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의 하루치 행복

by 주또

”올해는 첫눈을 함께 볼 수 있겠네요“ 두 뺨이 아릴 지경으로 휘몰아치는 하얀 덩어리를 다소 맹한 표정으로 바라보아요. 편의점에서 급하게 구매한 핫팩이 주머니 속에서 바스락거리고요. 다시금 일 년이 흘렀음을, 이토록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네요. 갑작스러운 눈 소식은 뭔가 오랫동안 떠나있던 애인이나 친구가, 불쑥 나타나서는 ‘나야’ 하는 것 같아요. 빈자리에서 느껴지던 서늘함을 눈덩이가 가득 채우는 기분. 시린 공기와 더불어 미묘한 포근함에 휩싸입니다.


눈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요. 단지 눈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쪽이라고 했었잖아요. 그들이 핸드폰으로 찍어 간직하는 귀여움을 몰래 흐뭇해하는 일을 즐긴다고 말이에요.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으려나요. 어쨌든 우린, 도로 두툼한 외투를 입은 채 펭귄처럼 걷습니다. 제아무리 빨리 걸음을 옮겨보아도 자꾸만 뒤뚱거리게 되지요. 찬바람이 옛 기억을 데리고 불어와, 나의 두 볼을 빨갛게 상기시키고요. 여태 녹지 못한 아픔과 불안들이 연신 정전기를 일으켜요.


나는 무엇이 되어야 했을까요?

무엇대로 살아야 했던 걸까요.


아직도 정답을 모르겠습니다. 헤실헤실 웃다가도 금방 고집스레 슬픈 상태가 돼요. 그럼에도 여차저차 기운을 내야겠지요. 올해도 이제 한 달 뒤면 한편의 시즌 드라마 마냥 마무리되지요. 내년에는 과연 어떠한 시나리오가 쓰이려나요. 감히 예측할 수 없어 두렵다만, 환대해 보려고요. 당신만 있다면 나쁠 일도 없을 테니까요.


여전히 난 당신이랑 보내는 시간들이 아쉬워요. 당신 따라서, 좋은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한 해였는데요. 어째 결과는 더 미운 인물로 기운 듯해요.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은 어땠나요. 나는 당신의 인생에서 우연히 발견한 네잎클로버가 되었나요.


당신과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고 싶은 요즘입니다.

마음이 미래에 있으면 불안하대요.


매일매일 하루만큼의 평온한 밤을 보내요, 우리.

더할 나위 없겠네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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