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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Nov 05. 2024

직장인의 자아실현

직장은 개개인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대부분 직장은 자신만의 꿈이나 일이 아닌 ‘대표의 꿈’을 이루는데 돕는 직업일 뿐이라는데 동조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실 생각해 보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우리는 우선 자아실현의 의미에 대해서 먼저 따져봐야 한다. 자아실현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언뜻 보면 직장은 자아실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직장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꿈을 이루는데 기여하며 그에 따른 대가와 보상을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개인의 꿈’이 닫힌 장소로만 인식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직장 내에서 ‘자신의 일’을 통해 성취와 만족을 느끼거나 자신의 자아실현이 ‘안정적인 수입을 통해 지속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면 직장생활도 자아실현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꿈에도 종류가 많다. 기업을 만들어 큰돈을 벌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는 사람도 있지만, 가족과 함께 안정된 삶과 건강 그리고 평화를 추구하는 고즈넉한 꿈을 꾸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데 있어 자아실현은 정말 중요하다. 그렇다면 자아실현은 정말 욕구의 마지막 단계일까.


대부분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5단계가 자아실현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단계설은 사실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잘못 해석되었다는 것이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단계를 크게 ‘존재와 결핍’ 두 단계로 보고 세부적으로 5가지의 욕구를 정리했다. 작가의 의도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1~4가지 욕구인 생리적, 안전, 소속과 애정, 존중에 대한 욕구는 ‘결핍 단계’에 해당한다. 즉, 채워지지 않은 것에 대한 욕망으로 욕구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욕구가 생겨나는 것을 후에 사람들이 피라미드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자아실현 단계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욕구는 궁극적으로 모든 결핍이 해소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욕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매슬로우는 이를 단순히 ‘이루고 싶은 것’이라는 욕구에 한정 짓지 않고 존재에 대한 문제로 규정했다. 즉, 자아실현의 단계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이다.


결국, 매슬로우가 욕구단계설을 통해 의미했던 바는 결핍이 채워진 후에 나의 존재는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누구와 함께 나아가야 하는 가에 대한 보다 철학적인 고민이었던 것이다.


자아실현보다  중요한 , 자기 존재에 대한 고민


앞서 얘기했듯이 직장에서도 자아실현은 가능하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거기에 있다면 말이다. 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야 자아실현이 가능한 사람은 사업이나 작가 등 자기 일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 쓰리잡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직장인으로서 철학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직장 내에서의 나의 존재를 찾는 과정이다.


직장에서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직장에서 내 존재로 인해 어떤 일이 생기는가? 직장에서 내 존재로 인해 누가 어떤 영향을 받는가? 직장에서 나라는 존재가 필요한가? 직장이라는 곳이 내 존재에 도움이 되는가?


상당히 철학적이지만 새롭다. 이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직장을 다니냐 사업을 하느냐가 삶의 문제가 아니다. 자아실현만이 인간이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욕구의 마지막 단계가 아닌 것이다. 즉, 이제 중요한 쟁점은 내가 회사원이든 사업가든 나의 존재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내가 얼마나 만족하는가로 귀결된다.


이 단계에서는 더 벌고, 덜 벌고, 더 일하고, 덜 일하고, 더 잘하고, 더 못하고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 비교는 이미 결핍단계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비교로 인해 마음이 괴롭다면 당신은 아직 ‘결핍’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이다.


자, 다시 두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켠 후 자신의 업무와 상황을 둘러보자.


아무리 봐도 회사는 자아실현의 장소와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면 당신의 ‘대부분의 직장인 그룹’에 속한다. 반면, 직장에서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감이 온다면 당신은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의 최상위 2단계인 ‘존재’에 대한 고민을 잘 이해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존재에 대한 고민은 한차례의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언젠가는 또 다른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찾고자 할 것이다. 내 존재에 대한 물음과 내 존재의 필요에 대한 확인은 죽을 때까지 끝없이 이어지며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면 된다. ‘내 존재’라는 차원에서의 고민은 모든 가치와 허영을 초월해 우리를 흔들리지 않는 삶으로 이끌어준다. 존재의 이유에 대한 깨달음은 모진 풍파가 휘몰아치는 인생의 고비에도 삶의 안전끈을 놓지 않게 이끄는 중심축이 되어준다.


비로소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나와 너의 존재 이유를 깨달아 서로 의지함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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