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내 삶을 반쯤 내어주는 일이에요

by 주또

당신은 보잘것없는 나의 바닥부터 곁이었잖아요. 조금이라도 높은 곳으로 올라보겠다며, 아등바등하다가 겨우 손끝이 닿을락 말락 하는 순간까지 전부 다 지켜봐 준 인물이잖아요. 그러니 당신을 믿지 않으면 내겐 믿을 것이 아무것도 없지요. 더는 살아가며 사람을 신뢰하게 될 일 없다고, 단언하던 날 완벽히 뒤흔들었잖아요. 당신의 눈빛이 나를 안심하게 하고요. 내일을 희망하도록 돕곤 해요. 나는 당신 옆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짓을 즐겨 하는데요. 그때마다 당신은 참 쉽게도 “그래, 그렇게 하자” 대꾸해 줍니다.


그러면 그 찰나, 난 더한 망상에 더불어 필히 함께인 행복을 그릴 수 있을듯한 자신감이 솟구치게 돼요. 세상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기필코 당신이랑 결혼을 하고요. 당신과 나를 반씩 쏙 빼닮은 아이도 낳고요. 오순도순 일상을 만들어가는 거지요. 본래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겁이 많고 걱정이 눈 쌓이듯 불어나는 나잖아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하고 같이’ 가는 거라면, 뭐든 두렵지가 않아져요. 매일 먼저 앞서 달리고 있는 몹쓸 상상력도 무섭지 않고요.


당신은 이토록 내 삶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쳐요. 이제는 조명을 끈 채 잠들 수 있어요. 악몽으로 인해 허겁지겁 깨어나지 않아도 돼요. 간혹 당신한테 나를 몽땅 다 보여줘도 될듯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해요. 왠지 당신은 모조리 알고 나서도 함부로 판단하거나 각색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거든요. 단지, 나의 아픈 부분을 구석구석 찾아내어 어루만져 줄 것 같습니다. 미성숙한 착각이라 해도 좋아요.


당신 생각을 하고 있을 경우, 온 사방의 공기 흐름마저 달달해지는데요. 바람이 몹시 부드러워요. 어느 무엇에도 상냥해져요. 심지어는 한참 동안 정체되어 내려오지 않는 엘리베이터에도 심술을 부리지 않아요. 어깨를 부딪히는 인파에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요(웃음). 너그러워집니다. 오직, 당신을 보러 가고픈 충동만 일어요.


오늘은 날씨가 나쁘지 않네요. 제법 추위가 덜해요.

산책이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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