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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Oct 25. 2024

직장의 사람들 3: 직장 동료, 전우와 빌런 사이

43,200시간의 동행


한 직장을 20년 동안 다닌다고 생각해 보자. 보통 근무 시간이 점심을 포함 9시간이니 하루 중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직장에서 보낸다. 총 43,200시간. 이는 당신이 직장 동료와 함께 20년간 동안 보내는 시간이다.


칼퇴를 하고 집에 돌아가 7시부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밤 11시 취침한다면 하루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하다.


물론 이 수치는 절대적이진 않다. 사람마다 근무조건도 다르고 조직도 자주 변하고 이직도 많이 하는 시대에 이런 계산은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직장 동료와 보내는 시간의 영향력은 여전히 엄청나다.


‘결국 일 때문에 이직하지 않고 사람 때문에 이직하더라구요. 나를 너무 괴롭혀서, 은근히 거슬리게 해서, 대놓고 무시해서, 다른 사람까지 동원해 왕따 시켜서, 일을 너무 많이 줘서, 일을 너무 안 줘서.. 결국 사람 때문에 퇴사했어요.’


아마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이런 이유로 이직을 했거나 고민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또한,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되어 누군가를 이직시켰을 수 도 있다.


도대체 직장 동료는 어떤 사람이길래 우리의 삶을 이렇게까지 흔들 수 있을까.


직장 동료힘일까 독일까


동기, 선배, 후배 그리고 상사까지.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는 빌런 같은 직장 동료에 대한 에피소드가 괴담처럼 넘쳐나지만, 현실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같이 일하기 편하고, 점심시간에 허튼 농담도 할 수 있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지극히 안정적인 범주에 있는 사람들 말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나를 챙겨주는 사수, 야근할 때 도와주는 동료, 더 할 일이 없는지 물어보는 팀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당연히 빌런도 있었다. 내가 한 일에 숟가락을 얹는 팀장, 교묘하게 업무 성과를 낚아채는 동료, 일처리 또는 커뮤니케이션 미숙으로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타 팀원, 그리고 팀을 의심하거나 무시하는 발언을 내뱉는 타 팀 팀장까지, 다양한 종류의 빌런 동료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대부분은 그들의 언행이 진심으로 악의에 의한 경우는 몇 없었다. 다들, 자신의 입지를 지키거나, 피해를 입지 않거나, 팀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즉, 빌런들 역시 대부분은 일상에서 정상 범주에 있는 사람들이다. 마치 악질 군대 선임처럼, 사회에서 만났으면 그저 좋은 형동생 사이로 지낼 수 있는 사람도 많았다는 뜻이다.


단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그들을 직장 동료로 만난 것이었을 뿐.


좋은 동료가 되는 방법이요?


이렇듯 직장 동료와는 좋은 기억도 나쁜 악몽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과 최대한 마찰 없이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을 함께 읽어보자.


하나, 직급, 나이를 막론하고 되도록이면 존댓말을 써라. 언어는 마법 같은 능력이 있다. 존댓말을 쓰면 두 손이 공손해지고, 반말을 하면 어깨를 툭툭치고 싶어 진다. 한국어를 쓸 땐 보수적이다가도, 영어를 쓰면 오픈마인드가 되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둘, 항상 스케줄을 물어라. 협업을 하든, 업무 요청을 하든, 업무를 나눠주든, 아무튼, 팀원이나 타 팀과 일을 해야 할 때는 먼저 그들의 일정과 상황을 물어봐라. 그냥 이메일 하나 툭 보내고, ‘안 보셨어요?’ 하거나, 갑자기 찾아가서 ‘이거 급하니까 먼저 보시죠.’라고 하지 말란 말이다.


셋, 사무실에 함께 있다면 온라인보단 오프라인으로 먼저 소통해라. 특히, 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항상 먼저 가서 물어봐라. 협업할 수 있는지, 언제 시간이 되는지, 먼저 물어라. 이후, 온라인(협업툴, 이메일 등)에서 이와 관련된 업무요청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넷, 사적인 질문과 농담은 가려서 해라. 당연히 동료들과 친해지면 좋다. 그런데 친해지다 보면 종종 선을 넘는다. 외모가 어쩌니, 살이 쪘니, 애인이 있니 없니 등등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넘나들게 마련이다.


다섯, 먼저 도와줘라.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라는 말도 기브가 먼저다.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먼저 도와줘라. 상대방이 정상범주에 있는 사람이라면 상응하는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먼저 도와주면 전우와 빌런을 구분할 수 있다.


내 인생의 1/3을 함께하는 직장 동료. 그들이 먼저 친절을 베풀며 다가오길 바라지 말고, 먼저 손을 내밀자. 퇴사하면 그만이지만, 함께 있는 동안은 매일 마주칠 사람들이다.


그리고 잊지 말자. 그들 역시 삶을 위해 몸과 마음을 갈아내며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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