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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Oct 29. 2024

고객, 클라이언트, 소비자는 누구인가

‘제기랄, 고객 때문이다. 진상 고객 때문에 또 욕을 먹고 일한다. 며칠 째 야근도 했는데 심지어 주말에도 나와야 할 지경이다. 이게 다 고객 만족, 고객 성공, 그놈의 고객, 고객 때문이다.’


‘아.. 고객 덕분이다. 좋은 피드백으로 지난달 우수사원이 된 것도, 매달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고객이 우리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주고 충성심마저 보여주는 고객 덕분이다.’


어렵다. 고객은 항상 어렵다.


돈을 주고 물건을 사야 하는 입장에서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고객은 항상 지불한 금액 이상의 만족감을 원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적어도 돈값, 즉, 본전은 해야 한다.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조금 불만이 있더라도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합리성의 포장을 한 편향된 정보 수집을 통해 최소한의 본전 심리로 상황을 개선시키려 한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사건, 가령, 제품의 하자, 고장이 발생하면 고객은 당장 달려와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것이고, 혹시라도 해당 제품의 유행이 끝나거나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되는 시기가 오면 고객은 여지없이 떠나버린다.


고객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한다.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와 같다. 사실, 고객은 자신조차도 어떤 것에 흔들릴지 모른다. 리스트까지 만들어서 마트에 갔지만 현란한 광고 문구와 특가 세일에 마음은 쉽게 흔들린다.


‘오, 이게 9,900원이라고? 만원도 안 하잖아. 어머, 이 세트 세 개가 14,900원이야? 그럼 15,000원도 안 하는 거네.’


‘아직 집에 바디워시가 많지만 쌀 때 사둬야 해, 나중에 사려면 또 비싸거든. 이건 처음 먹어보는 맛이니까. 이 색은 새로 나온 신상이니까. 이런 것도 먹어보고 싶었어. 제철 과일은 일단 무조건 사야지.’


고객은 눈앞에 펼쳐진 매력과 혹시라도 자신만 좋은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즉, FOMO(Fear Of Missing Out)로 인해 쇼핑 리스트에 없는 물건을 잔뜩 구매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보면 스티브 잡스의 말이 맞다. 고객은 아무것도 모른다. 자신의 취향이 있다고 하지만 취향, 입맛, 멋 등등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내가 타고난 특성조차도 겪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이다.


현대인은 SNS, 유튜브, TV, OTT 등 수많은 미디어 속의 연예인, 인플루언서, 전문가 들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고, 또, 학교, 직장, 사회 속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부터, 길에서 지나가며 우연히 보게 된 사람까지 수많은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힌트를 얻는다.


그렇게 부모님부터 길가의 힙스터까지, 자신이 겪은 모든 것들이 자신의 취향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입맛과 패션 스타일과 콘텐츠 취향과 각종 선호도는 점점 나를 알리고 상징하는 나만의 색이 된다.


궁극적으로 그건 자신의 취향이자 개성이지만 개성의 원천은 대부분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온 것이다.


우리는 이런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고객이 항상 우리를 선택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B2B는 기업이 고객이기에 기업의 담당자들이나 관리자, 임원과 대표에게 어필하는 콘텐츠와 이벤트로 고객의 환심을 얻고, B2C기업이 SNS, TV, 각종 미디어에서 자극적인 영상과 유혹하는 카피로 고객들을 현혹시키는 것도 모두 그런 이유에서다.


즉, 고객에 대한 상반된 견해, 제공하는 서비스/물품, 업계, 대표의 스타일에 따라 고객의 정의가 달라진다. 우리(고객)는 하나의 객체로 존재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팬이고, 누군가에게는 VIP이며, 누군가에게는 그저 뜨내기 한철 장사의 매출원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고객에 대한 완전히 다른 접근법도 있다. 미국의 고급백화점체인인 노드스트롬은 ‘고객은 항상 옳다’고 한다. 따라서, 몇 년이 지난 상품도 환불해주는가 하면, 경쟁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해주기도 하고, 자신들이 팔지 않았던 타이어까지 환불해주기도 했다.


단기적인 시각에서는 손해이고, 블랙컨슈머들이 판을 칠 것 같지만, 오히려 충성 고객은 늘었고 입소문으로 더 많은 고객들이 왔다고 한다. 고급 백화점이니 직원들이 치른 소소한 비용 대비 엄청난 효율의 매출을 만든 것이다.


이 또한 고객의 마음을 읽고 사로잡은 것이다. 잡스가 고객은 자신들이 뭘 원하는 게 뭔지 모르기에 직접 만들어 안겨준 것처럼, 노드스트롬은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줌으로써 미래에도 노드스트롬을 원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고객의 입맛을 쫓을때, 고객의 빈틈, 즉, 고객의 비합리성과 비상식성을 노려 충성심이라는 자가 발전 소비 엔진을 만든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기업의 고객이 되고 싶은가?


내가 필요할 만한 것들로 구성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아니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가져와서 나를 들떠 미쳐 날뛰게 만드는 회사?


정답은 없다. 어쨌거나 기업은 고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성장하고 유지하며 또 확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릴뿐이다.


고객은 진화하지 않는다. 기업이 진화시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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