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당신, 메리 크리스마스

by 주또

메리 크리스마스. 내년에는 우리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우리 멀어지기로 약속했는데 아직도 당신 생각을 해요. 생각을 하고자 하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나는 바람에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음을 알아주었으면 해요. 눈을 떠서 눈을 감는 순간까지 빼곡히 당신이에요. 당신 외엔 다른 길로 들어설 틈이 없어요. 온전히 당신을 품에 안은 채 꾸벅 졸고 싶은 고단한 하루.


당신과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싶고 당신과 좋은 걸 보고 싶으며 당신과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거창하고 근사한 건 필요 없어요. 그냥 당신이면 돼요. 사는 얘기. 살아온 얘기.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들 한다만. 난 당신이 앞으로는 아무런 사연 없이 마냥 천진하고 태평하기를 바라요. 당신의 지난날을 잊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더 이상은 같은 아픔이 없기를.


내가 과연 당신에게 행운일까요? 행복이었을까요? 다 지난 마당에 무엇을 전전하겠어요. 훗날에 당신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단 소식을 들을 시엔 억장이 무너질듯해요. 뻔뻔하고 염치없는 소리겠으나 질투가 한껏 날 것도 같군요. 그래도 그 사람은 부디 좋은 사람이었으면 해요. 당신을 절대 울게 만들 리 없는 인물이기를 소망할게요. 그거면 되겠거니 할게요.


주제넘게 이상을 꿈꾸지 않아요. 다만 모쪼록 아쉬움이 남는 크리스마스이긴 하네요. 당신이랑 잠옷 맞춰 입고서 케이크 한 조각씩 나눠 먹지 못해 길게 쓸쓸할듯해요. 그래도 진심을 다해 전해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여전히 많이 아끼고 있어요.


책 『처음부터 끝까지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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