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월이 오기 전에 이별하길 잘했어요

by 주또

“사랑한다고 해서 다 결혼하는 건 아니니까.” 당신과의 연애는 좀처럼 수월하지 않았다. 뭐든 초반에는 맞춰가느라 힘들지. 하지만 우린 그 외의 것들도 장애물이 되었고 심지어는 뭐 하나 맞는 점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갈수록 서운한 점에 대해 말하는 걸 줄였다. 침묵하는 편이 나았다. 본래 당장 말하고 풀어야 하는 성격이었다만, 어차피 이해받지 못할 거 대화를 아끼는 편이 나았다.


사귀기 전엔 그리 전부가 되어줄 것인 양 대했었는데. 어떻게 사귈 때보다 사귀기 전이 더 좋았다. 서로가 조심스러워서 그랬나. 그렇다고 하기엔 그땐 모든 게 잘 맞는듯싶었다. 내가 더 소중하다 느껴졌다. 연애를 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친다면 난 그렇게 하고 싶단 생각도 종종 했다. 그리고 우리가 기어코 이별을 의논했을 땐 ‘이게 옳았구나’ 싶었다. 서서히 그리고 완전히 남이 되었다. 철저히 다른 사람이 되어 멀어졌다.


이제 내가 알던 당신은 없다. 이게 조금 헛헛하긴 했어도, 앞으로 남은 몇십 년을 살아가는 데에 굉장한 파장을 일으킬 만하진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살았다. 습관처럼 핸드폰 연락을 확인하는 일도 잠깐뿐이었다.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 망각이라고 하듯 잊혔다. 당신이 무엇을 좋아했고 싫어했는지. 우리가 왜 그토록 서로에게 끌렸고 결국 서로를 향해 등을 돌렸는지. 중요하지 않아졌다.


나는 나로 살았고 당신은 당신으로 살아가고 있을 거였다. 애당초 몇십 년을 달리 살았던 서로가 어떻게 딱 들어맞을 수 있냐고들 한다. 물론 그렇지 못할 것이 분명하고 나 역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춰가는 과정과 서로의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대로도 과연 괜찮은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사랑이 있다 한들 결코 행복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될 것이었다.


당신을 만나 나의 가장 밝던 시절이 불안정해졌다.

내가 가진 결핍이 무엇인지를 확연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7화이별은 어떻게 전해야 옳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