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일: 업무 천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직장인에게 자신만의 업무가 생긴다는 건 많은 의미를 지닌다.
드디어 밥값을 하기 시작했다는 사회생활의 첫 신호탄이 쏘아 올라간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영역 내에서 발생한 일 거리와 할당량, 즉, 나만의 첫 목표가 설정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만들 수 있는 첫 계단이기도 하고, 이로 인해 자신이 받는 급여에 법적인 정당성이 생긴다는 점에서 중요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표현이 거창하게 이리저리 에둘러 의미를 부여하긴 했지만,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 순간이니 그럴만하다.
하지만 초심은 언제나 희석되게 마련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봉 3천만 원과 연봉 1억 원의 씀씀이가 다르듯 처음의 설렘과 긴장감은 어느새 비난의 눈초리와 철저한 계산으로 대체된다. 게다가 업무의 무게는 점점 늘어나고 권한 없는 책임은 막중해진다.
이 모든 노동과 고통은 연봉이라는 숫자로 등가교환되니 그나마 꾹꾹 참고 버티지만 모든 등가교환이 1:1의 치환이 아니듯 해가 흐를수록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다.
책임과 대가, 그것이 바로 직장인이 회사에 바치고 누릴 수 있는 처음과 끝이다.
일 잘하는 방법
업무는 보통 팀장이나 바로 위 상사로부터 전달된다. 이는 회사마다 다르니 그저 리더가 팀원에게 업무를 할당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일을 받아보면 일이 너무 과한 경우가 있고 또는 불합리한 업무로 보이는 일도 있다. 도저히 기한 내에 끝낼 수 없거나 자신이 담당하는 일이 아니거나 혹은 나쁜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일도 있다.
‘팀장님은 왜 이런 일을 나한테 줬지? 우리 대표님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고집하시는 거야?’
앞으로 당신의 직장 생활은 아마 이런 생각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행운의 직장을 다니는 중이니 부디 오래오래 잘 붙어있길 바란다. 그런데 저런 생각이 드는 경우 대부분은 하기 싫다거나, 해도 아무 보람이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떤 이들은 면전에서 못하겠다고 할 수 도 있고, 에둘러서 업무를 피하려 할 수 도 있다.
사실 그게 합리적인 의사소통 방식이기는 하다. 하지만, 기업의 대표나 팀장도 이미 다 지나온 길이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에 의한 판단이 옳은 경우도 많다. 물론 그들의 판단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그로 인해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도 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건 모두 대표의 책임이다.
그러니 일단 넙죽 일을 받아오면 된다.
어필할 때를 아는 자가 직장을 지배한다
그런데 다시 봐도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시간도 없고, 될 리도 없다. 하지만 일단 한 번 리서치를 해본다. 그리고 방법도 찾아보는 거다. 관련 기업/기관 담당자에게 연락도 해보고, 에이전시에 일정도 문의해 본다. 대개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이거 정말 안 되는 거 맞잖아. 젠장’
잠깐, 그런데 이 순간 ‘젠장’ 거리며 뾰로통하게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까지 이 업무를 위해 한 일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기업, 기관들과 이와 관련해 의논을 했고, 조언을 구했으며, 에이전시 등과 일정 협의도 했으나 시간을 맞출 수 없고, 설사 무리하여 이 업무를 하더라고 뚜렷하게 좋은 결과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짧은 보고서를 만드는 거다.
그럼 그걸 들고 가서 ‘자, 보세요. 제가 안될 거라고 했죠?’라고 하면 다 일까? 아니다.
지금이 이 순간이 당신이 회사에서 빛날 수 있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우선, 대안을 최소 두 가지를 만든다. 이 업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팀 내, 팀 간 협업 대상자, 타 회사 또는 기관 관계자 검색 및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팁을 하나 더 주자면, 둘 중, 자신이 밀고 싶은 안을 하나 정해 그걸 더 어필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스로 업무를 리드하는 숨은 주도권이 생긴다. 게다가 말도 안 되는 일을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책임감이 생기고 일의 진행 여부를 물음으로 권한까지 이양받을 수 있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결핍이 큰 주도권과 권한을 스스로 창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업무의 성패에 대한 책임도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스스로 계획하고 승인을 받아내고 진행하는 중이라 일이 즐겁고 의욕이 솟구친다.
드디어 제대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팀원으로서 팀장이 시키는 일만 하는 게 베스트는 아니다. 그 일을 자신의 다양한 업무에 녹여 넣고 우선순위를 정해 본인에게 유리하게 가져가야 한다. 당연히 최대한 팀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지만 나는 편하게, 또 이로 인해 회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조율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업무 시간 내에 그 일을 하고 퇴근하면 된다.
회사에는 팀원의 역할, 팀장의 역할 그리고 대표 및 경영진의 역할이 있기에 대표 같은 마인드라는 프로파간다에 현혹되지 말고, 애사심이라는 명목으로 회사에 너무 빠져들지 말며, 회사 사람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지 말 길 바란다.
그럼 자신을 지키며 일도 잘하는 직원이 되는 준비는 끝났다. 이제 잘 적용해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