, 사소한 걱정부터 '피해망상'에 가까운 걱정까지. 많은 사람들이 삶 속에서 결코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어.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1/5에 가까운 시간을 나 그리고 가족에 대한 덧없는 걱정과 고민으로 채워 살아가고 있을 거야. 가끔은 그런 걱정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걱정의 99%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보면 돼.


예를 들어볼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기혼의 30대 이상의 남자라고 가정해보지.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키우는 동안 수많은 걱정을 했겠지만 특히,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큰 걱정에 밤잠을 설치셨을 거야. 수능 시험, 군입대, 취업, 직장생활, 결혼 등. 특히 저 기간 동안은 혹여라도 당신이 다치거나, 상처 입거나, 좌절하거나, 고통받거나 또는 반대로 누군가를 상처 주거나, 고통을 주거나, 좌절시킬까 봐 더욱 노심초사하는 시간을 보내셨을 거란 말이지.


그런데, 당신은 입장은 어땠어? 수능을 칠 때, 군대를 갈 때, 취업할 때, 결혼을 준비할 때, 그렇게 큰 일은 없었잖아? 당사자는 오히려 덤덤한데도 그걸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완전히 다르지. 하지만 결코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따라서 그 걱정들은 오컴의 면도날로 잘라내 버리면 그만인 의미 없는 걱정들이라는 말이야. 아마 이런 사고방식은 위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당신이 가정할 수 있는 모든 걱정에 대입이 가능할 거야. 잘 활용하길 바라.


robert-metz-p4cxVs9pTww-unsplash.jpg 쓸데없는 걱정과 가정은 잘라서 날려버리길


잠깐, 그런데 분재 사장이 나한테 이 칼럼에 대한 고료를 준다고 했나? 안 주면 어떻게 하지? 그럼 그 고료는 분재 사장이 다 해 먹는 건가? 아님, 고료가 너무 적어서 나한테 말을 안 했나? 만약, 분재 사장이 다 해 먹는 거면 그 배신감은 어떡하지?


자, 이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으로 인한 의미 없는 가정 역시, 모두 ‘오컴의 면도날’로 잘라버려야 해.

사실, 고료 같은 게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거든.




[이미지 출처]

https://www.bbc.com/news/uk-england-london-27487080

https://unsplash.com/s/photos/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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