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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Jan 06. 2018

세대 차이

인류의 영원한 숙제


참, 재미있지만 마냥 웃지못할 풍경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이토록 남녀노소 구분 없이 서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주제로 매일 24시간 밤낮을 가리지않고 편을 갈라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이 있을까?


인터넷 댓글은 우리가 얼마나 편리한 세상에서, 얼마나 편하게, 또 얼마나 쉽게 타인 또는 상대 진영을 공격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매일매일 다양한 대립, 갈등, 싸움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또 억지를 부리며 논리적인 증빙이나 진실의 여부와는 관계없는 총성없는 전투들 중에서도 가장 현실과 맞닿아있으면서도 인류의 역사에 걸쳐 이어져온 장대하고 끊이지않는 전쟁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세대차이'이다.


세대차이의 탄생


세대차이는 왜, 언제, 어떻게 발생했을까? 사실, 이 질문은 별 의미가 없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언제부터 세대차이가 생겼다는 역사적인 기준 연도도 없고 그게 있다고 해도 그 전에는 없을리만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스로마시대의 소크라테스도 자신의 시대에 '요즘 젊은 것들은 권위를 무시하고 질서를 어지럽힌다.'라고 했을 정도로 세대차이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 인류의 역사 전체에 걸친 풀리지않는 미스테리다. 세대차이는 단어 그대로 '차이'에서 발생한다. 차이는 모든 분야에 걸쳐 존재하는데 남녀, 노소, 집단간, 가구간, 친구그룹간, 회사간 등 다른 분야들의 차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차이 때문에 세대간 편이 갈리는 것도 목격하고 그로 인해 서로 나아갈 길이 달라지며 갈등하는 것도 수 없이 보아왔다. 그런데 그 차이를 만드는 시각의 기준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고 따라서 세대차이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길을 다니다보면 교복을 입은 학생들, 편한 캐쥬얼 복장의 젊은 학생들,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 등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다른 세대를 보며 이런 생각을 가질 것이다.


'나도 그 땐 그랬지. 그런데 내가 학생때는 교복을 줄여 입으면 큰 일 났는데 요즘 애들은 다르네?',
'나도 직장인이 되면 저렇게 정장을 입고 다녀야하나?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어른들은 저렇게 구태의연한 방식을 버리지 못할까? 촌스러워.'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는 딱 이 두 문장에서 세대간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고 그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도 똑같다. 이 두 의견 모두 '상대방은 나와 다른 질서 안에서 움직이고 있군. 나는 안 그랬는데 또는 안 그럴거야'라는 시점의 차이만 발생할 뿐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서로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먼저 인정하고 그들을 평가하는데서부터 세대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각자가 가치를 둔 기준이 다르고 서로의 배경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에 세대갈등의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출처: ENEWSVIEW 사회일반기사 중)


그럼 왜 우리는 우리와 다른 시스템 내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까? 그들의 나의 바운더리(Boundary)내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걸까? 그들의 행동이 내 상식 밖이어서? 내가 지나온 과거가 그들의 현재와는 판이하게 다르기때문에?


그렇다. 사람들은 의식/무의식적으로 나와는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고, 다른 질서 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나와 다른세대는 나와 같은 생각이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내 편'이 아닌 사람들로 규정지어지고 따라서 나와 공감 및 소통 할 수 있는 창구는 더 좁아지며 함께 추억할 특별한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반감만 생기고 꼰대질이나 반 할 거리만 찾게 될 뿐 다른 세대를 이해할 마음의 여유는 없다.


어린 세대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어린 세대들은 자신들의 현재 사정이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않은 채, 내가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느니, 내가 군대에 있을때는 어땠느니 하는 옛날 이야기만 늘어놓는 구닥다리와는(실제로 10년도 차이가 안나는 세대차이도 역시) 더 이상 말을 섞기도 싫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해버리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말을 들을 생각도 없거니와 눈 앞에 닥친 현실의 파도를 생각하면 그럴 여유 조차도 없다. 즉, 그들 역시 이런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할 이유도 못느끼며 설명을 하고 싶지도 않아한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자신들의 시각에서 설명해줘봐야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세대차이, 차이의 원인


그렇다면 그들은 왜 구세대가 되었고, 또, 다른 그들은 왜 현대의 질서를 거부하는 신세대가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어느 지점에서 부터 그들을 이해해야 소통이 가능한 걸까?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


그것은 바로 해당 세대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이다.

개개인의 삶의 가치와 기준은 대부분 자신들의 어린시절, 학창시절, 초심자시절에 만들어지고 결정된다. 따라서, 자신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5, 60년대에 보낸 사람들과 7, 80년대에 보낸 사람들의 기준이 다르고, 자신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8, 90년대에 보낸 사람들과 00,10년대에 보낸 사람들은 또 다르며 이제는 그 주기가 10~20년이 아닌 10년 이하 혹은 5년 단위로 바뀔만큼 해가 다르게 사람들 사이의 '경험격차'(Experience Gap)는 벌어지고 있다.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 한국전쟁을 겪은 부모들 아래에서 자란 세대, 산업발전시대에서 자란 세대, 올림픽, 수출호조 등 경제성장을 이끈 세대 그리고 그 세대의 아래에서 자란 세대 등 세대차이를 나누려면 매우 다양하고 상세하게 나뉠 수 있는데 그렇기에 지금 나, 우리 세대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세대의 어린 시절이나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그들이 왜 그런 사고를 하고,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알 수 있으며 그 결과 아주 조금이나마 그들을 이해 할 수 있는 길이 조금씩 열리게 된다. 물론,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동의하며 함께 같은 그룹으로 묶이는 건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현재 10, 20대를 보내고 있는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다. 90년대~2000년대에 어린, 젊은 시절을 보낸 그들은 당연히 디지털이 익숙하고, 모바일 환경에 능숙하며, 이를 발판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나 판단은 70,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의 것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논과 밭을 거닐며 산을 타고 놀던 어린 시절의 감성을 요즘 아이들이 뛰노는 아스팔트 길거리와 PC방에 빗대며 요즘 젊은 애들은 감성적으로 약하고 자신 밖에 모른다고 탓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서로의 배경에 대한 이해 그리고 편견없는 질문과 성실한 설명, 여기가 서로를 이해하는 시작점이다.(출처: YOURSTORY의 Megha Johari 포스팅중)


즉, 세대차이는 기준과 잣대의 문제이다. 그들이 한 행동, 의견에 대해서 반감이 든다고 바로 반박하기 전에 그들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을 먼저 고려해 본다면 어쩌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 갈 수 있는 상황도 많고 서로의 양보지점을 찾아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갈등해결의 방법


그러면 어린 세대(10, 20대)는 어떻게 해야할까? 대부분 어린 세대에게 어른 세대가 "왜 그런 행동을 해?", "왜 이게 유행이야?", "왜 이런 옷을 입어?"라고 묻는 다면 그들은 보통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냥요.", 혹은 "멋있잖아요.", 또는 "이유가 필요해요?"


여기서 발견한 또다른 해법은 바로 '질문'과 '설명'이다. 그 동안 세대간의 갈등에는 제대로 된 '질문'과 '설명'이 없었다. 어른 세대는 이해 할 수 없는 질문을 해댔고 어린 세대는 그런 질문 조차 납득하기 어려워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하긴, 그냥 쿨하고 멋지고 재밌다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하지만 어른 세대는 그들에게 설명하는 방법을 알려줘야했고 어린 세대는 배경이 다른 어른 세대를 이해하고 설명을 해줘야했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성립되지않은 공식의 답이 유쾌하게 나올리가 없듯이 세대간의 얽힌 갈등은 풀기가 여간 쉽지않다. 자, 질문을 먼저 바꿔보자.


"그건 어떻게 하는거야?", "이 패션은 누가 먼저 시작했어?", "이 유행은 우리 때랑 비슷하네. 이런 아이템도 인기 많아?"


어른 세대는 어린 세대가 그들의 언어로 답을 할 수 있는 길을 먼저 터줘 설명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하고 어린 세대는 자신들과는 다른 언어와 사고체계를 가진 어른 세대가 이해하기 쉽게 대답을 해주면 된다.


"사실, 별 이유는 없는데, 요즘 이게 유행인데 입어보니깐 멋있더라구요.",
"oo가 TV에서 하던거라 따라 하는 거예요.",
"요즘엔 톡만 하거나 우리끼리만 아는 단어로 얘기하다보니 줄임말을 많이써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하고 자동차 잡지를 즐겨보고 스포츠 시합을 빠지지않고 보는데 논리적인 이유가 없듯이 어린 세대가 무언가를 하고 권위를 벗어난 새로운 질서를 찾는 것에도 장황한 이유는 없다고 보여진다. 세대차이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들이 못마땅한 것과 그들이 나를 거부하며 멀리하는데에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단지, 자라온 배경이 다르고, 살아온 문화가 다르며, 겪은 경험들이 다를 뿐 양 세대가 그걸 바탕으로 상대 세대와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이해한 채 서로 대화하고 일을 한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세대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한 곳을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단, 친해지면 서로 관심을 가지게되며 서로의 배경이나 특성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출처:officedynamics.com)


이것만 기억해두자.


기성세대가 지칭하는 '요즘 것들'은 10~20년 전의 당신이었고, 현재 10, 20대가 말하는 '꼰대'들은 현재 그들보다 10살 어린 초등학생들이 10년 뒤 자신들을 부를 미래의 이름이다. 적어도 우리가 영원히 서로를 이해할 노력을 하지않는다면, 이 변주곡은 세대차이라는 도돌이표를 따라 영원히 연주될 것이며 이를 기꺼이 즐겨듣는 청중은 아마 없을 것이다.




(메인이미지 출처: 프리미엄조선 배정원 기자 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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