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동료, 선배, 후배, 상사, 경영진, 대표 등등 사회생활이 처음이라면 낯선 환경과 처음 접하는 인간관계에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셜 지능, 즉, 사회성이 높은 사람은 금방 적응한다. 이는 모두 배려, 역지사지, 눈치코치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물론 사회성과 성과는 또 별개다.
한마디로, 사회생활은 ‘성과와 관계’로 정리된다.
성과는 ‘시간+노력+과정’의 합이고, 관계는 ‘커뮤니케이션+협업+배려’의 합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내가 누구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많이, 아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대표의 역할
누구나 대표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좋은 대표가 될 순 없다. 사실 좋은 대표라는 표현 자체도 한계와 결함이 많다. ‘좋은’이라는 것의 기준과 이를 바탕으로 어떤 관계와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좋은’의 해석이 만인에 의해 만개로 나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설립자이자 오너인 경우와 승진이나 이직을 통해 대표라는 월급사장이 되는 경우다. 이 두 분류의 마인드와 회사를 대하는 태도는 굉장히 이질적이지만, 대표라는 점에서 목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유사하다.
회사가 영리를 추구하는 곳이라면 대표는 영리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방향을 제시하고 업무를 분장한 뒤, 일을 진행시키고 이후 모든 결과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포지션이다. 따라서, 대표의 권한은 절대적이고 영향력은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대표의 자질
그렇다면 좋은 대표란 무엇일까? 대표는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 이어야 할까.
첫째, 확고한 의지와 유연한 의사결정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대표가 흔들리면 조직이 흔들리고 조직이 흔들리면 프로젝트가 흔들린다. 대표의 한마디에 수개월의 프로젝트가 리셋된 뒤, 전혀 관계없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경우를 수 도 없이 봤다. 대표는 의사결정전에 심도 있는 리서치와 검증을 통해 판단을 내려야 하고 한 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
동시에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 일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람의 생각이 완벽할 수 없듯이 대표의 의견과 결정에도 수많은 결점이 존재한다. 특히, 귀가 얇아 쉽게 과몰입하는 대표는 결과를 번복하고 프로젝트를 뒤집기 일쑤다. 때문에, 팀장들은 난감해지고, 팀원들의 멘탈은 말라비틀어져가길 반복한다. 사실, 대표가 이사, 팀장들을 믿는다면 그들의 의견에 따라 적절한 조율을 해야 한다. 적어도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이를 스스로 검증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자신의 의견에 반한다거나, 자기를 따라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에 반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그런 직원은 더 가까이해야 한다. 훌륭한 장군 수하에는 항상 더 훌륭한 참모가 있게 마련이다.
둘째, 눈치를 봐야 한다.
고객과 주주의 눈치만 볼게 아니다. 대표는 자신의 조직 내에 있는 이사진, 팀장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대표가 회사의 최고 직급인데 왜 눈치를 보냐고? 바로 대표 자신의 조직 내 평판과 의사결정의 무게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대표는 독재자나 독불장군이 아니다. 때로는 개발 팀장의 기분을 파악해야 하고 때로는 이사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생각이 든다면 이를 두고 혼낼게 아니라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고 그들의 심중을 읽어야 한다.
팀장들이 유난히 의욕이 없고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면 단순히 압박만 할게 아니라, 하나하나 두고 보면서 이유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리더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고민과 성찰을 했다. 고민과 성찰은 대부분 내 행동에 대한 타인의 반응 그리고 결과물에 근거한다. 남 탓을 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봐야 한다.
셋째, 책임을 분배해야 한다.
많은 대표들이 직원들의 일처리와 능력을 못마땅해한다. 자기라면 더 잘할 텐데, 왜 이거밖에 안될까. 대표의 기대감은 주로 이런 생각에 기인한다. 사실 여기서 직원들의 능력은 별 상관없다. 직원들의 능력은 이미 면접에서 1차 검증되었다. 실무가 불만족스러워도 대표가 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왜냐고?
직원의 성과는 팀장의 지휘 아래 팀 내에서 세팅되고 운영되며 측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가 개개인의 직원에게 개입하는 순간 조직은 무너진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산업화 이후 발견된 최악의 경영방식이다. 대표는 팀장, 이사들과 소통하며 책임을 분배하면 그만이다. 좀 더 오버해서 말하자면 그 외의 시간에 대표는 회사에서 눈에 띄지 않는 게 좋다.
대표의 자리야 말로 내근하며 직원들과 함께 있을게 아니라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 네트워킹하고 새로운 사업기회와 투자기회 등 영리를 위한 외부 업무가 굉장히 많은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면 안 돼, 아무도 못 믿겠어, 내가 제일 일을 잘하는 것 같아.’
만약, 대표가 이런 마인드라면 직원들은 금방 이직하고 대표는 스스로 업무 지옥에 갇혀 온갖 스트레스와 직무에 시달릴 것이다.
따라서, 대표는 책임을 분배해야 한다. 그리고 팀장들은 그 책임을 또 쪼개어 팀원들과 나눠야한다. 동시에 권한도 이양된다. 이런 책임과 권한의 고른 분배를 통해 팀장들은 이사나 대표가 될 자질을 배우고, 팀원들은 팀장의 역할에 대해 습득하며 미래의 팀장을 꿈꿀 수 있다.
어쨌거나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대표의 몫이다. 그게 바로 대표의 자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