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보다 중요한 것은 보통, 너무 사소하지

현진건 형님의 깨우침을 엿보았습니다

by Rooney Kim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마치, 눈치도 못 챌 만큼 빠르게 지나간 봄을 뒤로하고 다가온 여름만큼이나 청초하게 빛나고 있네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이런 사소한 계절의 변화에도 나의 기분이 변하고 하루의 컨디션이 결정되는데 다른 것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주고 삶의 만족을 높이는 건 큰 성공이 아닌 작고 사소한 즐거움들인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사소한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때론 삶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던져놓고 '일상'에 집중할 필요도 있지요. 평소는 너무 사소하거나 너무 평범해서 '그것이 중요하다는 눈치'조차 채지 못했던 것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형님을 모셨습니다. 일제 강점 시절, 가난한 민중을 상징하는 한 인력거꾼의 삶을 통해 민족의 처절한 일상을 그려낸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현진건 형님입니다.



안녕하시게나, 반갑소.

우리네 삶은 전혀 예측하기 힘든 것으로 가득 찼다오. 하루의 시작만 봐도 그렇지요. 오늘 나의 삶이 희극인지 비극인지 알지 못한 채, 새벽같이 기상해서, 나갈 채비를 마친 후, 하루의 노동을 시작해야 하는 제가 살던 시대의 노동자들의 하루는 아마도 현대 여러분들의 일상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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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대부분 회사에 나가 회사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지요? 회사가 원하는 것, 상사가 바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한 뒤 얻어지는 결과에 따라 급여를 받고, 여러분은 또 그럭저럭 살아가겠지요. 돈을 버는 건 중요합니다. 맞아요. 돈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밥도 먹고, 집도 사고, 효도도 하고 말이죠. 따라서 가족을 책임질 성인이 되어 돈에 집중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돈의 흐름에 대해 밝을수록 좋겠죠.


운수 나쁜 날? 알고 보면 내 탓


'운수 좋은 날'의 인력거꾼, 김첨지의 삶도 그러하지요. 매일매일, 사람들을 실어 나르며 푼돈을 버는 인력거꾼의 삶은 그냥 육체노동이지요. 단, 매일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이동하며 세상 구경을 하는 게 그나마 낙이었답니다. 종종, 맘씨 좋은 부자 손님을 만나거나, 장거리 이동을 하면 돈을 배로 받으니, 그 날은 운수가 좋은 날이지요.



김첨지는 그날따라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퇴근을 할 무렵에는 옆동네까지 데려다 달라는 손님까지 있어 평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어요. 하지만 오전 내내 '이 날은 나가지 않으면 안 되냐는 아픈 아내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죠. 아픈 아내가 걱정도 되어 일을 마치고 집에 빨리 돌아가야 하지만 술 한잔 하고 가라는 친구 치삼의 꾐에, 아내의 아픈 얼굴에 싫증도 났던 터에, 술 한잔 두 잔 거나하게 마시고 늦은 밤이 돼서야 아내가 좋아하는 설렁탕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결말은 여러분이 알다시피 싸늘하게 죽어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시신과 빈 젖을 빨고 있는 자식 개똥이 뿐이었죠. 불길한 신호를 감지했음에도 '우울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픈 마음'에 술 한잔 걸치고 돌아간 것이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것입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지금 여러분이 바라보는 미래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걸 하면서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있지는 않나요?


'가족을 위한 거다.', '이것만 대박이 나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네,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 매몰되어 그릇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가족을 위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가족의 입장에서 물어보면 대부분 '그 정도는 전혀 원치 않는' 경우가 참 많지요. 그저 내 욕심에, 내 기분에, 스스로 극단적인 상황으로 자신을 코너에 몰아놓고 혼자 힘들어하며, 이런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가족과 사회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만 키우고 있지요. 알고 보면 자신만 그걸 몰랐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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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봅시다.


지금 당신은 누구를 위해서 일하고 살아가나요? 잠깐 도피를 위해, 허황된 욕심을 위해,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사랑하는 이의 시선은 무시한 채 그릇된 판단을 내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죽어가던 김첨지의 아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건, 오늘 하루 벌어들인 꽤 많은 돈도, 평소에 그토록 좋아했던 설렁탕도 아닌, 그저 하루만, 단, 한 번만 남편이 집에 있기를 원했던 것처럼, 당신 역시, '책임감을 핑계로 소중한 이의 사소한 바람'을 피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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