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는 누구인가?
이미 수많은 매체를 통해 상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지겨울 정도로 노출되었다. 일명 김 부장, 이 과장 등으로 통하는 그들은 부하직원의 존경보다는 눈치를 한 몸에 받는 빌런 혹은 또라이로 뇌리에 박혔다.
‘빌어먹을 낯짝을 볼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턱 막힌다.. 아 회사 가기 싫어..’
재미없는 아재 개그와 시도 때도 없는 업무 압박은 물론, 술자리에선 피를 나눈 형동생보다 더 진하게, 집도 절도 다 줄 것처럼 의리를 나누더니,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업무로 쪼아대는 모습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상사의 본모습일까.
물론 상사도 할 말이 많다. 그들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꼬꼬마 주니어시절을 거치며 숱한 압박과 억울함 속에 이를 갈고 버텼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내가 팀장이 되면 팀원들에게 잘해줘야지. 팀원들이 원하는 팀장이 되어야지.'
누구나 완벽한 상사를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유인즉, 상사의 자리에 앉는 순간 팀원들의 행동과 속셈이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누가 최선을 다하는지, 누가 대충 일하는지, 누가 딴짓을 하는지, 누가 묵묵히 지원하는지. 그 자리에 가면 보인다.
사람은 듣는 것보다 읽는 것에 약하고, 읽는 것보다 보는 것에 약하다. 부하직원들의 꼼수가 눈에 보이는 순간 상사는 갈등하게 된다. 한없이 쉽고 착한 매니저가 될 것인가 빌런 소리를 들을지언정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으며 시시각각 쪼을 것인가.
물론 이 둘의 중간 지점에서 합의를 보면 좋겠지만 그게 굉장히 어렵다. 무엇보다 상사의 행동은 팀의 성과는 물론 이들의 커리어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큰 이유는 상사도 이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야생의 이기심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기심은 그 누구도 욕할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자신의 이기적인 판단으로 매 순간 선택하며 살아가는 중 아닌가.
나쁜 상사는 없다. 나쁜 인간이 있을 뿐
자신의 자존심과 이기심으로 인한 자기 위주의 편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수많은 연못이 흐려질 뿐이다.
회사가 목표 달성을 위한 전체주의 기반의 이기적이고 유기적인 조직이라는 점만 자주 상기하면 그들의 행동의 근거가 읽힌다. 상사의 행동 패턴과 판단 근거를 이해하면 그들의 유치하고 치졸한 움직임에 애잔한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차피 한 배에 탄 사람들이다. 누구는 배에서 뛰어내리고 또 누구는 정박한 항구에서 내리거나 배를 갈아타겠지만, 직장이라는 조직에 몸을 담근 이상 그 어떤 배를 갈아타더라도 룰은 변하지 않는다.
상사는 당신에게 일을 주고 관리 감독하며 평가하는 사람이다.
상사도 가엾게 여겨라. 그 역시 태어난 생을 살며 자신과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직장을 선택한 나약한 한 영혼에 지나지 않는다.
목소리가 크고 욕설이 난무하고 압박을 가할수록 겁쟁이다. 그런데 당신이라고 그런 상사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타산지석이다. 빌런이든 천사든 배울 점은 있다. 사소한 말투와 분위기에 사로잡히지 말길. 그도 당신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직장인일 뿐이니까.
어쩌면 당신의 미래는 그들과 닮아있다. 그러니 배울 점만 익히고 모두 잊어라. 배울 점이 없다면 그 또한 배울 점이다. 적어도 배울 점 하나 정도는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