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 초라해지는 이유를 알고 있나요?

구구절절 설명해야 할 감정이 많아서요

by 주또

내가 보기와는 달리 당신을 되게 많이 좋아해요. 표현에 서툴고 당신만 마주할 시 얼굴이 한껏 달아오르는 바람에 도망가기 바쁘다만. A4용지 한 장을 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진심을 품고 있어요. 이미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당신은 내 사랑이 그리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난 아무에게나 잘해주는 당신의 ‘아무나’가 되는 꿈을 종종 꾸곤 한답니다.


난 사실 털털한 성격이 아니거든요. 까칠한 편도 아니고요. 한데 당신 앞에 서면 이상하리만치 뚝딱거리고요. 괜스레 투덜거리는 어투로 대답하게 되고요. 짤막한 문장도 바보같이 내뱉게 되어요. 혓바닥도 여러 번 꼬이고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늘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며 좌절하기 일쑤에요. 매일 밤 당신한테 고백하는 망상을 하는데요. 어떤 날은 진짜 연습을 해보기도 해요. 고백 편지도 수없이 적었다가 버렸고요. 아마 휴지통으로 골인한 러브레터가 책 한 권쯤 분량은 될걸요.


당신은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나요. 삐딱한 말투도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건 당신의 재주인가요. 혹 아니면 내가 콩깍지가 단단히 씐 탓인가요. 세상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에요. 그중 당신이 끼어있다는 게 꽤나 가슴 저린 일이긴 해요. 내가 노력하면 가질 수 있는 것들 사이에 당신은 없어요. 그게 퍽 서러워지는 날에는 남몰래 울기도 해요. 어쩌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냐 물을 경우, 뭐라 해야 할지 몰라 어물쩍거려요.


어느 날은 티를 내서 알리고 싶고. 또 어떤 날은 꽁꽁 숨겨 나만 간직하고 말자, 하는 마음이에요. 어색해지기도 싫고. 볼 수 없게 되는 건 더더욱 최악이고. 하지만 잊기 위해서는 가급적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쪽이 나을 테지요. 근데 또 당장 안 보고서 어떻게 멀쩡하겠어요.


사랑은 이게 문제예요. 이도 저도 못하게.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거요. 짝사랑은 이런 식으로 초라해져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9화대단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해 너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