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한 가지를 오래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더군다나 더더욱 최악인 점은 대개 그 생각들이 부정적이라는 거예요. 대화할 누군가가 있으면 좀 낫긴 해요. 혼자 있을 시엔 걷잡을 수 없을 지경으로 불어난 불안과 걱정들이 나를 곧장 덮칠듯하거든요. 울진 않아요. 숨 가빠오는 적은 있어도 스물의 후반을 넘어서니 눈물이 나진 않더라고요. 아주 가끔 견디기 버거울 때 최종 단계인 마냥, 혼자 베개에 얼굴을 묻고서 울어버리는 순간들이 있긴 하지만요.
오늘도 당신이 얘기를 들어줘서 좋았어요. 삶이 간혹 내가 얼마나 버티나 싶어, 시험하는듯한 적도 있잖아요. 당신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한두 시간가량 떠들어요. 영양가 있는 주제가 계속되는 건 아녜요.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 가진 고민을 공유하기도 하고. 무엇에 대하여 가진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도 하고. 난 당신이랑 있을 때, 이처럼 꾸미지 않아도 되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바짝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요. ‘이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너무 만족스러워요.
당신은 매사 “지겨워” 추임새처럼 중얼거린다만, 나를 마주할 찰나엔 별것도 아닌 행동에도 귀여워해 주고 두 눈을 반짝여줘요. 난 그 안에서 생명을 얻습니다. 조금은 더 생을 힘내보아도 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요.
당신이랑은 비슷한 점도 참 많은데요. 서로를 평행 세계 사람이라고 장난스레 칭할 정도이잖아요. 그래서 나는요. 나는 진심으로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나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당신의 슬픔과 불행이 홀가분히 벗겨지기를 소원해요.
당신이 잠 못 드는 나를 위해 작은 선물을 해주었지요. 부디 잘 자라고 말해주는듯한 포근함, 아니겠어요. 나는 이런 당신의 다정을 지나치지 않고 꼼꼼히 기억할게요. 내가 그랬잖아요. 과거엔 일상의 대화마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세세하게 기억할 만큼 기억력이 좋아 괴로웠는데, 여러 차례 힘겨운 일들을 겪고선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그럼에도 당신이 가지고 싶다고 했던 물건은 기억하고 있다고. 당신은 그렇다면 본인이 얼마나 그 물건에 대해 얘기했길래 그런 거냐고 웃었지만. 그런 뜻이 아녔어요. 당신에 관한 것들은 최대한 잘 머릿속에 담아두고 싶어요. 쪽지에 적은 아끼는 문장처럼 고이 접어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싶어요.
당신은 나보다 몇 해를 더 살아낸 인물. 이미 다 자란 내가 어른을 필요로 할 때, 당신은 망설임 없이 나의 어른이 되어주지요. 당신을 보며 이따금 중얼거립니다. 내가 당신에게 실망하거나 당신이 나에게 실망할 일이 생겨도, 아주 잠깐뿐. 부디 멀어지진 않게 해달라고 말이에요. 우리도 분명 언젠가 어긋나는 부분이 있겠지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날들이 존재할 거예요. 서로의 예민함을 포옥 안아주다가도, 눈을 삐뚤게 뜰 수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는 절대적으로 우리를 이해하도록 해요. 무척이나 닮은 우리가 서로를 등지면 그것만큼 아픈 일도 없을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