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몰랐는데 지나고서야 알게 된 것들이 점차 바다만 해졌더란다.
장마가 길어진다는 건, 어쩌면 사람들이 우울해할 기간이 연장되는 셈 아니려나. 얼추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나 역시 별반 다를 것 없었다. 비 오는 날엔 컨디션 난조에 더불어 마음에도 빗물이 가득 고여 첨벙거렸다. 느닷없이 눈에서도 방울방울 떨어져내리기 참 쉬웠다.
장마는 진작 끝이 났다고 들었는데 이틀 내 폭우가 쏟아져내리는 중이다. 재난 알림 문자가 요란을 떨었다. 그와 동시에 바깥에선 무언가가 부서지고 엎어지고 난리인 듯 굉음이 연이어 계속됐다. 며칠 전 주문한 ABC 주스를 마시기 위해 엉덩이를 일으켰다. 냉장고의 찬 기운을 느끼며 곧장 주스를 꺼냈다. 컵에 따르니 붉은색의 액체가 콸콸 흘러나왔다.
최근 오랜만에 연락 오는 이들이 몇 명 있었다. 생일을 축하해 주는 내용과 함께 ‘SNS로 보니 요즘 잘 지내는 것 같더라?’ 즐거워 보인다고 안부를 물어왔다. 난 전혀 아니라고 했다. 흔한 멘트인 ‘죽지 못해 살아요.’ 덧붙였다. 솔직한 근황이었다. 이전에도 그랬으나 단 하루도 편히 잠든 적 없었다. 사진을 전부 삭제하는 편도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얼굴이 나온 사진들을 죄다 보관으로 돌렸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내가 떠나보내거나 떠나온 이들이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해서,였다. 정말 그렇지 않았으니까. 내가 잘못했던 일에는 평생 따라붙을듯한 죄책감과 자책을 일삼으며 지냈고, 누군가로부터 입었던 상처는 내내 복기하며 트라우마처럼 자리 잡았다.
알 수 없는 인생이었다. ‘그때 그러지 말 걸.’,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서야 알게 된 것들이 점차 바다만 해졌더란다.
결백히 최대한 많은 것들한테 친절하고자 했다. 그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사람이기에, 그랬어요. 말려둔 신발이 여태 눅눅했다. 절대 마르지 않는 상황들과 이름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