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을이 와도 슬프지 않게요

아낌없이 응원해, 너와 나의 미숙한 삶을.

by 주또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는 계절이다. 폭염주의에 관한 재난 알림 문자가 시끄럽게 울렸다. 그래도 이틀 뒤 더위가 한 풀 꺾인다는 지인의 말이 무색하도록 온도는 더욱 높이 치고 올라갔다. 삼주전까지만 해도 긴팔을 아무렇잖게 챙겨나가던 나였으나 이젠 무리인 듯 땀을 엄청나게 쏟아내고 있다.


최근엔 정말이지 예측할 수 없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좋은 일들은 아니고 나쁜 일들. 그래서 감히 입 밖으로 꺼내기에 애매해지는 일들. 얼마 전엔 오랜 친구가 내 앞에서 울었다. 원체 안 우는 애여서 당황스러웠다. 이윽고 가슴이 미어짐과 동시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따라 흘렀다. 이 애의 슬픔을 내가 해결해 줄 방도가 없어 안타깝기도 했다. 그저 해줄 수 있는 말이 ‘진짜, 어떡하냐?’뿐이라는 게 나를 좌절케 했다.


해를 넘어오며 지난 모든 아픔을 잊기 위하여 반지를 맞췄다. 그 안에 새긴 문구는 ‘무해하고 무탈하기를’이었다. 남들한테 나라는 사람이 무해할 수 있기를, 그리고 다른 이들 역시 나에게 그러하기를. 이젠 삶이 제발 무탈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무탈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나는 물론 내 주변 또한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로 이런 주제로 회사 점심시간에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곤 했었는데 이제 한 명이 퇴사하는 바람에, 가끔이 되어버렸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로 인해 단잠에서 깨어날 때도 눈살 한번 찌푸리지 않았다. 여태 살아있다는 생각에 지루해질 때쯤 살아야 할 명분이 생겼다. 그것은 주로 가족이나 주변인들이었는데. 대개 가족은 책임감 중 하나였다면, 주변인들은 도피처가 되어주기도 했다. 도망쳐온 나를 달래주고 보살펴주었다. 다시 살아갈 힘을 주었다. 솔직히 따지고 보자면 난 그들의 가족도, 애인도, 반려동물도 아니다. 한데 어찌 그런 무한한 애정을 베풀어 주었는지 의아할 적도 있었다. 그들의 마음을 갚아나가기 위해서는 삶을 허투루 포기해서는 안 된다. 두고두고 그 마음을 보답해야 한다.


가로등이 줄지어 서있는 길목에 내려 떠오르는 인물들에게 항상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매캐한 연기를 남기고 떠난 파란색 버스와 함께 연이어 전달 온 답장은 나를 우뚝 멈춰 서게 했다.


[네가 나 때문에 힘든 날을 버틸 수 있었던 거보다 너 덕에 내가 버틸 수 있던 날들이 많아]

[내가 너한테 말 안 해도 넌 나한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ㅋㅋㅋㅋㅋ]

[그래서 안 고마워해도 돼]

[넌 노력 안 해도 나한테 가치 있는 사람이야] 오후 11:59


달이 무척이나 밝았다.

금방이라도 어깨에 내려앉아 위로할 것처럼.


훗날 떠올릴 때면 이 모든 것들이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되어있기를 바란다. 아낌없이 응원해, 너와 나의 미숙한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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