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공간을 감싸는 방식 : 아카리 조명과 나에게 빛이란?
“아카리(Akari)는 빛(光, Light) 그 자체입니다.
목차
1. 아카리(Akari) 조명 소개
2. 나에게 빛이란?
3. 오늘의 노래 - 바람의 노래, 뜨거운 씽어즈 남성팀
아카리(Akari) 조명은 일본계 미국인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가 디자인한 조명 시리즈로, 따뜻하고 은은한 빛을 통해 공간을 감싸는 독창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사무 노구치는 일본 기후현(岐阜県)을 방문했을 때, 전통적인 일본 종이등(초칭, 提灯)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일본의 장인정신과 현대적인 감각을 결합하여 기능적인 조명이자 조형적인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다.
아카리 조명의 특징은 와시(和紙) 종이와 철사 프레임으로 구성된 가벼운 구조에 있다. 반투명한 종이를 통해 부드럽게 확산되는 빛은 공간을 따뜻하게 채우며, 자연의 빛처럼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순한 조명 그 이상으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디자인이다.
이사무 노구치는 자신의 조명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아카리(Akari)는 빛(光, Light) 그 자체입니다.”
그의 말처럼, 아카리 조명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공간에 빛과 감성을 더하는 예술 작품이다.
나는 늘 빛을 갈망했다.
어린 시절, 내 방에는 아주 잠깐 빛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한 빛이 아니었다. 낮은 층이라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건 오직 방범창. 햇빛이 들어와도 철창의 그림자가 온 방을 헤집었다. 창밖의 풍경은 늘 단절된 느낌이었다. 미약한 빛을 붙잡으려 해도, 온전히 붙잡을 수 없었다.
성인이 되어 자취를 시작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돈이 많지 않았고, 선택할 수 있는 방은 한정적이었다. 내가 살았던 방은 창문 바로 앞에 또 다른 집이 서 있는 곳이었다. 창문을 열어도 맞은편 집이 보였고, 햇빛은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결국 빛이 없는 공간에서 커튼을 치고 사는 것이 익숙해져 버렸다. 낮 시간이면 온갓 조명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나는 햇빛을 향한 갈망을 멈출 수 없었다.
야외 공원에서 온종일 햇빛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고, 전철을 탈 때도 햇빛이 드는 쪽에 서려 하고, 카페나 거리를 걸을 때도 언제나 햇빛을 따라 움직였다. 나는 햇빛을 향해 도망치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이번 도쿄행에서 한가지 결심을 했다. 이번에는 온전히 빛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살겠다고. 나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집을 구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썼다. 그리고 지금,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빛이 가득 들어오는 집에서 살고 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집을 나가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두고, 햇빛을 온전히 맞으며 그 속에서 누워 있기도 한다. 마치 빛을 흡수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처럼 햇빛은 나에게 설렘과 충만함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무섭다.
빛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구름이 드리우는 순간, 따뜻했던 공간은 한순간에 회색빛으로 변한다. 빛이 가려지는 순간의 아쉬움과 흐린 날의 깊은 슬픔이 나를 덮쳐온다. 현재의 따뜻함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아카리 조명, 사라지지 않는 빛
아카리 조명을 처음 본 건 가리모쿠 매장과 허먼밀러 매장에서였다. 가구를 구경하는 동안,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떤 조명이 그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가구를 위한 배경이 아니라, 공간을 감싸는 하나의 요소처럼 보였다.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은은하게 퍼지는 빛. 마치 공간과 하나가 되어 숨 쉬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도 조금은 돋보일 수 있을까.
그때부터 나는 그 조명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이 조명은 내가 바라던 빛의 또 다른 형태. 내 불안을 달래줄 수 있는 무언가라는 걸.
햇빛과는 다른, 사라지지 않는 빛.
구름이 가리지 못하는 빛.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켤 수 있는 빛.
빛이 나에게 주는 의미
아카리 조명을 켜면, 공간이 부드러운 빛으로 감싸인다. 날카로운 그림자는 사라지고, 은은하게 퍼지는 빛이 공간을 채운다. 차가운 형광등처럼 강렬하지 않고, 햇빛처럼 변화무쌍하지도 않다. 항상 그 자리에서, 조용히 머물러 있는 빛.
햇빛을 맞을 때 느끼는 벅찬 감정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의 조명 아래에서 약간의 안도감을 느낀다. 빛이 떠나지 않을 거라는 안정감. 오늘 흐린 날이라도, 이 빛만큼은 내 곁에 있을 거라는 확신. 그것이 나를 위로한다.
나를 달래는 수단.
빛이란 꼭 강렬할 필요는 없다. 영원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원하는 순간, 어둠에서 꺼내줄 수 있는 나약한 빛으로도 충분하다.며 읊조려 본다.
공간의 기억을 담는 빛
나에게 조명은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다.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나의 기억을 담아낸다.
나의 조명은 마치 시간을 품은 빛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의 어두운 방, 커튼을 걷었을 때 상상해보는 환한 빛, 도쿄에서 빛을 찾아 헤맨 날들. 모든 기억들이 이 조명 아래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햇빛을 그리워했던 나의 감정이 저 작은 빛 안에 담겨 있다.
나는 여전히 햇빛을 사랑한다. 여전히 날이 흐릴 때면 아쉽고, 어두운 공간에 오래 있으면 숨이 막힐 것 같다.
나는 알고 싶었다.
빛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내 곁에 머물 수도 있다는 것을.
햇빛을 쫓아다니던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https://youtu.be/iMd44SD04jI?si=oj4xp-e0kTw3da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